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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Dec 22. 2021

책에서 받은 질문과 얻은 생각과 행한 고민

네이버 도서 인플루언서 선정

지독한 어휘력 부족과 더 악랄한 맞춤법 헷갈림 때문에 검색을 자주 한다. 이만큼 찾아봤으면 머리에 남을 때도 되었지만 찾은 걸 또 찾고 다시 까먹곤 한다. 그 외의 정보는 생사가 달려있지 않다면 당장 급하지 않아 귀찮아하며 미룬다. 가격 비교라든지 제품 성능 확인 같은 건 차라리 모르고 결정하는 게 마음 편해서 일부러 안 본다. 바로 옆에서 아내 파랑이 맛집을 고르다 지쳐있으면 바로 그때 살기 위해 찾는 척을 할 뿐이다. 딱 하나의 예외가 있는데 바로 영화를 보고 나서다. 도무지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의문이 맴돌 땐 답답해서 곤란해진다. 한번 더 보면 명확해질 것 같지만 2시간가량의 영상을 다시 즐기는 건 부담이다. 이럴 땐 다른 이의 후기를 찾아본다. 대부분 비슷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기에 곧 풀린다.


책은 영화와 다르다. 언제든 궁금하면 해당 페이지를 찾아서 다시 읽을 수 있다. 굳이 다시 극장에 갈 필요도 없고 모니터 앞에 자세 잡을 필요도 없다. 종이책은 손을 뻗어 잡아 들고 펼쳐보면 되고 전자책이라면 클릭 몇 번으로 돌아가면 된다. 외국어로 된 책이 아니라면 어지간히 내용을 이해하고 마무리된다. 그럼에도 아주 가끔 책에 대한 타인의 글을 찾아본다. 부르는 이름은 다양하다. 서평, 책 리뷰, 독후감. 그게 뭐가 되었든 상관은 없지만 공통점은 늘 아쉬움이었다. 나만 모르게 책 읽고 쓰는 글의 양식이 쫙 돌았던 것처럼 죄다 판박이였다. 책의 내용을 줄줄 읊거나 아예 고대로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옮겨 놓았다. 알고 싶은 건 눈이 있으면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었다. 찾고 궁금해했던 건 읽은 당신이 무엇을 경험했냐였다. 책에게 받은 질문, 읽고 얻은 생각, 덮고 나서 행한 고민. 이런 게 알고 싶었다. 출판사에서 남긴 책 소개와 다를 바 없는 글들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읽기 전에도 읽은 후에도 앵무새처럼 똑같이 말하는 내용은 필요가 없었다.


그동안 접한 책 읽고 쓴 글이 세상의 전부는 아닐 테다. 분명 이상적인 독서 후기가 어딘가 있을 테지만 만나기 어려웠다. 하나 같이 상품 설명서처럼 보였다. '이 책의 두께와 페이지는 이렇고 어떤 종이를 썼으며 이런 글자체를 사용했습니다.' 워낙 각박한 세상이라 출판사의 요청으로 쓰인 글이 많아서 그렇기도 하다. 마음이 우러나서 읽은 책이 아니니 얼른 대충 내용만 얼기설기 옮겨 놓고 '참 좋은 책이다'라고 끝나고 만다. 책에 나온 이야기는 그 책이면 충분하다. 책에 대한 이야기는 달라야 했다. 주변에 원하지 않는 책에 대한 글이 넘치고 있었다. 이미 넘쳐흐르는 곳에 나까지 한 방울을 더 얹기 싫었다. 다르게 쓰기 시작했다.


직접적인 내용 언급이나 구절 인용을 안 하려고 애쓴다. 그보단 느낀 마음을 그대로 옮기려고 노력한다. 책은 내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몰랐던 사실을 일깨워 주며 풀지 못할 질문을 마구 쏟아낸다. 이것을 받아 든 내가 겪는 고민의 과정을 쓴다. 어떨 땐 책 이야기 전혀 없이 내 할 말만 하다 끝나기도 한다. 심지어 그 흔한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다. 가끔은 에세이나 수필인 줄 알고 읽으시는 분도 있다. 그래도 책을 읽었기에 책에 기대어 쓸 수 있는 책에 대한 글이 맞다. 책 읽고 쓴 글도 하나의 글로서 홀로 설 수 있길 바라며 쓴다. 내가 처한 상황과 망설임에 고개를 끄덕이는 누군가에게 그 책이 다가갈 것을 믿으면서. 나름의 고집스러운 철학을 가지고 꾸준히 써왔다. 다 쓰고 나면 이게 무슨 책에 대한 글이었는지 나조차 헷갈릴 때가 많았지만 상관없었다. 쓰고 싶었던 건 읽은 책이 아니라 했던 생각이었으니.


읽기만 하다가 어디 한 번 나도 내보자고 나서는 바람에 덜컥 책을 출간했다. 책을 낸 건 낸 거고 그 이후로도 읽고 쓰기는 계속되었다. 여느 때처럼 매일 쓰던 어느 날 왕래하던 친한 분이 처음 듣는 권유를 해주셨다. '네이버 인플루언서에 도전해보세요. 책을 내셨다면 쉽게 되실 거예요.' 허투루 말씀하실 분이 아니라서 그게 뭔가 하고 찾아봤다. 뭔가 어마어마해 보였다. 일단 이름이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었다. 마침 출간 후에 도대체 그 인플루언서들이 언제 내 책을 리뷰하나 기다리다 목이 빠져버린 상태였다. 바로 이거였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인플이 되는 게 빠르겠다는 웃픈 판단을 내렸다.


2년이 넘은 블로그는 뭐라고 이름을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정체성이 모호했다. 특정 분야를 정해서 지원을 해야 하는 데 주인인 나도 얘는 도대체 뭘까 싶었다. 육아인지 해외살이인지 서평인지 글쓰기인지 영어인지.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회사에서 자주 쓰는 '눈 가리고 아웅 전략'을 썼다. 속은 그대로지만 겉만 바꿨다. 이리저리 요리조리 탈바꿈시켰다. 제목도 <하얀 바탕에 검은 글자를 채우는 새벽>으로 달아줬다. 누가 봐도 책 좋아하고 글에 미친 사람의 공간으로 보였다. 신청 날짜를 정하고 평소보다 자주 책에 대한 글을 올렸다. 드디어 D-Day가 찾아왔고 심호흡을 크게 한 뒤 '지원 버튼'을 힘차게 눌렀다.


심사 기간은 약 7일이 걸린다고 했다. 그 기간에 성패가 갈리겠구나 싶었다. 그날부터 매일매일 서평을 꼬박꼬박 올렸다. 심사 담당자 보란 듯이 마구마구 자신 있게 썼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이런 거라고 시위하듯이. 일주일이 지났는데 답이 없었다. 그때 딱 촉이 왔다. 이 사람 망설이고 있구나. 얘 좀 특이한데 어쩌지 하면서 당황하고 있구나 싶었다. 이때다 싶어서 일주일 내내 써서 이미 지겨워진 독후감을 계속 쓰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일어나서 아직 오지 않은 결과를 확인하고 다시 쓰길 반복했다. 심사관과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혼자 했다. 엊그제 저녁, 그날도 답이 없으면 다음날 또 어떤 책으로 써야 하나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다. 바로 그때 받아보지 못한 낯선 메일이 도착했다.


시원하게 합격했다. 서평에 대한 진심과 끝까지 매달렸던 끈기가 통했다고 믿는다. 다른 인플처럼 방문자 득실득실한 블로그도 아니라서 그걸 알아준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틀에 박혀 살아온 게 억울해서 나만의 색깔을 갖고 싶어 욕심도 내보고 떼쓰며 지냈는데 작은 인정을 받은 것 같아 뿌듯했다. 혹시 이번에 되지 않았어도 어차피 계속해볼 요량이었는데 보시는 분이 그걸 느꼈던 게 아닐까? 얘는 보통이 아니니 그냥 해주자고 한 게 아닌가 싶다. 그냥 기다릴까 싶을 때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며 잡고 끙끙댄 노력이 전해진 모양이다. 기쁘고 기대된다. 뻔하디 뻔하게 흘러가는 책 읽고 쓴 글 사이에 다르다고 믿는 내 글을 섞어 넣을 수 있어서. 책을 사랑하고 글을 아끼는 분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인플루언서명을 초록 검색창에 치면 이렇게 제가 나와요! 특정 검색어에서 상위를 차지하면 금은동 왕관을 쓰고 앞쪽에 나온답니다! 신기하네요. 이 글이 당신에게 전해졌다면 찐하게 <팬하기> 눌러주세요! '싫은데?'라고 하신다면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저 아래 링크를 통해 제 책을 사보셔도 좋습니다. 무조건 둘 중 하나는 해주셔야 합니다. 아니라면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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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브런치보다 1년 정도 먼저 했어요. 이 차이는 1년 동안 브런치 작가 신청을 탈락했기 때문이죠. 하하. 각각의 애정이 다르고 분위기가 달라요. 차이가 좀 있다면 블로그에는 초초고를 올리고 브런치에는 초고를 올리죠. 비슷비슷 도긴개긴이지만요. 블로그에는 아직 이곳에 발행되지 않은 미공개 글들이 있는 셈이고 브런치에는 나름 한 번 더 고친 정제된 글이 올라오는 거죠. 결론은 브런치를 더 사랑한다가 되려나요? 아, 말 나온 김에 조만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이야기 한 번 해볼게요. 한 번 풀고 넘어가야겠죠? 하하. 인플루언서 팬이 많이 늘어나면 바로 돌아올게요. 아니면 좀 나중에 올지도 몰라요! 푸하하.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책을 읽고 쓰다 보면 생기는 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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