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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l 12. 2021

그림 좋아하세요?

<아트인문학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모네, 르누아르, 고갱, 고흐, 클림트, 세잔, 칸딘스키, 몬드리안... 익숙한 이름들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아니라면 미술 시간에 시험공부를 열심히 했든지.


미술관에 자주 찾아가는 편인가? 직접 가서 보든 안 보든 간에, 여기저기서 누구누구 전시회가 열린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최초로 한국에 들어온 작가, 최초로 전시되는 누구의 작품이라는 홍보 문구가 어색하지 않다. 이를 보기 위해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찾아간다면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다. 아니라면 애인과의 데이트 코스 다양화를 위해 찾았든지.


우린 얼마나 미술에 관심이 있고 즐기고 있을까? 학창 시절에 매주 빼놓지 않고 들었던 ‘미술 시간’. 이 시간은 우리 인생에 ‘미술’을 어느 위치에 놓아두었을까? 늘 그렇듯 모든 생각은 내 생각이지만 ‘미술’은 우리 삶에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하기 어렵다. 그 단어 자체만으로도 뭔가 좀 사치스럽고, 내 것이 아닌 것 같고 어렵다는 느낌을 준다. 특정 계층만이 미술로 표현하고 즐겨야 할 것 같은 고결함이 어쩐지 우리 생각을 쥐고 있다.


나 역시 초등학교 때 다닌 미술 학원과 중고등학교 입시에 치여 내신을 위해 외웠던 미술 이론을 제외하고는 ‘미술’에 대한 어떤 의미도 내 삶에 없었다.






우연히 듣게 된 (사실은 점수를 잘 준다고 소문이 난) 대학교 ‘그리스 로마 신화’ 교양 수업이었다. 신화의 내용도 흥미진진했지만 그것을 표현한 화가들의 그림들이 내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 순간을 어떻게 화가들은 저렇게 생생하게 그렸을까'라는 생각으로 수업 내내 호기심을 가졌었다. 부풀던 그 마음은 다른 전공 수업들에 치여 미술 관련 교양 수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미술’이 우리 삶에 부가적인 위치인 것처럼, 졸업과 취업을 위해 ‘미술 교양 수업’도 그랬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많이 아쉽다. 그때 더 많이 듣고 보고 느껴 볼 걸.


짧았지만 강렬한 기억 덕분에 ‘미술’이라는 것이 이렇게 존재하는구나 하고 어렴풋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서울의 대학시절 덕분에 아주 가끔이지만 미술관도 여기저기 가보았다. 그리고 종종 책도 읽었다. (매번 시도하던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아직도 실패 중이지만)


취업 첫해, 신입사원 연수 중 맞이한 긴 구정 연휴에 내 첫 유럽여행인 ‘런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같이 갔던 입사동기형이 길치, 방향치인 나 데리고 다니느라 고생 많았다. 보고 싶다) 이층 버스, 본고장 피시 앤 칩스, 템스 강 등 기억의 단편들이 남아 있지만 최대의 감동과 기억은 이곳들이었다. 바로 ‘내셔널 갤러리’, ‘테이트 모던’. 하루 종일 있었다. 가끔은 한 그림 앞에서 아주 오래 있었다. 무엇이 무엇이고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었는데도 그냥 ‘그림’을 보고 있는데도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이것이 내가 받은 나름의 ‘미술’에 대한 생생한 첫 충격이었다.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여러 가지로 표현한다. 소리로, 글자로, 그리고 그림으로. 어쩌면 ‘미술’이라는 것은 그저 이런 인간의 표현 방식 중에 하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어쩌다 이렇게 된 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만들고 접하는 것이 다른 것들보다 손이 많이 가고 불편하기에 우리와 멀어져 있는 것 같다. 오히려 그래서 떨어져 있는 만큼 다른 표현 방식과는 다른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가까이에 있는 어린 아들이 말보다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어 할 때 보면 그려서 마음을 전하는 그 독특함에 놀라곤 한다. 미술이 더 알고 싶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생각으로 모르면 우선 책부터 찾는 나는 여러 서양 미술 입문서를 둘러보던 중 최고의 책을 찾았다. 


이 책의 작가는 엄청난 고수가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책을 쓸 수가 없다. 기초가 전혀 없든 공부를 어느 정도 했든 간에 작가의 생각을 쉽게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단순하게 다른 책들처럼 르네상스 시기부터 인상주의, 현대미술까지 시간순으로 늘어놓은 것이 아니다. 각 시대의 대표성을 다른 창조성이 이를 깨고 새로움을 제시하는 역사의 굴곡을 중심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이는 보통의 내공과 짧은 고민으로는 나올 수 없는 내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주 쉽고 재미있다. 그림을 감상하며 술술 넘기다 보니 어느새 끝나 있었다.


우리가 ‘미술’을 보다 동등한 위치에서 편하게 즐기려면 이런 ‘쉽고 핵심이 있는 책’들이 많아져야 한다. 대학생 때 막 관심을 가졌던 나에게 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그리고 더 많이 보고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읽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


‘아트인문학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 (김태진/카시오페아) - 2018 완독


그동안 관심'만'은 높아서 몇몇 서양미술사 관련 도서를 읽어왔다. 그중에 이 책은 단연 군계일학! (그동안 읽었던 책들이 밑바탕이 된 이유도 있음) 르네상스 시기부터 인상주의, 현대미술까지 시간순으로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각 시대의 대표성을 다른 창조성이 이를 깨고 새로움을 제시하는 역사의 굴곡을 중심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매우 인상 깊은 시나리오였고, 저자의 내공과 본인의 생각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수많은 화가와 그림들은 세세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남에게 이런 흐름을 통해서 서양미술사가 흘러왔다고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책이다.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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