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연코 최고. 누워서 떡 먹기!
언제나 놀기를 꿈꾼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 살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을 빼고는 항상 놀고 싶다. 따지고 보면 놀기 위해 사는 것 아닌가 싶다. 먹는 것도 놀기 위해, 자는 것도 놀기 위해. 심지어 돈 버는 것도 그냥 단순하게 입에 풀칠만 하려고 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누구나 넉넉히 벌어 남겨서 남는 시간과 여생에 편안하게 놀려고 애쓰는 것이다. 노는 것 없이 원하지 않는 일만 하다 살다가는 인생은 끔찍하다. 우리는 그러라고 이 세상에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 순간순간 견뎌내는 생의 고통은 모두 잘 놀고 싶기 때문이다. 노는 게 없는 삶. 희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장은 아마 지겹도록 들어온 이것일 테다. 'What's your hobby?' 이 말은 원어민에게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 사람한테만 익숙하지 않을까? 전형적인 교과서 영어다.
이렇게 편하고 쉽게 물어보자. 재미를 위해서 무엇을 하냐고, 뭐하고 노냐는 말이다. 당신은 뭐하고 놀아요?
꼭 한 사람씩 있다. 공포영화, 공포 드라마, 공포 이야기에 환장하는 사람이. 깜짝 놀라고 괴기스러움에 희열과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이를 강력하게 어필하는 듣지도 보지 못한 표현이 있다.
'예외 없이, 단연코 최고의'라는 뜻이다. 여기서 'Bar'는 '~을 제외하고'라는 전치사다. 아무것도 제외하지 않으니 모든 범위 중에서 최고라는 말이 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그냥 '완전 최고! = Bar none!'이라고 입력하자. (사실 나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표정 관리가 안된다. 공포물을 완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맑게 웃으며 추천하는 이에게 질색팔색 할 수도 없고 참. 이럴 땐 적당히 돌려 말해보자.
'Big on'은 굉장히 좋아한다는 말이다. 이를 부정하여 '엄청 좋아하진 않아'라고 부드럽게 전했다. 듣는 사람은 바로 알아챈다. 내가 공포물을 안 좋아한다는 것을. 노는 것은 모두 좋아하지만 무엇을 하고 노는지는 이처럼 천차만별이다.
사람이 가진 능력은 모두 천차만별이다. 가끔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일을 해결하는 모습을 볼 때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게 친구건, 가족이건, 자식이건, 동료건 위아래 상관없이 말이다. 누군가는 생각도 못했던 것을 누군가는 당연하게도 아주 쉽게 처리하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 함께 어울려서 살아가야만 하는지도 모르겠다.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다던 친구를 만났다.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봤다. 기발한 표정으로 설명해준다.
응?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고민하다가 갑자기 떠오른 약간의 꼼수로 잘 처리했다고 한다. 피터에게 빌려서 폴에게 주었다'는 이야기는 쉽게 말하면 ‘돌려막기’인데 어쨌든 일단 해결했단다. 나였다면 그런 생각을 절대 못했을 테다.
깜짝 놀라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물어봤다. 별일 아니라는 듯이 쿨하게 대답했다.
‘생각할 필요도 없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누군가에게는 큰 고민도 어떤 누군가에게는 길이 바로 보이기도 하나보다.
나의 놀라움을 느꼈는지 그가 한 마디 더 붙인다.
모든 존재는 무언가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 정도가 되겠다. 와 이런 생각까지? 그래 맞다. 우리 모두는 무언가에 대한 좋음이다. 그래서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다. 오늘도 많이 배웠다. (굳이 우리나라 속담으로 바꾸니 좀 의미가 폄하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