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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Dec 04. 2021

신을 독점하려는 착각

<세 종교 이야기>

가장 많은 사람이 믿는 종교가 무엇일까?


우리나라를 붉은 십자가 건물로 뒤덮은 개신교? 오래된 전통과 교황이 건재한 가톨릭? 인구가 많은 인도와 중국에 있는 불교나 힌두교? 정답은 우리와 아주 낯선 이슬람교(수니파)다. 14.4억 명으로 2위인 가톨릭(12억)과 2억 명이나 차이가 있다. 의외로 개신교는 4.4억 명으로 힌두교(9.8억 명)와 불교(5.9억 명)에게도 미치지 못한다. (*숫자 자료는 <세 종교 이야기> 참고 - 2013년 통계)



평소 예상과 좀 많이 달랐는가? 그렇다면 하나 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가톨릭+개신교) 이 세 종교의 뿌리가 같다.’ 이 세 종교가 믿는 하나님은 모두 같은 분이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전혀 다른 세계의 종교들이 그 시작은 같은 뿌리에서 시작되었다. 심지어 각자의 성경도 일부는 공통으로 믿고 읽는다.



이쯤 되면 도대체 ‘종교’란 무엇인지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 인간을 지탱하고 발전시켜 온 중요한 무형의 개념들 중 하나라고 이해하고 있다. ‘나라, 국가, 민족’이라는 개념이 원래는 없었지만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해 만들어지고 모두가 믿고 따르는 것처럼. 이 ‘종교’라는 개념도 우리가 아닌 더 높은 차원에서 우리 세상이 지켜지고 다스려진다는 믿음을 개념화했다.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낸 ‘종교’라는 개념은 ‘인간’에게 도움을 주고 긍정적인 효과를 바라며 만들어졌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불변의 믿음’은 삶에 활력을 주고 어려운 순간에도 우리를 지탱해준다.



아쉽게도 ‘종교’를 떠올리면 꼭 이런 좋은 모습만 따라오지 않는다. 역사상 있었던 수많은 종교 전쟁, 종교 부패, 종교 개혁, 종교 갈등을 보면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종교’가 인간을 힘들게 하는 모습을 너무도 자주 볼 수 있다. 서로 자신이 믿는 것을 믿으면서 종교 생활을 하면 될 것인데 왜 이렇게 다투고 서로 없애지 못해 안달일까?



여기서부터는 이 ‘종교’라는 개념이 빠져도 설명이 된다. 내가 더 옳다고 믿고, 남은 옳지 않고 나쁜 존재, 사라져야 할 존재라고 여기는 인간의 특징 때문이다. 한마디로 '다름’을 인정할 수 없고 나를 제외한 다른 것들은 모두 ‘틀림’이라고 여겨서다. 이런 인간의 특징에는 다른 개념을 넣어도 성립한다. ‘인종차별’을 넣어보면 어떨까? 나와 다른 피부색을 나와 같은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모두 모자라고 틀린 인간으로 여기는 행태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이런 ‘나 빼고는 다 틀려’라는 특징이 인간의 최고 특징이라고 여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서로에 대한 다름을 인정하려면 먼저 서로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와 지식이 필요하다. 물론 이런 단계까지 가기도 쉽지 않다. 그냥 싫기 때문이다. 싫으면 보기도 싫다. 이 책은 뿌리가 같은 세 종교에 대해 아주 쉽고 편안하고 재미있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의 3요소 : 쉬움, 편안, 재미) 종교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인간 세상을 채우는 큰 개념인 ‘종교’에 대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훌륭한 책이다. 혹시 종교를 가지면서 다른 종교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종교에 대해 잘 모르고 오해하는 부분이 있었다면 많이 바로 잡아줄 것이다.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특히 ‘이슬람’이 가지고 있는 다른 종교에 대한 관용과 포용에 적잖이 놀랐다.



다른 이를 조금 더 알고 이해하고 나면 그를 대하는 것이 예전과 많이 달라진다. 누구도 더 옳고, 누구도 더 틀리지 않음을 알게 된다. 우리에게 ‘종교’가 왜 필요하고 무엇을 위해 생겼는지 생각해보자. 어느 종교도 다른 이를 미워하고 피해를 주고 없애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모두 하나님을 경외하고, 우리 주변을 사랑하고 도우라고 말한다. 이 책을 종교인들도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모두 꼭 읽어보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이 구절을 다 함께 새겨보자.



‘우주 속에는 필연적이고 영원하고 무한한 존재가 딱 한 분이 계시다. 오늘날 세상에 존재하는 종교 간의 갈등이나 논쟁은 저마다 신을 독점하려는 데 있으며 자신들만이 필연적이고 영원하고 무한하다는 착각하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파스칼 <팡세>




읽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


‘세 종교 이야기’ (홍익희) - 2018 완독


좋은 책이다. 정리가 잘 되어있다. 조각조각되어 있던 정보가 하나로 잘 합쳐져서 쉽게 이해된다. ‘종교'란 무엇인지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책. 그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각각의 이해와 믿음의 다름 때문에 더 중요한 우리 '인간'이 피해를 입고 힘들어진다면 애초에 그 ‘종교'가 탄생한 이유와 배척점에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항상 ‘다름’을 인정해야 하고, 그 ‘다름’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지 항상 염두에 두며 살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종교'도 인간의 역사의 한 축으로서 필요에 의해 발전시켜왔던 도구로 보는 입장이다. 유용해야 할 수단이 단점이 있다면 보완을 하거나 아예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라면 인간에게 정말 필요한지 돌아볼 때다.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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