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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n 25. 2021

결국 중요한 시간은

<남아 있는 나날>

제대로 독서를 시작한 지 10년 차. 읽은 책은 처음 목표인 1,000권에 아직 모자라다. 2년 전부터 그 책들에 대한 리뷰인지 서평인지 독후감인지 모를 글을 쓰고 있다. 


글은 책이 정해지면 쉽다. 기댈 곳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책을 고르는 게 어렵다. 내 마음대로인 듯 하지만 그 내 마음을 정하기 위해 나름 많이 고르고 있다.


그중에는 기억 저편에 있다가 기록에서만 발견되는 ('  내가 읽었다고?') 있는가 하면   권의  중에서도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는 책이 있다.


그렇게 남아 있는 이유는 2가지 중 하나다. 아예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책과 작가에 놀랐거나, 또는 이미 알던 명성과 소문 이상으로 훌륭할 때. 대부분 전자의 충격이 후자를 압도한다. (너무 많은 기대는 우리의 만족과 기쁨의 역치를 올려놓는다. 때론 모르는 게 행복!)






오늘 소개할 책은 바로  전자의 대표 주자다.  책을 읽어가면서, 그리고  읽고 났을 때의  기분은 정말이지 앞으로의 독서 인생에서 다시는 느낄  없을  같은 감정이었다. 부족한 필력으로 그때의 감동과 느낌을 표현할  없어 안타깝다. 굳이 가져와 예를 들자면 찰스 디킨스를 처음 만났던 ‘ 도시 이야기 읽었을 때와 비슷했다. (부끄럽게도  디킨스도 몰랐고  책도 몰랐다. 디킨스는 그저 스크루지 영감의 이야기 '크리스마스 캐럴'   알았다.)


아무리 해도 부족할 수밖에 없는 책에 대한 나의 놀라움은 이쯤 해두고 내게 남아 있는 이 책의 단편들을 늘어놓겠다. 이 책은 ‘소설’이다. 모든 배경과 설정, 등장인물들을 작가가 창조했다.


그리고 주인공은 ‘집사’다. 흔히 여느 이야기나 동화에서 나오는 절대 주인공이 될 수 없는 그 직업 말이다. 이 집사의 인생, 직업, 사랑에 대한 내용이 흘러간다.


스토리가 생명인 소설이기에 더 자세한 내용을 담을 수 없지만 어디서도 만나보기 어려운 콘셉트이며 그래서 이 소설의 가치가 더 커진다. 누가 어느 늙은 집사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겠는가?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 완벽히 빠져들어 스스로 집사가 되고 만다. 드라마를 보며 마치 그 주인공인 된 듯 좋았다 나빴다 하듯이 말이다.






우리에게 흔하지 않은 ‘집사’의 이야기지만 다루는 것은 우리에게 아주 흔한 소재다. 바로 ‘지난날들에 대한 후회’와 ‘쓸데없는 가정’이다.


모두들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아쉬워하고, ‘아, 이랬었더라면...’하며 상상해보곤 하지 않는가? 그것이 예전 사랑일 수도 있고, 중요한 결정일 수도 있다. 끄집어내자면 끝이 없다. 이런 생각들은 물론 가끔이라면 우리의 삶을 좀 더 말랑말랑하게 해 줄 수 있다. 과거의 추억은 우리에게 애틋한 기운을 전해주기 때문에. 하지만 이것이 늘 반복되고 과거에 얽매인다면 우리는 지금을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지금이 없다면 당연히 미래가 없다.


어쩌면 다행인 것은 우리 어느 누구도 시간을 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금수저이건, 무소불위의 권력자이건 누구도 과거를 돌이킬 수 없다. 불변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결국 우리가 좀 더 집중해야 하는 시간은 바로 지금이며, 그 지금이 모여서 내일이 된다.


이 책도 지난날의 여러 가지 후회와 아쉬움을 따라가지만 결국 앞으로 중요한 시간은 ‘남아 있는 나날’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가정은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과거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후회와 가정을 줄이는 방법, 바로 지금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뿐이다. 이 지금들이 모여 지난날이 되기 때문이다.


이 ‘지금’이 모여 지난날이 되고, 내일이 된다. 우리가 손에 잡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지금’뿐이다. ‘지금’을 좀 더 가치 있게 느끼고자 한다면 내게 ‘남아 있는 나날’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내게 '지금'이 사라질 때까지 항상 내 안에 또렷이 '남아 있을 책'이다.





읽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


‘남아 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 2018 완독


제목만으로 완전히 잘못 판단한 책. 그리고 완전히 놀라며 빠져들었던 책. 가즈오 이시구로라는 대단한 작가를 알게 한 책. 마치 '찰스 디킨스'와 같은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가지고 있는 대문호의 향기가 난다. (맞다. 영국 이야기라서 디킨스라고 대충 넘겨짚고 있다. 찾아보니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역시 내 촉이 정확했다.)


정말 재미없을 것 같은 ‘영국 집사'의 이야기를 당시의 정치, 문화 배경과 함께 한 사람의 인생관, 직업관을 엮어서 우리 모두에게 공감을 주는 훌륭한 이야기로 재창조했다.


우리 모두 과거를 돌아보고 후회와 가정을 한다. 안 할 수 없고, 때론 필요하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이고 내일이다. 지금 행복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이 아니면 내일도 그럴 것이다.


이 작가의 책을 차근차근 모두 읽고 싶어 졌다.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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