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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n 25. 2020

나는 9번, 아들은 8번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3일

시드니에 머무를 시간이 3일 남았다.


남은 기간 당일/원데이 패키지 중 가장 멀리 가고 이색적인 ‘포트 스테판 패키지여행’이 예정되어 있었고

나머지 기간은 못 가보거나, 한번 더 가고 싶은 곳을 돌며 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여행은 한 달이든 일주일이든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아쉬움을 간직한 채 마지막 3일을 불태웠다?!



<테마> 포트 스테판 모래썰매 & 시드니 한번 더 즐기기! (19.04.18~20)

<멤버> 우리 부부, 6살 아들, 장인 장모님






<패디스 마켓/차이나타운/브로드웨이 쇼핑몰/빅토리아 파크>


전날 동물원을 다녀온 피로도 풀 겸 쇼핑과 공원에서 여유롭게 지내보기로 했다.


아침 식사는 지난번에 사람이 많아서 실패했던 ‘브릭 필드’에 다시 도전했다! 이번엔 성공! 와... 여기서 먹은 아보카도 토스트와 햄치즈 크라상은 정말 정말 정말 맛있었다. 괜히 사람이 많고 유명한 게 아니었다. 레드펀 쪽에 들른다면 꼭 가보길 추천한다.


역시 지난번에 문 닫는 날이어서 못 갔던 '패디스 마켓'에 들려서 득템을 위해 시간을 보냈고 근처에 있는 ‘차이나타운’도 들려서 건질 게 있나 둘러보았다.


점심은 여기저기서 추천해준 한국식 중국집 ‘카오카오’에 갔다. 오랜만에 엠에스지 가득한 짜장과 짬뽕, 탕수육을 먹으니 온 몸에 힘이 났다. 역시 엠에스지는 종종 먹어줘야 하나보다.


공원 여유를 즐기러 가기 전에 ‘브로드웨이 쇼핑몰’에 들러 빈둥 될 때 필요한 피크닉 러그(돗자리)와 유아용 영어 소설책(우리 수준에 딱이다), 그리고 유아변기(아들이 변을 제대로 못 보고 있었다 ㅠㅠ)를 샀다. 


쇼핑몰 옆에 있는 ‘빅토리아 파크’에 들어가서 적당한 자리에 자리를 폈다. 늘 지나다니면서 공원에서 여유를 부리는 사람들이 부러웠는데 이제야 합류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공원 빈둥빈둥은 앞으로 호주 여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프리즈비 던지며 노는 사람들

와인을 병째 마시며 데이트하는 남녀

강아지에 끌려다니며 산책당하는 노부부


모두 모두 여유로워 보였다. 우리도 다행히 아들이 돗자리 위에서 사분사분 잘 있어줘서 늘어지는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가서 사람들이 하나 둘 일어설 때 우리도 주섬주섬 정리해서 자리를 떠났다.

 

저녁은 마트에서 항상 궁금해하던 ‘선데이 로스트 포트’를 무리해서 2개나 사 와서 숙소에서 먹었다. 맛있었으나 욕심 낸 2개째는 좀 무리였다.



브로드웨이 쇼핑몰, 빅토리아 파크




<포트 스테판 - 넬슨 베이 돌고래 관찰 페리/헌터 밸리 와이너리 체험/모래썰매>


바로 그날이 되었다.


아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저번의 블루마운틴 패키지여행 집결지로 향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서둘러 출발하는 차에 몸을 실었다.


첫 여행지는 돌고래를 관찰할 수 있는 ‘넬슨 베이’였다. 페리에 타서 다과를 즐기며 돌고래를 볼 생각에 들떠있었다. 배는 출발했고 돌고래가 모이는 포인트에서 선장님의 방송을 들으며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결과적으로 정말 많은 돌고래를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우리도 즐거웠지만 아들에게도 엄청난 경험이었다. 선장님의 가이드 외에도 가면서 멀리 돌고래를 직접 발견하는 것도 재밌었다.



돌고래보고 신났다



와인과 점심을 먹으러 ‘헌터 밸리 와이너리’로 이동했다. 각종 와인을 다 같이 시음하며 기분을 냈고 (맛있더라!) 점심도 어울리게 스테이크와 칩스를 맛나게 먹었다. 와이너리 주변이 경치가 좋아서 둘러보며 기념사진도 많이 남겼다.



맛난 와인 시음과 당근 공원?



배를 채우고 이제 하이라이트인 ‘모래썰매’를 타기 위해 이동했다. 경치가 마치 사막처럼 변했다.


‘낙타’들이 갑자기 시야에 등장해서 놀랐다. @.@ (낙타 체험 코스도 있다고 한다) 모래썰매를 타기 위한 사구(모래 언덕)에 도착해서 간단히 안전 교육을 받고는 썰매를 들고 정상으로 향했다.


그렇다, 체력이 되는 사람이 열심히 올라가서 타는 시스템이었다. 가이드께서 누구는 저번에 몇 번 탔더라 하시면서 괜한 승부욕을 자극했다. 결과적으로 모래 썰매는 정말 신나는 경험이었다.


아들은 나를 따라 쉬지 않고 모래 언덕을 올랐고 나는 9번, 아들은 8번 썰매를 타고 내려왔다. 아들과 함께 타는 8번이 무게감이 있어서 그런 건지 아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타서 그런 건지 더 신났던 것 같다.


그렇게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멋진 광경에서 사진을 남기고는 돌아오는 차에서 모두 기절했다. 도착해서 저녁 식사는 차이나타운 나이트마켓에 들러서 전통 중국식(?)으로 해결했다.


그렇게 돌아와서 시드니 마지막 날을 앞두고 모두 잠들었다.



즐거웠던 모래 언덕




<레드펀 파크/로열 보타닉 가든/오페라 하우스/록스 마켓/시드니 천문대/달링 하버>


시드니 마지막 날은 장인 장모님과 우리 가족과 따로 자유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마지막으로 둘러보고 싶은 곳과, 못다 챙긴 기념품을 각자의 취향에 따라 하루를 채우기로 했다. 


우리는 지난번 힐송 처치 가는 길에 우연히 들렸던 '레드펀 파크’ 바로 앞에 있는 베이커리에 들러서 맛있게 먹었던 샌드위치와 빵을 사서 공원에서 먹었다. 이름을 까먹은 그 집은 2번 찾아갈 정도로 정말 맛있었다.


여유로운 공원 놀이를 하기 위해 ‘로열 보타닉 가든’으로 향했다. 아들과 와이프는 지난번에 못 탄 ‘추추 열차’를 타고 한 바퀴를 돌았고 나는 오페라 하우스가 보이는 언덕 즈음에 돗자리를 깔고 푹 쉬었다.


아마 낮잠을 좀 잤었던 것 같다. 이 팔자가 너무 좋았다.


오페라 하우스를 마지막으로 다시 둘러보고 약 2주 전에 우연히 들려서 맛있게 먹었던 그 양식 식당에 갔다. 다른 메뉴를 골랐는데도 여전히 만족스러웠다.


록스 마켓에 들러 소소한 기념품(마그네틱, 수제 캔디)을 챙겨서 시드니 천문대로 향했다.




마지막 하버 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



이때쯤 아들이 유모차에서 잠들었고 나와 와이프는 멋진 광경이 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시드니 천문대에서 여유를 즐겼다.


이곳 잔디밭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시드니 중심에 위치해있고 여기저기 시원하게 시야가 트여있어서 이만한 뷰를 보여주는 곳이 없을 것 같았다. (거기다가 공짜!) ‘시드니 천문대’는 천문대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한눈에 멋진 풍경을 담고자 한다면 꼭 들르면 좋겠다.


마지막 저녁은 처음 온 날을 생각하며 ‘달링하버’로 향했다. 눈여겨보았던 ‘더 포트’라는 식당에 들어가서 대단히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마지막 식사를 마무리했다. 불꽃놀이를 한번 더 보고, 길거리 공연도 즐기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들을 재워 놓고 우리는 내일 떠나는 짐을 쌌다.



시드니 천문대에서 잘 자준 아들






이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약 2주간의 시드니 여행이 끝났다.


하지만 우리의 호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쉬움보다는 내일의 기대가 더 컸다.


내 인생에 2번이나 와본 해외 여행지가 얼마나 많이 있을까 싶다. 언젠가 다시 시드니에 올 날이 있을까 생각하며 잠들었다



* 아빠로서 아들을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아빠 육아 업데이트』를 바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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