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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Nov 26. 2021

시간을 대하는 나만의 속도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어릴 적엔 낮잠을 자고 나면 그렇게 억울했었다. 내 소중한 시간이 날아가버린 기분이 들었다. 그 시간에 놀았으면 훨씬 신나게 즐겼을 것 같은데 그냥 자버렸다는 생각에 괜히 그랬다. 그렇게 시간에 대한 개념이 생겨버린 후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있다. ‘지금 몇 시지?’


늘 눈길 가까이에 시계가 있다. 항상 그 숫자를 보며 내 생활의 흐름을 파악한다. 그러다 보니 그 숫자의 노예가 되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계산하며 동동거리며 산다. 어느 한순간도 빠짐없이, 심지어 자고 일어나자마자 그리고 자기 직전에 확인하는 것은 그 ‘시간’이다. ‘지금 몇 시지?’




도대체 이 시간은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 질문이 잘못된 것일 수 있겠다. 시간은 언제나 있었을 테니까. 그럼 이 시간을 어떻게 인지하게 되었을까? 해와 달이 뜨고 지고, 날씨가 변하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을까? 나이가 들면서 자라고 죽으면서 변화하는 몸으로 알게 된 걸까? 그것이 ‘시간’이라는 이름이든 아니든 간에 우리는 그 ‘달라짐'을 늘 느끼고 있었다.


‘시간’은 이 ‘달라짐'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면 무언가 달라진다. 우리가 인지하든 못 하든 분명 무언가 달라져있다. 그 달라짐을 깨달으면 시간을 활용하기 시작한다. 어떤 일을 하기도 하고, 공부를 하기도 한다. 때론 운동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그 달라짐을 느끼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달라짐을 거부하기도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달라짐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최소한 그 ‘누군가의 시간’은 흘러갔다.


‘누군가의 시간’? 시간은 어느 하늘에 매달려 있는 개념이라기보다는 각각에게 속해 있다. 시간은 공통적이지만 개인적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평생의 시간을 사용한다. 죽기 전까지 말이다. 결국 이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존재하지만 그 한계가 있기에 유한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유한한 내 인생의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고민에 빠진다. ‘내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서 나를 달라지게 할 것인가?’ 우리 앞에 시간과 함께 놓여있는 인생의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각자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해나가며 의미 있게 보낸다면 아주 이상적일 테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우리는 너무 쉽게 다른 사람의 시간을 엿보게 되었다. 또 시간을 표현하는 숫자에 집착하게 되면서 ‘비교’가 시작되었다. 생각해보자. 시간이라는 것은 얼마나 편한 잣대인가? 모든 것에 시간이 적용이 된다. 그 일을 하는데 필요한 노력, 그 일을 한 사람의 나이, 그 일이 가져오는 경제적 가치 ‘얼마 만에 그것을 이루었다’, ‘몇 살인 사람이 그 일을 했다’, ‘그 일로 얼마를 벌었다’ 뉴스에서든 지인으로부터 듣는 소식이든 늘 이런 식으로 우리는 어떤 일에 대해 전해 듣는다.


모두에게 시간이 무한했다면 이런 경쟁은 의미가 없다. 모두가 영원히 살고 영원한 시간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비교가 존재할 수 없다.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 천국에서는 이런 시간의 개념이 유한하지 않기에 행복하다고 한다. 우리의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무엇인가를 이루가 가지려고 아등바등 댄다.


그동안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누구보다도 급하고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난 뒤, 돌아보니 별로 남은 게 없다. 무엇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시간을 비교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늘 침착하고 여유로운 사람이 부러웠다. 나도 내 시간을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사용하고 싶었다. 이제라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다른 사람과의 시간을 비교하지 않겠다. 느리든 빠르든 상관없이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고 싶다.


이 책은 내게 ‘시간’에 대한 이런 생각의 변화를 주었다. 시간에 쫓기듯 살아가는 그 누군가에게도 이 책이 '시간’을 생각해 볼 ‘시간'을 줄 수 있기를.




읽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사이먼 가필드/다산북스) - 2018 완독


기존에 시도했던 ‘시간의 역사’라는 책보다는 훨씬 쉽게 읽어 내려갔다. 작가의 유머와 위트도 적절했고, 잡다한 이야기들을 시간으로 잘 엮었다. 비록 시간이 좀 없어서 후반부에는 집중해서 읽지는 못했지만. (특히 시계를 만들고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영혼을 놓게 되었다)


참 ‘시간’이라는 개념은 정말 알쏭달쏭하다. 무언가 흐른다는 이 개념조차 ‘시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인지할 수 있다. 만약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었다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더 행복할까? (시간의 압박이 없기 때문에) 더 지루할까? (항상 똑같기 때문에) 의미와 보람이 덜 할까? (무엇을 성공하고 말고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시간'을 초월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시간’을 어떻게 대하고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이 맞겠다.


난 가끔 너무 ‘시간'에 구속받고 지낸다. 어느 한순간도 지금 몇 시지? 얼마나 지났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산 적이 없다. 괴짜 천재들을 보면 ‘시간' 개념이 없는 사람들도 많던데 난 이미 글렀다. 하하. 시간과 상관없이 살아가는 어린 아들은 계속 그렇게 자라서 살아가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상상해 보라. '시간' 개념 없이 사는 사람이라니!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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