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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Nov 15. 2020

생일잔치 준비 대작전

갈 길이 한참 멀었구나...

09/Nov/2020


날짜는 정해졌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미리 정해진 명단을 대상으로 생일 초대장을 만들었다. 담임선생님께 미리 말씀드리고 도움을 구했다. 아들이 초대하고 싶은 친구들에게 비밀리에 개별적으로 전달을 부탁드렸다. 그날 하교 픽업 때, 선생님께서 내게 엄지를 ‘척’하고 들어주셨다. 이렇게 전달 작전은 무사히 잘 마쳤다.


그다음 날부터 아들에게 새로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딱 2명만 포함되어있던 여자 친구들에게 따로 ‘각각’ 가서 아들이 알려주었다고 한다. ‘네가 내가 초대한 Only Girl이야~!’ (어떻게 이런 생각을...)


그리고 어떤 친구는 파티 장소에 커다란 미끄럼틀이 있냐고 물었고, 어떤 친구는 너희 집에 들어갈 수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아들이 적절하게 잘 대답했다고 한다.


초대장을 전달한 다음날 아들을 하교 픽업을 하러 갔을 때 한 친구의 엄마가 말을 걸었다.

(아들 친구 엄마) '생일 파티 신나겠다~’

(나) ’응~ 아들은 엄청 신나 해~ 나는 뭐 ㅎㅎ 알잖아~’

(아들 친구 엄마)'그렇지 ㅎㅎ 준비할 게 많지 ㅎㅎ’

이렇게 친구들과 친구 엄마들의 반응을 보며 잘 진행되고 있구나 싶었다.


그러나... RSVP(참석 여부 회신) 연락처에 파랑 전화번호를 적었는데 아직 연락이 많이 오지 않았다. 아직 회신 기간은 많이 남았으나 괜히 불안했다. 모든 게 처음인 우리는 초대장이 잘 전달되었는지, 아이들이 부모님께 보여드렸는지 등등 걱정이 앞섰다. 애써 나는 태연한 척, 정 안되면 엄마 아빠들 얼굴 보고 물어봐도 된다며 일단 기다려보자고 했다.


고르고 골라서 선정한 초대 친구들 (넉넉하게 초대하려는 엄마 아빠의 말을 듣지 않았다)






하루는 근처 도시로 아들 생일 파티 준비물을 구하러 나들이를 나섰다. 역시 읍내(?)는 최고였다. 없는 게 없었다. 아들이 학교에 가 있는 오전 시간을 알뜰살뜰하게 채워서 열심히 소비했다. (그날 어마어마했지...)


살짝 여유 있게 시간을 두고 차를 타면서 내비게이션을 찍어 보았는데... 이게 어쩐 일인지 평소보다 걸리는 시간이 2배가 늘어나 있었다. 고속도로에 사고가 난 것이었다. 여긴 길이 좁아서 사고가 나면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이대로라면 학교가 끝나고 1시간이 넘어서야 도착이었다.


쿵쾅대는 마음을 다 잡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길이 막히기 시작했고 내비게이션 시간은 시간이 흘러도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옆에서 파랑이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고 방법을 찾았다.


조금 지나자 파랑이 우회로를 내비게이션에서 발견했다.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바로 우회로를 택했다. 그런데 시간이 다시 늘어났다. 그 우회로에서 또 사고가 난 것이었다. 급한 마음의 사람들이 몰리자 그랬었던 것 같다.


불안했으나 조금 더 지나자 새로운 우회로를 내비가 알려주었다. 다시 새로운 우회로를 택했다. 하지만... 다시 그 새 우회로 상에서도 또다시 사고가 터져서 시간이 늦춰졌다. 


그날은 정말 아찔함의 연속이었다. 조심 운전을 하면서 최대한 빨리 도착할 수 있게 애를 썼다. 말도 안 되게 아주 늦지는 않았지만 이미 픽업 시간을 훌쩍 넘은 시간이 예상되었다. 파랑이 학교에 전화를 걸어서 자초지종과 예상 도착 시간을 말씀드렸다. 담임선생님께 전해주시겠다고 하셨다.


결국 평소보다 20분 정도 늦어서 학교에 도착했고, 파랑이 뛰쳐나갔다. 주차를 하고 교문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멀리서 파랑에게 안겨서 오는 아들이 보였다. 반갑고 미안한 마음에 아들을 크게 불렀다. 다가오는 아들을 번쩍 안아서 사과했다.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는데 이유는 우리가 늦어서가 아니었다. 담임선생님께 엄마 아빠가 늦는 이야기는 들어서 이해했다고 한다. 다만 혹시 엄마 아빠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걱정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타지에서 우리 세 가족밖에 없는데... 특히 아들 입장에서는 엄마 아빠가 전부인데...


20분 늦은 상봉은 다시 한번 우리 서로의 소중함을 깨우쳐주었다.


엄마 컬러링 북 몰래하기 / 뛰어놀기 / 세차하기






올해 첫 친구 생일 파티 참석



일요일에는 아들에게 영감을 주어 생일 파티를 하게 만들어 준 장본인.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 아들 반 친구의 생일 파티가 오전에 있었다.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 예정대로 공원에서 할 수 있나? 생각했는데 그 친구 집에서 한다고 연락이 왔다.


파랑은 다른 것 보다도 아들 생일 파티 참석 연락이 아직 없어서 불안해했고 이때 다른 친구들 부모 얼굴을 보며 답을 얻길 바랐다. 결과적으로 나에게도 파랑에게도, 그리고 아들에게도 무척 기분 좋은 시간이 되었다.


파랑은 그 자리에서 만난 부모들에게 아들 생일 파티에 온다는 이야기를 순수하게 먼저 전해 들었고, (절대 먼저 ‘너네 올 거야?’라고 묻지 않았다) 아들은 친한 친구들과 게임도 하고 선물도 받고, 친구 집에서 신나게 놀 수 있었다. 나는 생일잔치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아들이 어색함 없이 정신없이 노는 모습에 많이 안심이 되었다.


중간중간 공허한 시간과 영어의 어색함을 느끼긴 해야 했지만 그래도 등하교하면서 많이 봤던 사람들이라서 편했다. 아들 생일파티도 이렇게 아이들 중심으로 즐겁게 하면 된다는 것을 느끼고 왔다.


정말 신나게 노는 아들을 보며 기분이 좋았다






소중한 에피소드들



1. 마스터 빌더

학교에서 종종 레고 만들기 대회를 한다고 한다. 이번에는 자랑스럽게 우승을 했다면서 상장을 받아왔다. 집에서 열심히 레고를 가지고 논 게 도움이 되었나 보다. 다른 상보다도 아들 스스로 만족해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게 보였다.



2. 이빨 요정

예전에 찰흙으로 만들어 놓은 악어가 집에 전시되어 있다. 어느 날 그 악어의 이빨이 하나 빠져있는 것을 보면서 말했다.  ‘아빠~ 악어도 이빨을 빼면 투스 페어리가 올까?’ 만화에서 나오는 이빨 요정이 와서 이빨을 가져가고 황금 동전을 줄지 궁금해했다. 아들도 곧 이빨이 빠져야 할 텐데...



3. 딴짓, 모른 척

차 타고 나서던 중 뒷자리에서 파랑이 말했다. ‘어디서 이렇게 예쁜 녀석이 나왔지?’ 내가 껴들었다. ‘당연히 나한테 나왔지~’ 뒷자리가 조용했다. 파랑을 그렇다 쳐도 아들은 딴짓을 하며 모른 척했다. 내가 다시 물어봐도 이랬다. ‘응? 뭐라고?’ 



4. 최강 집돌이

오랜만에 일정 없는 토요일이었다. (파랑은 학교...) ‘아들~ 오랜만에 비치 갈까?’

꽤 오래 곰곰이 생각하더니... ‘아니~ 난 집에 있을 거야~’ 

그렇게 하루 종일 집에서 놀았다. 아들은 놀아도 놀아도 시간이 부족해 보였다.


마스터 빌더의 당당함






지난주에는 최근에 출산한 부부에게 파랑 표 동치미와 깍두기를 전달해주고 왔다. 먼 타지에서 부모님도 못 오시는 상황이 마음이 쓰였다고 한다.


다른 신혼부부의 초대도 받아서 놀러 갔다 왔다. 맛있는 점심을 대접받았다. 그리고 셰어로 지내고 있는 그 집은 우리의 드림 하우스의 이미지에 가까웠다. 주인아주머니의 세심한 센스와 공간 활용이 돋보였다. 좋은 케이스로 담아두었다.


꽉 찬 일주일은 보낸 세 가족은 오늘부터 다시 새로움을 시작한다.


파랑은 다시 시작된 실습 첫날이고 (파이팅!)

아들은 학교에서 하는 수영 수업 첫날이다. (파이팅!!)

난 파랑의 진두지휘에 따라 아들 생일 파티, 연말 여행을 차근차근 진행시켜 나갈 예정이다.


건강하고 즐거운 새로운 하루가 되길 바라며!


블랜 스완(요새 자주 보네?) / 드림 하우스에서의 여유





나를 책으로 만들었다

나만의 첫 이야기

진짜 책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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