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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Nov 09. 2020

아빠 생일을 보내고 자기 생일을 기다린다

가장 특별한 하루

27/Oct/2020


지난주 내 생일날에는 파랑과 아들 덕분에 행복한 하루를 충만하게 보냈다. 


먼저 전날부터 둘이 열심히 내가 좋아하는 ‘오페라’ 케이크를 직접 만들었다. 미리 보지 말라는 아들의 이야기에 혼자서 먼저 잠들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다음 날 아들은 아침 눈 뜨자마자 내 생일을 축하해 주었고 바로 케이크에 초를 꽂자고 했다. 그렇게 잠도 덜 깬 상태에서 초에 불을 붙이고 생일 축하를 받았다. 그리고 아주 맛나게 케이크를 먹고 하루를 시작했다. 아주아주 달콤한 이곳에서 먹어보기 힘든 맛난 케이크였다! (정확히 ‘오페라’는 아니었다)


아들을 학교에 보내고 파랑과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안 가본 섬, 안 가본 맛집도 가봤다. 좋았다. 아들 하교 시간에 딱 맞춰 픽업한 뒤 다 같이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에는 정말 오랜만에 ‘소고기 스테이크가 올라 간 리소토’를 파랑이 해주었다. 정말 정말 맛있었다. 깜짝 놀랐다. 사진을 찍을 생각도 못하고 순식간에 모든 것을 먹었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맥주도 곁들였는데 한 병을 홀라당 마셔버렸다.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채워준 파랑에게 고마웠다. 저녁식사 후 세 가족이 오랜만에 영화를 함께 봤다. 당연히 팝콘과 함께! 하루의 마무리(주방 정리, 아들 씻기고 재우기)를 파랑이 맡아주기로 해서 일찍 육퇴를 할 수 있었다.


잠들기 전 아들이 내게 와서 인사해 주었다.


‘아빠~ 오늘은 빅 버스데이 파티였고 내일은 스몰 버스데이 파티하자~ 잘 자, 좋은 꿈 꿔, 사랑해.’


하하. 아주 기분 좋게 잠들었다. 더 좋은 하루가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정신을 잃었다.


파랑과 아들이 만들어 준 내 생일 케이크






다음날이 되자 갑자기 달력을 살피기 시작했다. 열심히 무언가 세더니 말했다.


‘이제 삼십며칠 남았어~’


무슨 이야기인가 했더니 본인 생일이 얼마나 남았는지 열심히 따져본 것이다. 하하. 그리고는 물었다.


(아들) ‘내 생일에 학교 반 바뀌나?

(나) ‘왜?’

(아들) ‘아, 친구들한테 생일 선물 이야기하고 싶어서~’

(나) ‘하하. 한국에서 오는 장난감이라 친구들이 알까?’

(아들) ‘아, 이미 설명을 했는데 알더라고~'


이미 아들의 마음은 본인 생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1년에 한 번 가지는 자신만을 위한 날. 그 특별함을 점점 커가면서 더 소중하게 느끼는 것 같다.


원래 여행도 가기 전의 설렘이 여행의 기쁨을 대부분을 차지하듯이 아들도 생일 전 이 한 달을 부푼 기대와 행복 속에 지내기를.


최고의 생일날






<쌓여가는 새로운 경험들>


1. 북 윅스 셀레브레이션

좋아하는 책의 캐릭터로 꾸며서 등교하는 날이 있었다. 1년에 한 번하는 큰 행사라고 한다. 코로나로 부모는 직접 들어가서 참여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관람은 할 수 있었다. 캐릭터를 선정하는 우여곡절 끝에 ‘피터 래빗’의 토끼로 변한 아들. 덕분에 우리 가족 모두 즐거운 경험을 했다.



2. 학교에서 직접 키운 콩

어느 날 하굣길에 지퍼백에 초록 콩들을 담아왔다. 물어보니 본인 반 정원에서 키우는 콩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그러더니 바로 먹어도 된다며 꺼내서 껍질 째 먹기 시작했다. 삶기 전, 그것도 껍질 통째로 먹는 아들을 보며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의 강력함을 느꼈다. 아마 우리가 먹으라고 했으면 그렇게 쉽게 먹지 않았을 것이기에... 덕분에 그날 저녁에는 맛난 콩을 곁들일 수 있었다.



3. 라이팅 컴피티션

가끔 학교에서 작은 장난감을 받아오는데 그날도 그랬다. ‘오늘 기다리던 라이팅 컴피티션을 했어~ 거기에서 내가 뽑혀서 장난감 상 받았어~’ 들어보니 줄에 맞춰서 글씨를 잘 쓴 친구들에게 상을 주었다고 한다. 집에서는 삐뚤삐뚤 줄을 무시하는 아들인데 역시 상이 없어서 그랬나 보다. 아빠의 뽀뽀상보다는 장난감이 더 좋은 가 보다.



4. 첫 플레이 데이트 전화번호 교환

아들은 학교에서 함께 노는 친구들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이야기하는 친구들 이름이 자주 반복되기 때문이다. 어느 날 파랑도 함께 등교하는 중, 항상 우리에게 친절하게 인사하고 말 걸어주시는 같은 반 어머님을 만났다. 아들의 이야기에서도 종종 나오는 친구의 어머니셨다. 반갑게 우리를(정확히는 파랑) 보고는 아이가 우리 아들이랑 놀고 싶어 한다고 ‘플레이 데이트’를 하자고 파랑의 전화번호를 물어보셨다. 


그동안 코로나도 신경 쓰이고 또 내가 그렇게 먼저 다가서는 스타일이 아니기도 해서 별로 적극적이지 않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들도 별 이야기를 안 하고 집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 ^^;; 확실히 ‘아빠보다는 엄마가 편하지’라는 생각과 아들이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5. 뷰티풀 리틀 스위머

일주일에 한 번 가는 수영 수업에서 선생님께서 기다리고 있는 나와 아들에게 다가오셨다. 아들이 아주 훌륭한 수영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하셨고 단지 지금 작고 힘이 부족한 상태라고 하셨다. 다음 반으로 올라가면 전체 레인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체력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도 아들은 현재 있는 반에서 당분간 배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결론은 밥 잘 먹고 힘을 기르자는 이야기! 하하.  이렇게 따로 격려와 칭찬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리틀 버니 / 학교에서 심은 콩 먹기






주말은 아들이 무척 바쁘고 즐거웠다. 가까운 이웃사촌 누나와 함께 계속 놀았기 때문이다. 놀이터, 우리 집, 누나 집을 오가며 주말을 불태웠다. 그중에서 난생처음 접한 닌텐도 스위치의 ‘마리오 카트’ 게임에 반했다.


호주 와서 처음으로 다른 집에서 혼자 몇 시간을 지내기도 했다. 엄청난 변화였다! 자주 보기도 하고 바로 근처라서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커서 혼자 나가서 노는 아들을 보는 우리 부부는 마음이 묘했다.


점점 더 이런 시간이 많아지겠지.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혼자서 그림 그리기 / 책 읽기 / 게임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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