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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Mar 31. 2022

내 글을 엮어 만드는 새로운 고통

인플루언서 토픽 AWARD 100 선정

뭐든 하면 열심히 한다. 하기로 했으면 그렇게 한다. 옆에서 보면 뭘 그렇게까지 하나 싶기도 하겠지만 내가 찜찜해서 그런다. 안 한다고 정하면 일체 관심을 끊지만 하자고 마음먹은 일엔 최선이다. 몰두하는 일 없이 그냥 대충 살 거면 안 사는 게 낫겠다는 신념을 가진다. 해야만 하는 일도 이왕이면 꼼꼼하게 하고, 하고 싶은 일이라면 열과 성을 다한다. '그냥 대충 해~'라고 던지는 대충 떠진 눈을 싫어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다.


일의 결과가 공개되고 나면 꼭 등장하는 유형이 있다. '열심히 안 했는데 된 사람'. 이 사람의 멘트는 고정되어있다. "많이 준비 못해서 기대하지 않았어요!" 난 믿지 않는다.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발표가 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에게 알리는 심보부터 자신의 노력을 최소화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 전부 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가? 안 될 걸 알면서도 왜 도전을 했는가? 열심히 했다고 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열중한 스스로가 밝혀지면 민망해질까 봐 어떻게든 노력을 줄이려고 포장한다. 조금만 하고 성과를 내었다고 하면 좀 더 있어 보이고 기분이 더 좋은지 어디에나 있는 흔한 풍경이다. 있는 그대로 간절히 바라서 되었다고 하면 뭔가 억울해지나 보다. 궁금해지는 건 그래 놓고 안 되었을 때 지을 표정이다. 쿨하게 제대로 안 했으니 할 수 없지 라며 돌아설까? (I don't think so)


최선을 다해 성공하면 말할 것 없이 기쁘지만 실패해도 여한이 없다. 아쉬움이 아주 없진 않지만 제대로 안 하고 짓는 표정과는 결이 다르다. 스스로 덜 했다고 시인하면 좀 더 해볼걸 같은 후회만 남는다. 할 거 다 해봤는데 안 된 거면 깔끔하게 인정하게 된다. 괜히 돌아보지 않고 다음에 다시 해보자 라는 오기가 생긴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때 필요한 건 질질 끌리는 후회보다는 무모한 오기가 아닐까?


언젠가 읽은 책에 대해 적어 놓은 지난 글들을 정리하고 싶었다. 이미 써진 글을 뭘 정리까지 하냐면 아끼는 책을 주제로 옆에 세워 놓은 생각을 다시 다듬고 어울리는 주제별로 묶어두려 했다. 하나로 관통되는 책과 감정을 한 곳에 두면 좀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새 글을 써야 된다는 압박으로 차일피일 미루어 두고 있었는데 남이 정해준 일정을 잘 맞추는 내게 적당한 기회가 찾아왔다. 작년 말 선정된 <네이버 인플루언서>(도서 분야)를 대상으로 기존에 써둔 글을 엮어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면 우수작을 선정하는 이벤트가 열렸다. 이거다 싶어서 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덤볐다.


4편을 쓰고 결과를 기다렸는데 소식이 없었다. 자신감 넘치는 난 내가 안되면 누가 되겠냐는 생각에 씩씩거렸다. 된 사람들 글을 봐도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역시 제대로 된 글을 못 알아보는 블로그는 블로그인가 싶은 못된 기운을 내뿜다가 언제는 내가 한 번에 되는 일이 있었냐며 훌훌 털고 일어났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처럼 2차 이벤트가 다시 열렸다. 이번엔 8편을 내리 썼다. 맨땅에서 새 글을 쓰는 것보다 쓴 글을 읽고 골라서 다듬고 한 줄로 매끄럽게 이어내는 글을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엉망진창인 옛날 글에 허탈해하며 새로 쓰듯 고치기도 했고, 언제 이런 기특한 생각을 했었지라며 놀라기도 했다. 늘 그렇듯 할 수 있는 걸 다하고 기다렸다.


이번엔 100명에 들어갔다. 기준은 모른다. 나야 스스로의 기준이 이미 충족된 사람이니까 그러려니 할 뿐이다. 어렵게 만들어 놓은 글을 최근 많이 읽어주는 분위기를 느끼며 만족하고 있었는데 직접적인 결과로도 돌아와서 좋다. 기쁜 마음이 사라지기 전에 고스란히 남기며 귀한 자식 같은 글들도 늘어놓는다. 당기는 제목이 있으면 어여쁘게 봐줘도 좋겠다. 당장은 아니어도 초록색 창을 헤매다 내 글을 만나면 아는 체 해도 반갑겠다. 언제나 이야기하지만 내가 쓸 수 있는 이유는 지금 읽고 있는 당신 덕분이다.




<깨알 정보> 큐레이션 서비스 비교

- 네이버 인플루언서 토픽 : 별도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 '인플루언서'만 생성 가능 / 자신이 생성한 콘텐츠만 활용 가능

- 카카오 뷰 : 선정 절차 없이 모두 생성 가능 / 내 거 말고도 모든 콘텐츠 활용 가능



[인플루언서 토픽 AWARD 100 선정작]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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