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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n 19. 2020

1년 동안 브런치 작가 신청

글을 쓰고 싶어진 순간

원래 말이 많은 편이다. 남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웃긴 이야기로 남을 재밌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만큼 대화나 발표 등을 통해 스토리텔링 하는 것을 자신 있어하고 매우 즐거워한다. 그리고 그만큼 무언가 써서 남에게 전달하는 것도 즐겼던 기억이 많다. 아직도 남아있는 지난 시절의 단편들은...


초등학교 때 매주 돌아오는 ‘쓰기 수업 시간'을 매우 기다렸다. 내 이야기를 열심히 쓴 뒤 앞에 나가서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그렇게 좋았다. 그리고 대학시절 신입생 시절, ‘문자 메시지’에 넣을 수 있는 글자 수가 80자(아마도?)로 제한되었었는데 그 제한된 공간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메시지를 넣는 것에 매우 재미를 느꼈다.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려고 고민하는 주변 친구들을 도와줬던 기억도 있다. (너나 잘하시지) 그리고 모두의 추억인 ‘싸이월드’. 그곳에 담아내는 일기 몇 줄이 그렇게도 고민이 되고 고민이 되었는지 모른다. (도대체 누가 본다고) 그리고 취업 후 계속되는 또 다른 글쓰기. ‘보고서, 보고서, 보고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지난 어린 시절의 즐거웠던 글쓰기의 기억이 남아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문득 기록하고 싶어진 순간이 찾아왔다. 계속 미루기엔 매우 빠르게 커가는 아들을 보면서 바로 시작했다. 이것이 내 블로그의 시작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보름에 한번, 아니면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무언가 조금씩 남겨가기 시작했다. 


몇 년이 흘러 이곳 호주에서 육아휴직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가는 시점이 되자 문득 ‘다른 곳에 글을 써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브런치(Brunch)’의 초기 사용자였기에 즐겁게 그곳의 생각과 정보를 접하면서 내심 생각해왔던 것 같다. ‘나도 내 이야기, 생각을 언젠가 이곳에 남기고 싶다!’ '호주에서 보내는 아빠 육아휴직’이라면 그곳에 남길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게 되었다. 처음엔 그저 가벼운 가입 절차라고 생각했다.


신청하기 전에 정보를 조금 찾아보았는데 탈락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좀 웃겼다. 아주 여러 번, 열 번도 넘게 탈락한 사람도 많았다. (도대체 어떻게 지원했길래...) 그리고 ‘브런치’를 저주하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단한 정신승리다) 나는 물론 이런 사람들의 일이 절대적으로 ‘남의 일’인 것처럼 여기면서 결과를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면 블로그는 그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첫 번째 브런치 작가 신청 (20190913)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내 눈을 의심했다. 뭐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이들이 말하는 ‘작가’가 정말 그 ‘작가’인 건가? 기분이 묘하고 썩 좋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블로그도 제대로 하기 전인 의욕만 넘치던 시절이었고 무엇보다도 작성해서 제출한 ‘작가 소개’와 브런치 활동 계획’도 1분도 고민이 없었던 것 같다. 정말 그저 회원 가입할 때 넣는 정도로 형식적으로 적어냈었다. 지금 읽어봐도 기가 찰 만한 대충대충 내용이었다. 그리고는 이런저런 생각을 더 하지 않고 미련 없이 ‘브런치 작가’를 포기했다. 혹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그때의 신청 내용과 샘플 글을 남겨 둔다.


[작가 소개]

전형적인 대한민국 제도권에서 모범생처럼 자란 성인 남성을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초보 열혈 아빠. 돈만 주고 나 몰라라 아이만 맡기던 어린이집에 실망하고 직접 다 같이 아이를 키우는 공동육아를 통해 육아 신세계를 접함. 아이의 성장을 통해 그동안 항상 미루었던 나와 아내의 꿈과 행복에 눈을 뜨고 호주로 전격 이사. ‘지금! 바로!’ 행복하자는 모토를 실천하기 위해 전업주부로서 기대와 설렘 속에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중. 이 세상 모든 아빠 엄마들과 육아로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나누고 싶습니다.


[브런치 활동 계획]

크게 2가지 테마로 글을 적고자 합니다.

1) 공동육아 약 3년의 기록 (과거 회고형) - 약 100편

2) 호주 아빠 육아 일기 (현재 진행형)

이 외에도 틈틈이 생겨나는 아빠로서 남자로서 남편으로서의 생각을 다양한 주제로 나누려고 합니다.


[샘플 글 3개]

첫 번째 공동육아일기

공동육아의 또 다른 장점 & 첫사랑?!

좌충우돌, 하지만 편안한 호주 생활 시작!



두 번째 브런치 작가 신청 (20200528)


쌉쌀한 탈락의 기억을 뒤로하고 블로그에 전념했다. 이게 될까 싶었던 매일 1 포스팅을 1년이 다되도록 해나가고 있었다. 그저 단순한 육아일기와 정보 전달에서 내 생각을 담아 가는 것까지 확장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아주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쓰는 글을 다른 글을 쓰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그리고 다시 ‘브런치’가 떠올랐다. 옆에서 파랑도 내 글이 ‘브런치’에 충분히 어울린다고 응원해 주었다. 그래서 다시 도전했다. 이번에는 좀 더 신경을 썼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탈락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취업 준비할 때 수없이 받아보며 좌절했던 그때가 떠오르면 많이 상심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두 번째 신청 내용을 읽어보면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보고서 쓰듯이 썼다. 알맹이가 없어 안은 공허하지만 꾸미기 위해 어설픈 미사여구로 포장하려고 했다. 무엇이 핵심인지 몰라서 모든 것을 적고서는 양으로 승부하려고 했다. 무엇보다도 '내’가 직접 ‘내 마음'을 쓴 거 같지 않았다. 이때의 신청 내용과 샘플 글도 남겨 둔다.


[작가 소개]

한국의 정해진 쳇바퀴에서 나름 잘 굴렀던 덕분에 꽤 그럴듯한 생활을 하게 되었으나 아이를 키워가며 행복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내가 행복한가?’에 대한 답을 자신할 수 없었기에 내 아이도 똑같은 쳇바퀴에 넣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회사 생활을 중단하고 먼 곳 호주에 왔습니다.

아직도 그 행복이 무엇인지 뿌옇긴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고 생각을 남기는 것에서 행복이 조금씩 보입니다. 아빠로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그리고 스스로 행복해진다는 것에 대해 나누고 싶습니다.


[브런치 활동 계획]

호주에서 느끼고 경험하고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을 글로 나누고자 합니다.

[하우스 허즈밴드 호주 생존기] 본격 육아 담당자의 좌충우돌 이야기입니다.

[하지 못한 마음속 이야기] 삶의 다양한 것들에 대한 제 생각을 나눕니다.

[좋은 책은 행동하게 만든다] 읽은 수 백 권의 책 중 고르고 골라 제대로 추천합니다.

[좁고 얕은 호주] 새롭게 얻은 지식을 재밌고 쉽게 풀어놓습니다.

[근본 없는 영어] 진정한 영알못이 전하는 생존 영어입니다.

[어서 와! 공동육아는 처음이지?] 지금 우리를 있게 한 공동육아를 엄마 아빠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샘플 글 3개]

좀 더 이곳에 머무르기로 했다 (휴직 연장)

사라진 한인 가족들 (나쁜 그것) 

가족 같은 회사 - 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 (사소한 결정이 회사를 바꾼다)



세 번째 브런치 작가 신청 (20200530)


아마 그날이 금요일 저녁이었다. 즐거운 금요일 저녁에 많이 멍해져 있었다. 누구를 탓할 것도 아니었다. ‘왜지?’라는 생각이 계속 났지만 알 수가 없었다. 똑같이 아들과 잠들고 다음날 똑같이 새벽에 일어났다. 늘 하듯이 그날의 포스팅을 하고 운동을 하려고 일어나려 했다. 1층으로 내려가던 계단에서 몸을 돌려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다시 처음부터 ‘작가 소개’와 ‘브런치 활동 계획’을 백지에서 써 내려갔다. 최대한 쓸데없는 꾸밈없이 내용만을 담으려고 했다. 그리고 다시 제출했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었는데 연락이 따로 없었다. 뭔가 이번에는 마음이 편안했다. 제대로 지원했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번에도 떨어지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슬금슬금 올라왔다. 그런데 신기하게 바로 ‘또 지원하면 되지!’라는 대답도 바로 떠올랐다. 그리고 화요일 점심 식사 후 파랑과 함께 거실에서 각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연락 올 일이 거의 없는 내 핸드폰에 알람이 2번 울렸다. ‘브런치’였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많이 반가웠고 기뻤다. 바로 옆에 있던 파랑에게 이야기했고 축하해 줬다. 파랑은 소재가 좋고, 작년보다 지금 글이 훨씬 좋다고 당연한 결과라며 기뻐해 주고 응원해 줬다. (파랑은 2번만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글을 보면 알게 되겠지만 ^^;;) 사실 세 번째 도전을 한 것에는 ‘아들’도 큰 역할을 했다. 사실 처음에 떨어지고 나서도 ‘브런치’를 꼭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굳이 귀찮은 도전을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늘 아들에게는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하고, 처음에는 다 어려운 것이라고 말하면서 정작 아빠는 본인 일에는 이런저런 핑계로 쉽게 뒤돌아 서려고 했던 것이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아빠는 아들에게 좋은 아빠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스스로 대견스러웠다. 아무튼 이렇게 거의 1년에 걸쳐서 어렵게 ‘작가’가 되게 해준 ‘세 번째 합격 신청 내용’도 이곳에 남겨 둔다.


[작가 소개]

어릴 적엔 하라는 대로 정해진 대로 남들처럼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것이 올바른 삶이라고 믿으며 명문 대학을 가고 대기업에 입사했습니다. 서른이 넘어 결혼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늦지 않게 결혼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누가 정해놓은 그 틀만 열심히 따라가며 잘 살아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뒤늦게 아이를 키우면서 드디어 처음으로 스스로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이 내 행복인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 ‘생각’을 위해 떠나온 이 먼 곳 호주에서 그 ‘생각’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브런치 활동 계획]

<아빠의 호주 육아 일기>라는 테마로 아빠로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한 경험과 생각, 그리고 부부와 가족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 내 아들은 어떤 아이일까? /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 우리 아이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 아빠와 엄마의 영향과 무게


<하지 못한 마음속 이야기>라는 테마로 스스로 행복해진다는 것, 우리 삶을 이루는 것들에 대해 나누고 싶습니다. - ‘다름’과 ‘틀림’은 다르다 - 차이의 표현 / 마음 따뜻해지는 풍요로운 소비습관 - 기부와 후원이란? / 그들은 어디에나 있다 - 멘탈 뱀파이어 / 교회는 집이 아니다 - 사회적 거리두기


[샘플 글 3개]

갑자기 뒤바뀐 우리의 자리 (부부의 세계) 

사라져야 할 ‘아빠 육아’ (아빠는 왜 필요할까?)

다른 이의 사정이 궁금하다 - 험담의 시작 (남 이야기)






세 번의 도전이 남긴 것들


세 번의 도전 / 첫 구독과 첫 라이킷


별 고민 없이 지원한 브런치에 한 번에 손쉽게 합격한 누군가에는 내 이야기 자체가 ‘뭔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겐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덕분에 생각을 나누고 글을 적는 것에 대해 많이 고민할 수 있었다. ‘내 생각’을 ‘내 글’로 적는 것이 소중한 일이고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얼마 전부터 천천히 ‘브런치’를 시작하고 있다. 어쩐지 모를 설렘에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더 일찍 일어나고 있다. 처음이라서 아무런 기대 없이 올리는 글에 라이킷(좋아요)을 눌러주신 분들, 그리고 처음 구독을 해주신 분들의 이름은 아마 평생 못 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이 글을 쓸 수 있게 해 주신 아주 많이 고마운 블로그 이웃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덕분에 매일 포스팅을 할 수 있었고 덕분에 새로운 도전할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부족한 내 글에 항상 몸 둘 바 모를 응원과 칭찬을 주시는 소중한 블로그 이웃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브런치’를 시작했다고 해서 블로그가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앞으로도 같은 시간에 늘 기록을 남겨둘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도.




<브런치를 시작하며 읽으면 좋은 글 모음>


놀라운 정신승리 기술로 계속 쓰기

글쓰기에 진심인 사람들

구독자는 그저 과거의 영광이 누적된 것

글의 힘을 보여주는 이곳

쓰는 우리가 이곳에 계속 남기를

다시 읽고 싶지 않은 작가와 글

독자로서 사랑하는 브런치

브런치 중독자라면 꼭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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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브런치 이용법

라이킷, 댓글 그리고 구독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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