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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l 26. 2021

그곳에 가보고 싶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책방이나 서점을 떠올리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아마 그곳에 들어설 때 찾아오는 각자의 특정한 설렘이 있지 않을까 싶다. 어릴 적 내 기억 속의 첫 책방은 돼지갈빗집에서 가족 외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있던 동네 서점이다. 별 목적 없이 항상 들러서 구경했다. 높고 복잡한 서가를 오가며 다양한 책들을 뒤적이고 신기해하며 즐거워했었다. 가끔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사서 집으로 가져와 읽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 시답지 않은 미스터리, 공포 괴담 같은 이제는 찾기도 힘든 비급 짜깁기 인쇄물이었지만. 그래도 새 책을 만나서 읽어보는 그 기분은 항상 짜릿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서점이 눈에 보이면 꼭 호기심 어린 발걸음으로 찾게 된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게 된 후에는 책방에서의 시간이 더 재밌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 알게 되는 것도, 나만 아는 줄 알았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도, 새로운 책이나 작가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것도. 괜히 책을 읽은 것도 아닌데 나설 때에는 많이 읽고 나온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책방과 서점은 책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의 취향을 만족시켜서 책을 판매하며 장사를 해나가는 곳이다. 요즘은 우리의 추억의 장소인 동네책방뿐만 아니라 대형 서점들도 휘청이며 문을 닫는 곳이 많다. 책을 여전히 많이 읽지 않는다는 우리나라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것인지 원래 그곳의 비즈니스 특정이 쉽지 않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존재를 이어나가기 위해 이런저런 여러 가지 변화를 추구하기도 한다. 어느 서점에는 도서관이나 카페처럼 커다랗고 긴 테이블을 비치해 놓았다고 한다. 과거의 허름한 동네 책방이 아닌 트렌디하고 깔끔한 작은 독립 서점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쉽지 않고 녹록지 않은 환경이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막연하게 꿈꾸는 게 있다. 자기만의 책방을 가져보는 것이 그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내 작은 책방을 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지낸다. 그런 꿈을 품고 지내던 중 우연히 ‘아주 독특한' 책가게를 만났다.






혹시 ‘츠타야’라는 서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10년도 전부터 여기저기서 많이 인용되고 회자되면서 알려진 일본의 책방이다. 근데 그냥 책을 파는 곳이 아닌 이 책의 제목처럼 '취향’을 설계, 기획하고 그것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한다. 성공한 대형 체인 책방 사장님의 성공담과 노하우를 담은 책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책’은 여러 가지 아이템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고객’을 이해하고 고객이 필요한 것을 ‘기획’하여 제공하는 ‘경영’이라는 것의 본질을 온몸으로 이해하고 있는 ‘거장'의 이야기였다. 그저 ‘책방이나 하나 하면 좋겠다’라고 쉽게 생각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배울 것이 아주 많은 책이다. 여러 회사에서 수없이 외쳐대는 ‘고객 중심’이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고객의 기분으로 답을 찾으면 고객은 찾아온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허용하는 것이 성장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스스로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즐거움도 없고 성장도 없다’) 또한 내 생각과 아주 일치하는 한 마디를 찾고는 기분이 통쾌해지기도 했었다. (‘비관은 기분에 속하지만 낙관은 의지다’) 꼭 회사를 다니거나, 어떤 사업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살아가면서 우리가 스스로 가져야 할 자세와 태도에 대해 깨달음을 준다. 이런 사람에게 ‘구루’라는 말을 써야 하지 않을까?


아쉽게도 직접 ‘츠타야’를 방문해보지 못했다. 앞으로도 그럴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다. 내가 갈 수 있을지, 갈 수 있을 때 그곳이 계속 건재할지. 하지만 멀리서 이렇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곳의 굉장함이 충분히 상상이 된다. 그곳은 멋지고 설레는 곳이 분명하다.




읽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마스다 무네아키) - 2018 완독


뭔가 엄청난 사람을 만난 느낌이다. 강건하고 굳건한 의지가 느껴진다. ‘기획'과 '고객'을 생각하는 것이 천상 비즈니스의 구루였다. 항상 도전하고 나아가는 것이 일상이자 핵심이라는 저자를 보며 '나는 어떻게 일하고 있는가?'라는 자기반성이 절로 되었다. 특히 일에 대한 ‘각오’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가슴이 턱 막힐 정도로 무어라 대응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그런 ‘각오’가 무엇인지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일을 할 것이라면, 소중한 일생을 살아간다면 항상 이런 자세로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지금의 직장 생활에서도 그렇고, 나아가서 나중의 내 일을 하게 될 때도 그것이 맞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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