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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n 15. 2020

‘멘탈 뱀파이어’는 사절합니다

우리의 기운을 빼앗는 그분들

10/Sep/2019


우리 가족이 몇 달 전 호주 1년 살기를 결정했을 때의 주변 반응은 대강 이러했었다.


1번 유형) 부러움&응원 <98%>

2번 유형) 진심 어린 걱정&그리움 <1%> 

3번 유형) 걱정을 위한 알 수 없는 걱정 <1%>


언젠가 한번 시도하겠다는 뜻을 가졌던 우리 가족을 이해하는 분들의 기대와 관심은 행동의 기폭제가 되었고, 가족들의 타지살이로 인한 볼 수 없음과 혹시 아프면 어쩌냐에 대한 우려는 우리를 생각하는 분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나머지 1%인 마냥 걱정만 하는 걱정 마니아분들은 참 우리의 기운을 빼놓았다. (가끔 지금까지도)






우리라고는 하지만 결국 나와 파랑의 결정에 의해 이 곳에 오게 되었다. (준영이에게는 엄마 아빠의 뜻에 대한 설명을 오랫동안 해주었다 - 넌 우리가 책임지는 우리 아들이니까) 


우리는 각자의 인생, 결혼 생활, 직장 생활 그리고 앞으로의 준영이 육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어서 지금의 결정을 하게 되었다. 누구의 압력도 누구의 양보도 누구의 희생도 아닌 우리 가족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위해 힘찬 용기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나는 남이 시키는 일 좀 그만하고 쉬면서 아들을 보살피며 여유를 가져보는 것이 당장의 버킷리스트였고,

파랑은 따뜻한 곳에서 영어로 공부하고 일도 해보는 것이 그것이었다. 더불어 준영이에게는 치열한 국내의 입시환경에 최적화된 학교생활을 접하기보다는 여러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자유로운 곳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해보게 해주고 싶었다.


2달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우리의 목적과 꿈에 맡게 아주 잘 생활하고 있다


파랑도 무사히(??) 1학기를 절반 정도 보내고 있고

나도 조금씩 하우스 허즈밴드 역할을 늘려가고 있고

준영이도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활기가 넘쳐가고 있다






이런 소식을 주변에 전하면 1번 유형 분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무한한 힘을 주고 2번 유형 분들도 잘 지내고 있는 것을 보니 가길 참 잘했다며 이젠 1번 유형이 되신다. 그런데 이 3번 유형분들은 정말 연락이 꺼려진다.


우리가 하고 싶어서 와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고, 한국의 팍팍하고 답답했던 생활과는 비교할 수 없게 행복하고 여유롭게 지내고 있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그저 걱정이 앞선다.


‘고생이 많겠다. 힘들면 어쩌냐. 너무 무리하지 말아라.’

(엥? 이건 도대체 왜.. 차라리 우리가 힘들어서 고생을 하면 만족이 되시는 건가?)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면 우리까지 괜히 힘이 쭈욱 빠진다. 가뜩이나 유리 멘탈 부부인데 말이다. 도대체 이런 분들의 심리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아예 책을 좀 찾아봤다. 역시나 전문 용어가 있었다.


'멘탈 뱀파이어’ (from <기운 빼앗는 사람, 내 인생에서 빼버리세요> - 스테판 클레르제)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사람의 유형이었다. 이 ‘멘탈 뱀파이어’는 함께하면 본인의 좋은 에너지가 빨려서 힘들어진다고 한다.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만 듣는 척만 하고 결국 자기 이야기만 하거나, 자기 생각 대로만 판단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공감 능력이 부족하거나, 공감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저자의 표현대로 이런 분들은 최대한 정리하거나 접촉을 줄이는 게 답이다.


우리를 공감하고 응원하는 1&2번 유형 분들 중 방문하시게 될 지인이 한 분 더 추가되었다. 격하게 반길 예정이다. 죄송하지만 3번 유형 ‘멘탈 뱀파이어’분들은 정중하게 사절한다.


우리의 멘탈은 매우 소중하니까!






 준영이의 다채로운 변화와 일상


이번 주에도 준영이는 성장하고 있다


1. 콩 한쪽도 나눠 먹자

유치원에 가서 친구 생일이어서 받은 쿠키와 팝콘을 엄마 아빠 먹어보라고 남겨왔다. 양도 얼마 되지 않은 것을. ㅡㅜ 이럴 땐 정말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막기가 어렵다. 최고야 아들!


2. 학교 축제 즐기기

토요일에는 내년에 갈 학교에서 열린 축제에 참석하였다. 동네 사람 다 모여서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 살거리를 즐겼다. 준영이도 달달 구리들을 먹으며 노래/춤 공연을 눈여겨서 관람했다. 혼자서 놀이기구도 타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였다. 즐거운 아빠와 아들의 주말 오후였다. (파랑은 조별 과제하러 학교에... 또르르...)


3. 성경 완독 

자기 전에 조금씩 읽었던 아이용 그림 성경책을 지난번에 다 읽었었는데 파랑이 교회 목사님께 말씀드려서 이번 주일에 '성경완독상'을 받았다. 준영이가 힘들어하는 상황인 모두가 주목하는 무대에 올라가는 수상식을 무사히 치러 내었다. 물론 상품이 매우 푸짐했기 때문이었다. 한국 과자 선물 세트! 잘 먹겠습니다.


4. 패셔니스타?!

요즘 준영이는 패셔니스타로 거듭나고 있다. 예전에는 그냥 내가 날씨에 맞게끔 내 눈썰미에 대강 어울리게 옷을 주면 입었었는데, 이제는 외출복은 본인이 직접 고른다. @.@ 그동안 들어온 패션 용어를 총동원하면서. 전체적은 색깔 깔맞춤은 아주 기본이고 그날의 테마가 꼭 있다. 그리고 빠지지 않는 포인트 색깔도 꼭 들어간다. 제법 갖춰 입고 나면 예쁘다. 뭐 그냥 내 아들이라서 그런 거겠지만 말이다.


5. 킥보드의 부상

동네 주변이 조용하고 다닐만하여 요사이 킥보드를 타고 나들이를 다녔는데 어젠 갑자기 킥보드가 분리되어 버렸다. 한국에서 열심히 매고 가져온 어린이날 선물로 받는 것인데 조립되어 있던 나사가 헐거워졌었는지 사라져 버렸다. 크게 안 다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겠다. 수리가 가능한지 좀 살펴보고 정 안되면 이 동네 가성비 좋은 물건들 많던데 같이 골라보자.






이제 주문해 놓은 책상만 도착하면 집은 얼추 다 갖추었다. 준영이는 벌써 제 집 같은지 1층에서건 2층에서건 혼자서 왔다 갔다 누비며 잘 놀고 있다. (아이들의 적응력이란)


날씨가 한낮에는 30도를 넘곤 한다. 습하지 않아서 쾌적하다. 날씨가 정말 사람의 기분에 많이 영향을 준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기분이 좋다 오늘 아침도.


그분들이 일어나셨는지 2층에서부터 쿵쾅되며 내려오고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아빠 육아 업데이트』를 바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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