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은 사랑입니다
시드니, 이 도시를 샅샅이 알고 가겠다는 의지로 대중교통으로 누비며 다니며 몸을 풀었었다. 그리고 남은 약 일주일 간 고르고 고른 당일/원데이 투어 패키지 상품 개시를 시작했다. 가이드 역할에서 손을 떼니 정말 난 몸과 마음이 너무너무 편했다.
지금 여기가 제대로 온 건지 알 필요도 없고
가는 곳이 몇 시까지 하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고
무엇을 먹을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가족들, 특히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 계획, 더더욱 호주 시드니 여행 계획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한다. 당일/원데이 패키지여행을 일정 여기저기에 마구 넣어두셔라. 잘 모르고 애매하면 일단 넣어두셔라. 가성비도 좋고, 무엇보다도 본인도 여행을 100프로 즐길 수 있다!
원래 남이 해주는 것이 제일 아니더냐!
<테마> 시드니 당일/원데이 투어 패키지 개시! (19.04.15~17)
<멤버> 우리 부부, 6살 아들, 장인 장모님
<블루마운틴 - 시닉 월드/세 자매봉 전망대/스테이크 클럽/동물농장>
10여 년 전에 호주 여행을 할 때도 갔었던 ‘블루마운틴’ 그때도 지금도 왜 블루마운틴인지 잘 모르겠다. 멀리서 어쩌다 보면 푸른빛이 돈다고 한다. (어떠어떠한 이유로) 무튼 호주 대자연을 느끼기엔 이 만한 코스가 없겠다 싶어서 당일/원데이 패키지 투어 첫 번째로 선택했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야 했다. 집결이 7시 정도였기 때문이다. 미리 전날 밤 긴장상태로 모든 것을 준비해두고 6시에 일어나서 집결지로 모였다. (당당히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집결지 앞 카페(맛있다)에서 빵과 음료를 마시고 친절한 한국 가이드 아저씨께 안내를 받아 탑승했다. 우리 가족 외에 한 팀 부부밖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운이 좋았다)
개인 가이드처럼 밀착 안내를 받으며 블루마운틴으로 향했다. (차에 타는 순간 너무 편해졌다, 그 안락했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다시 여기 올 때까지 내가 신경 쓸 것이 전혀 없었다 ㅜㅜ)
거의 한 시간을 달려 가이드분의 이런저런 설명을 들으면서 도착했다. 역시 성수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한적했다. 내 대학생 시절 여행 코스와 유사했다. 시닉 월드를 방문해서 3가지 탈 것 중, 케이블카? 곤돌라?를 타고 올라갔다.
멋진 광경이 펼쳐졌다. 산 중턱 즘에 도착하여 굉장한 규모의 산속을 산책했다. 공기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무언가 튀어나올까 두려웠지만 가이드분께서 알아서 해주시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다녔다.
내려올 때는 급경사 열차(과거에 탄광에서 쓰였던 것을 개조)를 타고 내려왔다. 역시나 요것 타는 맛은 그대로 최고였다. 모두 즐거워했다.
차를 타고 좀 더 지나서 ‘세 자매봉 전망대’에 내렸다. 방금 멀리서 보고 온 ‘세 자매봉’을 좀 더 가까이 좋은 뷰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전망대였다. 여긴 사람이 좀 많았다, 그만큼 뷰가 좋았다. 전해 내려오는 어떠한 슬픈 전설로 인해 세 자매봉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두 번 들어도 다 까먹었다)
기념촬영을 마구 하고는 다시 차에 탑승해서 ‘클럽’으로 이동해서 맛난 스테이크와 칩스, 맥주, 와인을 먹었다. 누군가 챙겨줘서 하는 식사가 또한 일품이었다. 난 오로지 아들만 신경 쓰면 되는 것이었다.
마지막 코스인 ‘동물농장’에 들려서 여러 체험과 동물들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차에 탑승했다. (호주 농장 동물들을 구경했다, 양/양치기 개/새 등등과 채찍 체험, 양털 깎기 구경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다시 한 시간 가량 차를 타고 집결지로 다시 돌아왔다,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 한숨 자고 내렸다. (이것도 패키지 투어의 큰 매력이다, 모두 같이 쉴 수 있다)
가이드 분과 인사를 나누고 추천해주신 면세점을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근처에서 모두가 좋아하는 동남아 식당에 들러 마음껏 밥 종류를 먹고 잠들었다.
나중에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갑작스러운 강행군에 모두 몸이 놀랐다고 한다.
(정말 난 몸과 마음이 100% 회복되었기에 듣고는 오히려 놀랐다)
뭐든 적당해야 하는 것이 삶의 진리인가 보다 했지만 그 적당함은 너무 어렵다.
<아트갤러리 NSW/우물룰루 핫도그/호주 박물관/퀸 빅토리아빌딩>
하루 쉬어가는 날이었다. 고 하기에는 여기저기 많이 다녔다.
오전에는 (매우 강추하는) 아트 갤러리 NSW에서 모두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무료’ 전시관이 매우 빵빵했고 아이가 즐길 수 있는 체험 클래스도 있었다. 어제의 지친 몸을 아트로 달래주었다.
점심은 (어디에 나와서 유명하다고 와이프가 말하는) ‘우물룰루 핫도그’에 찾아갔다. 아직 사람이 몰리기 전에 재빨리 마구 주문했다. (양이 너무 많았다 ㅠ) 물가에서 거지새(이비스)와 각종 배고픈 새들과 눈치 싸움을 하며 맛있게 먹었다. 핫도그, 고기 파이, 칩스, 콜라 이렇게 배 터지게 먹고는 결국 남겨서 싸가지고 다녔다.
다시 기운을 차리고 호주 박물관으로 향했다. 오늘은 실내에서 각자 리듬에 맞춰 천천히 관광하는 콘셉트이었다. (아마 나 말고는 몰랐으려나) 모두 알겠지만 박물관/미술관 등의 규모는 '도시(시드니) -> 주(NSW) -> 나라(호주)’ 이런 순서로 커진다. 호주 박물관은 매우 컸고 볼거리가 넘쳤다. 더 이상의 미술관/박물관은 무리였다. (심지어 영어니까 그 피로도가!)
지나치며 보아둔 퀸 빅토리아빌딩으로 모두를 이끌어서 아름다운 쇼핑몰로 안내했다. 여유롭게 자유롭게 구경하며 건물의 아름다움에 취했다. (상점들은 가격대가 좀 있는 곳이다)
그리고는 와이프가 먹고 싶어 했던 애프터눈 티(여기서는 하이티라고 불렀다)를 판매하는 카페로 모였다. 우아하고 달콤하게 느긋한 오후의 티타임을 퀸 빅토리아빌딩 한가운데서 가졌다. 대화는 결국 저녁에 뭐 먹지로 귀결되었지만 오랜만에 초밥을 먹기로 결정하고 그날을 마무리했다.
(초밥 가성비 좋았다, 대학가여서 그랬던 듯)
<타롱가 동물원>
아들이 기다리던 동물원 가는 날이 되었다. 그 이후에도 여기저기 동물원에 다녔지만 이 ‘타롱가 동물원’이 규모면에서는 제일이었다. 당일/원데이 일정이었으나 패키지 투어가 아니었기에 우리만의 속도로 아침을 시작했다. 서큘러 키에 도착하여 처음 페리를 타고 이동했다. (시드니에서는 페리도 대중교통의 하나이다)
길지 않은 시간 뒤 동물원에 도착했다. 미리 사둔 티켓으로 입장해서 쇼 타임을 확인했다. 새 쇼 (버드 쇼)를 시작으로 이런저런 쇼를 보면서 다녔다. 지난번 와일드 사파리보다 훨씬 더 컸고 자연에 있는 동물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역시나 제일 신난 사람은 아들이었다.
점심은 동물원 내 식당에서 호주 국민 음식인 햄버거/피시/칩스를 또 먹었다. (이상하게 안 질린다) 오후에는 더 보고 싶은 동물들과 쇼를 보고 조금 이르게 돌아왔다. (우리 체력이 마냥 넘치진 않는다)
숙소 수영장에서 놀고 싶다는 아들과 한번 놀고는 낮잠 시간을 가졌다. (아마 나는 운동하러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처 중국식당을 알아내서 테이크 아웃을 해서 맛나게 먹고 다시 잠들었다.
이렇게 나로서는 매우 편안한 당일/원데이 투어에 만족하는 한편 벌써 얼마 남지 않은 시드니 일정에 놀라고 있을 때였다.
하루라도 쓰지 않으면 허전하고 답답하다. 하얀 바탕에 검은 글자를 채우는 새벽을 좋아한다. 고요하지만 굳센 글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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