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지 않는 작가와 글
오늘도 브런치 세계를 탐험한다. 숨어있는 보물을 찾듯이 어딘가 내 맘에 쏙 드는 글과 작가를 찾아 헤맨다. 어렵다. 확률이 매우 낮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찾아가는 과정들이 쉽지 않다. 내 취향의 작가와 글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렇지 않은 작가와 글을 수없이 지나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절대 클릭하지 않지만 이름을 외워버린 작가들이 있다. 첫 글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긴가 민가 해서 몇 개 글을 읽어 보니 스타일이 맞지 않아서다. (+ 정체모를 추천 방식으로 지겹게 따라다녀서 읽기도 전에 질려버린 경우도 있다) 그렇게 다시 찾지 않는 작가가 생긴다.
책도 그렇다. 어떤 책이 별로였다면 그 저자의 책은 다시 보지 않는다. 이를 테면 이제 읽지 않는 어이없는 자기 계발서들이 대표적이다. 자기 의견 없고 짜깁기 한 책들, 다 읽고 나도 남는 게 없는 열린 결말의 황당한 책들, 자기만 옳다고 가르치는 책들 등등.
그런 내 시간과 돈을 뺏어간 책 아닌 책들이 준 나쁜 경험 탓인지 이런 식의 제목을 가진 글은 절대 읽지 않는다. ‘무슨 법칙, 몇 가지 방법 등등’ 하...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 그런 딱딱 정해진 게 이 세상에 존재하긴 하는 걸까 싶다. 제목으로 확 구미를 당겨야 하는 게 맞지만 저런 식은 이제 식상하다 못해 고구마를 100개 먹은 듯 몸과 마음이 막혀 온다.
그렇다면 내가 돌아선 작가와 글은 어떤 것들일까?
내용과 필력, 이 모든 것을 떠나서 재미가 없으면 가차 없이 떠난다. 아무리 좋은 것도 졸리면 잠이 온다.
몇 분 단위로, 몇 시간 단위로 막 찍어내는 경우가 있다. 무섭다. 도망간다.
원페이지 리포트도 아닌데 화면 드래그가 필요 없다. 정말 고수가 아니고는 그 안에 재미와 의미를 담기 어렵다. 어이를 상실하기 일쑤다.
못 찾겠다 꾀꼬리! 정말 못 찾겠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끝끝내 못 찾고 글이 끝났다. 내 소중한 시간 돌려줘...
난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는데 허구의 이야기가 갑자기 전개된다. 아무래도 난 실화, 실화 바탕의 이야기를 더 좋아하나 보다.
깜짝 놀란다. '참 재미있었다. 좋은 하루였다.’ 이렇게 끝난다. 정말 놀랍다.
내가 학생이 되고 작가가 선생님이 된다. ‘내가 다 맞으니까 따라와!’ 틀려도 괜찮으니 조퇴하겠습니다.
재테크, 자기 계발이다. 흥미도 없지만 대부분 단순 정보전달, 규칙/법칙, 가르치기 시전이 많기에 항상 멀리 돌아간다.
내 글에 댓글을 달면서 본인 글 링크를 달며 읽어보라고 한다. 이게 뭡니까 도대체... 상도덕이 있어야죠...
물론 이 모든 것을 뒤집는 경우도 있다. 이런 글도 누가 어떻게 쓰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한마디로 내 마음대로다.) 그럼 이제 반대로 내가 선호하는 작가와 글은 무엇일까? 위에서 늘어놓은 마음이 떠난 글의 반대라고 하면 될까? 또 딱 그렇다고는 못하겠다. 막상 구체적으로 적어보려고 하니 어렵다. 역시 싫어하는 것은 이유가 명확하지만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다. 그저 읽고 싶지 않은 글을 제외하고는 다 읽어 보고 싶다. 그러고 나서 좋아하는 것을 결정하고 싶다.
지금 브런치에서는 내가 읽고 싶지 않은 글과 작가를 보지 않을 방법이 없다. ‘브런치 홈'에는 내 마음과 달라서 들르지 않은지 오래고, ‘브런치 나우'의 카테고리는 내 기준이 아니라서 부족하다. 그저 나만의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눈이 빠져라 헤매고 있을 뿐이다. 일단 읽어 보고 아니다 싶으면 떠나고, 맞다 싶으면 머문다. 언젠가 구현될지 모르겠지만 좀 더 세세하게 글 스타일과 장르를 선택해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어 브런치 어디를 가도 걸려있는 추천 글이 내가 구독한 ‘피드’의 글처럼 항상 설레고 기대되면 좋겠다.
브런치는 참 넓다. 읽고 싶은 글만 읽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 이 넓은 세상에서 나도 누군가 읽고 싶은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쓰고 싶어 쓰는 글이 누군가 읽고 싶어 읽는 글이 되기를.
<브런치를 시작하며 읽으면 좋은 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