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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Nov 17. 2020

내 생일 파티 올 거야?

RSVP 받기 힘드네...

지난주 화요일이 아들 생일 파티 초대에 대한 RSVP(참석 여부 회신) 마지막 날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파랑에게 연락이 온 친구는 매우 적었다. 오며 가며 오겠다고 한 부모들이 있었지만 우린 불안했다. 그래서 파랑이 아들에게 첫 번째 미션을 주었다.


(파랑) ‘아들~ 생일 초대한 친구들에게 가서 내 생일 올 거지? 하고 물어봐줘~’

(아들) ‘왜? 초대장 줬잖아?’

(파랑) ‘아~ 친구들이 엄마 아빠 없이 혼자 올 수 없으니까 말씀드리고 같이 와야 하거든.’

(아들) ‘음… 다 온다고 하던데…’


왜 물어봐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또는 귀찮았던? ㅎㅎ) 아들은 미심쩍은 대답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파랑의 지속적인 깨우침 덕에 그날 하교 후 아들은 미션을 완료했다고 했다. 다른 일정이 있는 한 친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응~ 가지~’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듣는 우리는 아차 싶었다. 그냥 아이들 차원에서 부모님과의 상의가 제외된 대답으로 보였다.


(아들) ‘내 생일 파티 올 거지?’

(친구) ‘응~ 갈 거야~’ (초대장을 부모님께 보여드렸는지 아닌지 알 수 없음...)


그래서 파랑의 두 번째 미션이 떨어졌다.


(파랑) ‘아들~ 이번에는 친구들한테 우리 엄마한테 메시지 보냈어?라고 물어봐줘~’

(아들) ‘왜 계속 물어보라고 해~ ㅎㅎ’

(파랑) ‘친구 부모님이 모르고 계시면 생일 파티하는 날에 선물도 미리 준비 못해서 못 올 수 있거든~’


아들은 ‘선물’ 이야기에 혹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미션을 나름 잘 수행하고 왔다. 이게 효과가 있었는지 그 뒤로 늦지만 천천히 답장도 오고, 픽업하러 간 내게 직접 오겠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었다. 이렇게 아들이 열심히 고르고 골라서 초대한 친구들 대부분이 오게 되었다. 아들보다 우리가 더 마음이 좀 놓였다 ^^;;


꽃반지를 끼고 / '잘 자~'






생일 파티 준비는 조금씩 계속되었다. 아들이 담임선생님은 본인 생일에 먹고 싶은 음식을 직접 골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와서는 자기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맛있게 먹는 한국 과자를 여럿 골랐다. 하하. 필요한 물품들을 파티 용품점을 돌면서 준비했다.


가장 핵심이 ‘생일 케이크’였는데 형태는 컵 케이크로 결정했다. (간편하게 나눠먹기 좋도록) 처음에는 주문 및 판매하는 곳을 여기저기 알아보고 직접 매장을 찾아가서 먹어보기도 했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파랑이 직접 나섰다. 어제 직접 만들었고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_^ 맛도 모양도!


이제 일주일 남았다. 카운트다운은 아들도 하지만 우리도 하고 있었다. 아주 약간 다른 의미로...


파랑의 감각적인 컵 케이크 / 그러거나 말거나 맘 편한 아들






6  학교 생활



올해 마지막 4번째 Term도 벌써 절반이 지났다. (총 10주)


지난주는 특별한 주였다. 바로 ‘수영 수업’이 일주일 내내 있었다. 학교에서는 아들 학년을 포함해서 전 학년에 일주일 동안 ‘수영 안전 교육’을 받는다. 아마 곧 다가올 연말 방학을 대비해서 미리 물놀이 안전 교육을 시키는 것 같다. 계절과 환경이 다르니 이런 모습이 신기했다.


아들은 가기 전에 긴장을 많이 했지만 (짐도 챙겨야 하고, 버스 타고 이동도 해야 하고 등등 새로운 환경에 대한 ^^;;) 첫날 다녀오고 나서는 바로 적응했다. ‘겨우 키킹(Kicking)이었어~’ 수영 수업을 꾸준히 받아온 덕분에 문제없이 즐겁게 친구들과 놀다 왔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성과가 있었는데... 바로 일주일 내내 매일매일 도시락을 싹싹 비웠다는 것이다!! 역시 물놀이 이후에는 밥맛이 좋아지는구나! 사실 우린 이게 가장 기뻤다. 하하.



하루는 커다란 상장 같은 것을 받아왔는데, 지난번에 참여했던 ‘프리미엄 리딩 챌린지’였다. 주어진 기간 동안 책을 꾸준히 읽어서 참여하는 행사였다. 정말 이곳은 책 읽기를 장려하고 독려하고 실제로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이런 교육 환경과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어느 날은 한 학년 위인 1학년 교실에 방문했다고 한다. 내년에 올라갈 환경을 미리 접하게 해서 친하게 하는 활동인 것이다. 유치원 때도 지금 PREP 교실에 주기적으로 방문해서 익숙해지도록 했었다. (4번 정도?) 다음에도 몇 번 더 갈 예정이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환경을 휙휙 바꾸며 그저 주입하고 적응하라고 강요하지 않는 이런 따뜻한 배려가 참 좋다.



이젠 수영장에서 잠도 잔다 / 어쩐지 밥맛이 좋더라고 / 프리미엄 리딩 챌린지 성공!






율동, 노래 , 독서




주일 아동부 예배를 다녀온 날, 아들은 잠들기 전에 한참을 찬양을 율동과 함께 불렀다. 갑자기 꽂혔는지 여러 번을 부르고 동영상도 찍어 달라고 했다. 야리야리한 몸매의 아들이 최선을 다해 움직이는 모습은 언제나 일품이었다. 파랑과 나는 눈빛으로 말했다. ‘가수가 되려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듯...’



‘아이 빌리브 아이 캔 플라이~’ 요즘 아들이 계속 부르고 있는 노래다. 어디선가 들었던 모양이다. 마침 나도 팝송 가사 공부 중이었는데 다음 곡을 이 곡으로 정해서 아들에게 가사를 알려줬다. 이젠 제법 전체를 부르고 다닌다.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께도 불러드리고 무슨 뜻인지 설명도 해드렸다. 흥이 넘치는 아들. 많이 귀엽다.



점점 스스로 놀게 많아지면서 집에서는 책을 쳐다보는 시간이 거의 없어졌다. 잠자기 전에 읽던 시간도 피곤함에 졸려서 잠들기 바빠졌다. 그래서 환경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우리 부부와 아들이 볼 책들을 거실로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아들에게 이 곳은 우리 집 도서관이라고 알려줬다. 심심하고 할 게 없으면 TV를 켜지 말고 책을 읽자고 했다. 어인 일인지 아들은 한 치의 의구심도 없이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도서관 이름을 정하고는 직접 써서 소파에 붙였다. 그렇게 '더 그레이트 라이브러리’가 탄생했다. 물론 책은 별로 읽지 않고 옆에서 다른 것을 하고 놀긴 했지만 좋은 출발이었다.


아들의 춤사위 / 위대한 도서관 설립






감정과 생각의 흔적



1. 쇼 앤 셰어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어떤 경험에 대해서 다른 친구들에게 공유하는 시간이 있다. 정기적이진 않고 아이템이 있으면 선생님과 상의해서 진행되는 것 같다. 어느 날 아들이 예전에 만들었던 ‘찰흙 미어캣’을 사진으로 선생님께 보내달라고 했다. 그것으로 쇼&셰어를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며칠 뒤 아들이 잘했다고 알려줬다. ‘이렇게 이야기했어. 미어캣이 처음에 배고팠는데 스콜피온을 먹어서 배가 불렀어~’



2. 곱하기 천재

하굣길에 갑자기 곱하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1 곱하기 1부터 차례대로 물어보았더니... 어찌 된 일인지 5 곱하기 5까지 술술 말하는 게 아닌가? 내가 깜짝 놀라 하니 말했다.‘나 이거 생각으로 했어~ 손가락으로 한 거 아니고~'



3. 유튜버 희망

아들이 좋아하는 과일 스무디를 엄마와 만드는 중이었다. 갑자기 아들이 꺼낸 말에 놀랐다. ‘우리 이거 유튜브로 하자~’ 하하. 이유를 물어보니... ‘이 스무디 만드는 것도 책에도 봤거든~ 다른 사람들 한테 우리도 알려주자~’ 세상이 변했다.


학교에서 선 보인 미어캣 조각 / 교회에서 즐거운 아들






파랑의 실습이 밤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잘 때 엄마를 보지 못하는 아들이 가끔 슬퍼했다. 뜬금없이 엄마가 보고 싶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빠는 아빠고 엄마는 엄마였다. 그래도 설명해주면 이해해주는 아들이 기특했다.


아주 대단히 소란스럽고 가끔은 괴롭기도 했던 옆집이 이사 갔다. 이렇게 평온하고 조용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요즘엔 평화 그 자체다.


이곳은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풍겨 나고 있다. 2년 차의 호주가 많이 익숙해져 간다.


오늘은 그리고 또 내일은 어떤 하루가 펼쳐질지 편안하게 기대하며 지낸다.


찜닭 맛나네~ / 파란 하늘과 초록 풀밭 사이의 아들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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