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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Dec 30. 2020

두 세계의 평행 이론

<킹덤>과 <코로나 시대>

좀비가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 ‘좀비물’을 좋아한다. 


귀신이나 유령이 나오는 것은 무서워서 못 본다. 그 차이와 이유는 명확하다. 귀신이나 유령은 있을 법하고 실제로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좀비는 비현실적이다. 절대 일어날 수 없다고 믿기에 그저 오락물로 마음 편히 즐긴다. 영상이 끝난 뒤, 그 분명한 경계를 넘어 현실로 쉽게 돌아올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확실한 경계가 모호해졌다. 좀비물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전염과 확산’이다. 지금 현실에서도 전 세계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서로 물고 물리지 않을 뿐 가까이 대화하고 만질 수 없다. 여느 좀비물에서처럼 일체의 접촉을 막아야 한다. 그저 미쳐 날뛰는 좀비가 없을 뿐 전염을 무서워하며 서로 피하고 경계해야 한다.


이쯤 되니 어느 곳이 진짜고 가짜인지 헷갈리게 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현실감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허구의 세상에서 등장하는 배신과 배신, 사리사욕의 채움에 치를 떨며 경멸했다. 그런데 꿈을 깨고 돌아왔다고 생각한 세상에서도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지점에서는 경제적, 정치적으로 상황이 이용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평행선을 따라 달리는 두 세계는 그 문제의 시작과 원인을 알 수 없다. 누군가 의도한 것일 거라는 강한 추측이 난무할 뿐이다. 그 처음이 불투명하기에 그 해결은 더디기만 하다.


점점 해당 세계는 혼란에 뒤덮이고 살아가는 모두는 고통받는다.






이제는 좀비물이 무섭다. 


좀비 세상에서 벌어지는 나를 불편하게 만들던 것들이 지금의 팬데믹 상황에서 모든 것이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 정말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일부러 퍼진 것일까? 지금도 누군가 계속 장난을 하고 있을까? 사람 목숨과 우리의 자유를 가지고 저울질하는 자는 누구일까? 신일까? 우리와 같은 사람일까? 누군가는 지키고 누군가는 어지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좀비만 없을 뿐 그곳과 이곳은 같은 세계를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어느 세계에서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렵게 싸우고 있는 옳은 무리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누구이며 왜 그렇게 힘겹게 버티고 있는 걸까? 실제로 우리는 누가 옳은지 알고 있을까? 나는 어느 쪽에 서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렵다. 상황에서 나를 뺄 수 있어서 즐거웠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무섭다.






지금 우리 세계는 충분히 답답하고 암담하다. 


우리는 이제 만들어진 드라마에 불과한 <킹덤>을 그저 환상 속 이야기로 즐길 수 없다. 영상이 흘러가는 짧은 시간 동안 즐거운 흥분감을 느낀 뒤, 아무렇지 않게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다. 절대로 내 옆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확신했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


그곳에서도 이곳에서도 우리가 어찌하지 못하는 아주 작은 것이 우리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이런 전무후무한 상황 속에서 서로 힘을 합치기보다는 서로 살겠다며 남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인류의 위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의 손으로 직접 만든 영상에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말해주고 있다.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그리고 어떤 길이 옳은 길인지.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에서는 그 명백한 것을 놓치고 있는 듯하다. 이해, 공감, 위로, 배려, 사랑, 공동, 정의. 이 중에서 우리가 옳지 않고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지금 대혼란의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를 실천하고 있을까?






나는 모르겠다.  


지금 우리가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말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나만의 욕심이나 욕망을 다른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포기하고 있는지.



‘내가 가질 수 없다면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다!’


가상의 세계에서 악역이 던지는 뻔하디 뻔한 멘트지만 쉽게 잊히지 않는다. 우리 세계에서도 누군가 이런 마음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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