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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l 20. 2021

가족 같은 회사 - 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

<사소한 결정이 회사를 바꾼다>

회사 돌아가는 것을 적당히 알게 되었을 때 ‘도대체 왜 야근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정시 퇴근을 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곤 했었다. 오늘부터 당장 모든 직원이 정시에 PC를 끄고 집으로 돌아가도 대세에 지장이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칼퇴’라는 부정적인 말도 없어지고, 오히려 능률이 올라서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내 상상이 현실로 찾아왔다. 이제 실제 제도적으로 ‘주 40시간&일 8시간 근무’가 자리 잡고 있다. 내가 휴직하기 전부터 적용하여 운영해왔으니 꽤 시간이 흘렀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내가 느낀 바로는 최소한 나빠진 점은 없으며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더 많았다. 서로 눈치 보며 앉아있는 문화가 사라졌으며, 할 일을 자기 업무 시간에 집중해서 하고 퇴근하게 되었다. 시간 사용 효율이 늘어나니 전체적으로 구성원의 분위기도 좋아지고 회사에 더 활력이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회사 일에도 도움이 되면 되었지 마이너스는 아니었다고 본다.


물론 도입 초기에 책임을 져야 하는 리더들의 불편함이 있었다고 한다. 언제까지 일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이놈의 제도 때문에 야근을 못 시켜서 동동댔다고 들었다. 그래서 심지어 숨어서 일을 시키거나, 정상적인 근무 등록을 하지 못하게 하기도 했단다. 이건 제도 정착 시기의 소문이었으니 지금은 그런 일이 없을 거라 믿지만 아쉽게도 분명히 있을 테다. 이런 경우에는 그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그 일의 데드라인과 필요한 인력을 리더가 잘못 설정한 것이다. 일의 목표를 재설정하든지, 추가적인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 예전처럼 제한된 리소스로 쥐어 짜내는 것은 모두에게 좋지 않다.






오랜만에 ‘회사 이야기’를 하니 여러 에피소드가 마구 떠오르며 손가락이 멈추질 않는다. ‘습관적인 야근’에 대한 아주 오래된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도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꼭 회사에서 저녁을 먹고 그 이후에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을 일상 스케줄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다.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해도 시간이 모자라서 어쩌다 그러면 이해가 가지만 이게 매일이라면 내 상식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대부분 이런 분들은 실제 주어진 업무시간을 집중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못된 버릇과도 같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터넷 서핑. 배꼽시계보다 더 정확한 담배 타임. 끊길 듯 끊기지 않게 줄줄이 이어지는 커피 잡담. 이렇게 업무 시간을 화려하게 흘려보내고는 퇴근 시간 즈음에 멋지게 한 마디 한다. ‘자 이제 저녁 먹으러 갑시다!’


도대체 왜? 난 업무 시간에 할 일 다 해서 이제 가족들이랑 밥 먹으러 갈 건데? 저녁을 먹고 와서도 그런 분들이 어떻게 머물다가 돌아갔을지 눈에 훤하다. 적당히 끼적끼적 대다가 일한 티를 내기 위해 전체 메일을 별 내용 없이 찍 보내고 퇴근한다. (팀장 참조 필수)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하루 고생했다며 술자리를 가진다. 다음날은 어제 일하느라 너무 무리했다고 다시 업무시간을 허비한다. 그리고 이 패턴은 계속 반복된다. 휴... 써놓기만 해도 벌써부터 속이 답답해진다.






위의 ‘야근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회사에서 신경 써야 할 수많은 것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회의 문화’, ‘협업 문화’, ‘평가 문화’, ‘소통 문화’ 등 수많은 요소들이 존재하고 이런 것들이 회사를 만들어 간다. 혹시 위의 요소들에서 공통점을 찾았는가? 매우 공적이고 이성적인 조직으로 보이는 ‘회사’를 이루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문화’, 바로 ‘조직문화’다. 오늘 소개할 책에서는 바로 이 ‘조직문화’를 아주 정확하고 임팩트 있게 다룬다.


망하고 실패하는 회사의 주요 원인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조직문화’라고 한다. 마치 이혼 사유의 ‘성격 차이’처럼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잘 나가고 성공한 회사의 주요 원인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이 이 ‘조직문화’다. 그만큼 회사 자체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하다.


책은 ‘조직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합리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려 간다. 사실 회사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모두 이론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하지만 우린 그 이론이 실행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모두가 동의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은 도대체 왜일까? 결국 바뀌면 누군가에게 불편한 점이 생겨서 그렇다. 지금이 유리하고 편한 사람이 변화를 막고 있는 것이다. 필요하지만 답답하게 막혀있는 것들 중 이야기하고 싶은 3가지를 풀어놓는다.






창의적인 갈등


회사에도 여전히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분위기가 많다. 굳이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특히 상사에게 라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토론, 논쟁, 담론은 어불성설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런 행태는 다른 모든 나라에서도 그렇다고 한다. 책에서는 이렇게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자율성 용기를 갉아먹으면서까지 갈등을 피하고 타인을 기분 좋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자신도 기분이 좋아지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이 공통 원인이다.’ 쉽지 않은 인간의 특성을 지녔지만 회사는 놀러 온 게 아니고 일을 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생각의 틀을 바꿔서 건설적인 대화가 이루어져야겠다.



실수에 대한 자세


회사에서 실수는 거의 죽음과도 같이 여겨진다. 그래서 그 실수를 덮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엄청난 일들이 벌어진다. 분명 똥을 싸 놓았는데 똥 싼 사람이 없다. 똥은 치워야 하니 누군가 치우는데 그 사람이 똥 싼 사람은 아니다. 이렇게 서로 똥 싸고 나 몰라라 하다 보니 회사에는 똥은 계속 쌓이고 똥 치우는 사람들의 불만도 점점 쌓여간다. ‘실수’라는 것은 그것을 인정하고 그것에서 배움을 찾는 것에 의미가 있다. 하지만 누구도 실수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니 도대체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알 길이 없다. 그리곤 아무렇지 않게 다음 똥으로 넘어가기 쉽다. 아쉽게도 다음 똥도 저번 똥이랑 비슷하기 일쑤다.



평가/승진 제도


누가 리더가 돼야 하는가? 답은 정해져 있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회사에서는 인정받는 눈치다. 열심히 하는 척 잘하고(=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누군가에게 잘 보이며(=줄을 잘 서고), 똥을 잘 싸는(=내 똥은 좋은 똥이었다며 실수를 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사람. 구성원이 인정하는 진정한 능력자가 리더가 되지 않는다면 그 조직은 건강하지 않고 희망이 없다. 능력 있는 사람은 떠나갈 것이고, 그저 그런 사람들만 남아서 서로 의미 없는 경쟁만 하게 된다. (내 똥이 최고야~)






이래서 안된다 저래서 안된다는 이야기는 쉽다. 하루 종일 쓸 수 있다. 나도 그 속에 있었고 마땅히 건강한 ‘조직문화’를 위해 엄청나게 힘쓴 것도 아니었다. 이렇게 당연한 말만 늘어놓고 나는 아닌척하고 있으니 부끄러워진다.


내 글을 읽으면서 고객을 연신 끄덕이며 깊게 공감했지만 결국 나처럼 그래서 내가 어떤 노력을 했지?라는 의구심이 드는 분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모두 스스로 조금씩 변화하면 언젠가는 나아질 것으로 믿는다. 가족 같은 회사는 못 돼도 가족을 위해 다닐 만한 회사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읽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


사소한 결정이 회사를 바꾼다’ (마거릿 헤퍼넌/문학동네) - 2018 완독

(부제 : 우리가 직장에서 말하고 질문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대하여)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짧은 분량으로 이렇게 잘 전달한 적도 없었다.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리더 모두가 읽어야 할 책.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역설적이며 딜레마적인 상황을 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절묘한 적용과 활용이 필요하고 이는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터득될 것이다. 모두가 공감하고 시도되어야 하겠다. 우선은 나부터 그렇게 행동하자.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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