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안 한다고 했었잖아...
03/Nov/2020
지난주 어느 날 아들이 같은 반 친구의 생일 초대장을 받아왔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올해 처음으로 받은 생일 초대였다. 아들은 당연히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이어서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줬다.
이게 무슨 말인가?? @.@ 아들 생일은 11월 말이 맞다. 하지만 생일 파티는 작년처럼 우리 가족끼리 집에서 하기로 했었다. 그 말을 한 것은 아들이었다. 우리는 전에도 여러 번 친구들 초대하는 파티를 하고 싶냐고 물어보았었고 ‘싫다’라고 대답했던 아들이었다.
그랬던 아들이... 친구 생일 초대장 하나에 바로 마음이 바뀐 것이다. 마음이 바뀐 것도 모자라서 ‘이미 초대’를 했다는 것이다. 상황을 파악해보니...
(나) ‘아들~ 그런데 우린 아직 생일 초대장도 안 만들었는데 어떻게 초대했어?’
(아들) ‘학교에 내 이름이 적힌 스티커가 있거든, 그거 주면서 초대했어~’
이미 ‘생일파티’를 하는 것으로 마음이 변해있는 아들은 흔들림이 없었다. 수줍고 어색해하던 우리 아들은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아직 학기 마지막 과제로 정신이 없는 파랑에게 이 소식을 전할 수 없었다. 두 가지를 동시에 생각할 수 없는 파랑은 멘붕에 빠질게 불 보듯 뻔했다.
아들에게 생일파티는 할 거고, 며칠만 기다려서 함께 초대장을 쓰자고 이야기해두었다. 그러자 하루가 지날 때마다 아들이 생일에 초대했다는 친구들이 늘어났다. 심지어 하루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아빠~ 그런데 내 생일 파티는 어디서 하는 거야?’
하하. 날짜도 장소도 없이 초대한 생일파티에 궁금해진 친구가 장소를 물어보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점점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갔다.
며칠이 지나 과제를 마친 파랑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파랑은 아주 많이 당황했지만 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올게 왔다면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둘이서 할 수 있는 생각은 별로 많지 않았다.
그래서 베테랑 구원 투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웃사촌분께 족집게 과외를 받았다. 그제야 머릿속이 밝아졌다. (정말 감사해요!)
어제저녁 세 가족이 다 같이 모여서 단체 사진을 보면서 초대할 친구를 정했다. 3주 남은 아들의 생일 파티. 이렇게 흥미진진한 호주 이야기가 하나 더 만들어져 간다.
<학교 & etc…>
지난 금요일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날인 ‘다니엘 데이’였다. 이를 위해 붉은 티셔츠를 입고 등교했다. 이 날은 멀지 않은 과거에 있었던 입에 담기도 어려울 잔혹한 ‘아동 대상 범죄’로 인해 생긴 날이라고 한다. 어디에도 이런 일이 있다니 가슴이 아프다. 꿈을 심어 주어도 모자랄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앗아가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이런저런 리워드와 칭찬카드를 종종 받아온다. 이번에는 ‘레고 컴피티션’을 통해 작은 장난감을 자랑스럽게 받아왔고, 몸으로 하는 수업(Performing Arts)에서 크게 소리 내고 열심히 움직였다고 ‘오늘은 내가 스타’ 카드를 받아왔다. 이렇게 접하는 열심히 잘 지내는 모습에 기뻐하며 더욱더 아들을 응원하게 된다.
지난주 미술 레슨시간에는 비가 많이 왔다. 원래는 작업실이 들여다 보이는 마당에 내가 앉아 있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차에 앉아있었다. 마칠 시간이 되어 아들을 데리러 가니 선생님께서 아들은 아주 멋지게 잘 지냈다고 하셨다. 정말 많이 컸다. 바로 옆에 붙어 있지 않으면 불안해하던 아들은 온 데 간데없었다.
할로윈 데이에도 형님의 모습을 보였다. 작년에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3살 어린 동생을 초대해서 아들이 손을 잡고 다녔다. 문으로 걸어가서 노크하고 인사하고 캔디를 받아왔다. 두 아이는 그날 많이 즐거워했고 아들은 내년을 기대했고 동생은 다음날 또 가자고 했단다^^;; 커가는 아들이 더욱더 보인 날이었다.
<아들 어록 추가>
아들의 순간순간을 내가 남기는 이곳으로 접하는 파랑이 어느 날 말했다.
‘요즘 어록이 좀 부실한데? 좀 더 집중해야겠어~’
하하. 어록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가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다. 난 늘 집중하고 있다!
1.
초대받은 친구의 생일 선물을 샀다. 즐겁게 고르고 나더니 갑자기 아들이 기운이 쭉 빠졌다. 혹시나 해서 내가 물어봤다. 친구 선물 장난감 때문인지... ‘응, 맞아. 내가 가지고 싶은 거라서 그래.’
견물생심이라고 계속 보고 있으니까 가지고 싶어 졌나 보다. 친구 선물이라서 어쩌지는 못하고 속만 타다가 기분이 다운된 것이었다. 결국 칭찬 스티커를 열심히 모아서 다음날 그 장난감은 아들 것이 되었다. 친구 것을 다시 샀다. 아들의 우울함은 바로 사라졌다.
2.
아들은 나들이 나가면 본인이 챙긴 장난감을 들고 가기도 한다. 하지만 종종 놓고 오거나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가급적 가지고 다니지 말라고 하는데 자신이 잘 챙길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중간중간 계속 확인을 한다. ‘아빠, 이거 있어? 저거 있어?’
뭔가 계속 확인하는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ㅡㅜ 그러면 많이 피곤해지는데... 아침에 학교 가는 동안에서 계속 물어본다. ‘아빠, 물병 있어? 모자 있어?’
날 닮은 아들이다.
하루라도 쓰지 않으면 허전하고 답답하다. 하얀 바탕에 검은 글자를 채우는 새벽을 좋아한다. 고요하지만 굳센 글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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