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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Nov 16. 2021

지금 여기서 살아가는 나는 누구인가?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나는 오늘 피었다 지는 이름 없는 꽃과 같네
바다에 이는 파도 안개와 같지만

언젠가 이 찬양 가사를 접했을 때 눈물이 났다. 오랜만에 찾아간 예배였기에 종교적인 감성이 역할을 했겠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보아도 충분히 슬펐다. 왜 눈물이 났을까? 가사 내용처럼 내가 정말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존재와 같아서? 아니면 아등바등 흔들리며 살아온 내가 한심해서? 말로도 글로도 표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 노랫말은 그날 이후 지금까지도 계속 내 마음속에 남아 묘하게 두근거리게 하고 있다. ‘나’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면 요즘 이런 감정을 자주 느낀다.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이런 질문으로 시작하면 도대체 어느 방향을 갈피를 잡아야 할지 참 막막하다. 철학적으로 이 질문에 대해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시도하고 나름의 결론을 내기도 했다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 내게 머무르는 생각을 남겨보는데 의의를 가지며 늘어놓으려 한다. 


다시 ‘나’는 누구인가? 내가 겪어온 경험? 내 일? 내 가족? 내 성격? 이 모든 게 아닐 수도 있고 이 모든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든다는 것은 내 생각이 있다는 것인데 이 ‘내 생각’은 나 인가? 나는 정말 어떤 사람일까? 지금까지 내가 '나'라고 생각해온 것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그 '진실'은 어떤 '내'가 판단을 하는 걸까?


정말 어렵다.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존재 이길래 이리도 답 없는 고민이 많은 것인지... 항상 정해진 정답을 원하고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되길 바라는 나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질문이다.


지금보다 나이를 더 먹으면 좀 더 나아질까? 그렇다면 ‘불혹’이라는 마흔이 되면 좀 정리가 될까? 의혹과 의심이 없는 당당해지는 시기라는 ‘불혹’. 솔직히 아닐 것 같다. 그저 시간이 흘러 저절로 나이가 든다고 풀리지 않는 매듭이 풀릴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이를 먹으면서 달라진 것은 있다. 그동안 태어나서 정신없이 달려오면서 무언가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조차 없었는데 이렇게 고민해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아마 이런 고민이 시작되는 시기가 ‘마흔’ 즈음이 아닌가 싶다.




마흔이 되기엔 아주 멀었다고 생각했던 시기에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다시 2년이 넘게 흘렀다. 무엇이 변했을까? 2년 전에도 40살은 보이지 않았고, 2년이 흐른 뒤에도 40살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와 확실하게 달라진 게 많다. 우선 회사를 가지 않고, 사는 곳이 바뀌었고, 육아 담당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내 생각을 글로 옮기고 있다.


이 책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는 ‘자기’에 대한 파악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이 시기를 놓치면 그 이후에는 영원히 ‘자기’를 모르고 살아갈 수 있다고. 자기를 알아가는 중요한 시기가 이 마흔 언저리, 인생의 '중간 항로’라 칭하고 있다. 이 중간 항로는 꼭 정해진 것처럼 마흔이 아닐 수도 있고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본다. 어느 인생에서든 한 번쯤 맞이하게 될 이 ‘중간 항로’를 받아들이는 자세는 ‘우리는 나에 대해서 잘 모르고, 진심으로 고민하고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시작돼야 한다’고 전한다. 난 이 말에 깊이 공감하며 진실로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내 인생의 중심을 바꿔준 두 단어가 있는데, 바로 ‘지금, 여기’이다. 내가 추구하는 ‘지금, 여기'를 충실하게 보내려면 주체인 '나'를 알아야만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다시 원점이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내 인생의 목표를 정할 수 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스스로 다짐할 수 있다. 지금 여기서 살아가는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지금 그곳에서 살아가는 당신은 누구인가?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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