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Jan 20. 2021

바다거북이 알 낳는 장면을 보는 기분

분다버그/번다버그(Bundaberg)

작년 1월 초에 교회 수련회를 Bundaberg로 1박 2일로 다녀왔다. 이 분다버그? 번다버그?라는 곳은 우리에게 ‘진저비어’ 음료수의 원산지로 익숙한 곳이었다. 그리고 바다거북이 알을 낳고, 그 알에서 아기 거북들이 부화하여 바다로 기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들었던 곳이다.


언젠가 우리 가족끼리 다녀와야지 했으나 운전해서 3시간 걸리는 길이어서 미루어 두던 참이었다. 마침 수련회가 그곳에서 있다고 하여 겸사겸사 1석2조로 즐겁게 다녀왔다. 그때의 기억을 사진을 중심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바다거북 알 낳기, 부화 관찰


그냥 가면 바로 볼 수 있는 줄 알았다. ㅡㅜ 한번 해보니 알고는 두 번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ㅠㅠ 저녁 식사 이후 6시부터 걸린 일정이니 그날 자정까지 대략 5~6시간이 소요되는 긴 일정이었다.


먼저 이곳 분다버그는 바다거북이 찾아와서 알을 낳고, 그 알들이 부화하는 장소이다. 호주, 그리고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춘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몇 달 전부터 이 ‘관찰 투어’의 예약이 밀려있다고 한다. 매우 많은 사람들과 함께 기다렸다.


미리 짜인 조의 순서대로 기다려야 했고 다행히 그냥 허허벌판에서 기다리는 것은 아니었다. 이 투어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단체가 운영하는 전시관에서 이런저런 볼거리를 구경하며 기다릴 수 있었다. 한두 시간 정도는 정신없이 어른, 아이들도 구경하며 바다거북을 볼 순간을 기대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 이상의 대기 시간은 어른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ㅡㅜ 특히나 8시면 잠들던 나와 아들은 거의 실신 지경이었다. 하하.


기다리던 시간들, 지쳐가는 표정들



결과적으로 깜깜한 바닷가에 조심스럽게 나가서 몇 번의 실패 후 바다거북이 알을 낳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사실은 부화하는 장면을 더 기대했으나 그건 좀 더 시기가 지나야지 확률이 늘어난다고 했다)


눈으로 담았으나, 사진은 찍지 않았다. 그때 나와 와이프의 마음은 별로 편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 피곤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바다거북으로서는 매우 귀중하고 쉽지 않은 순간이었을 텐데 그 순간 수많은 사람이 빛과 카메라를 들이대며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불편하고 싫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오랜 기다림 끝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나 마냥 즐거운 경험을 아니었다. (만약 아기 거북들이 바다로 뛰쳐나가는 모습을 보았다면 그렇지는 않았을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서 아들과 나는 기절하듯 잠들었다.


진짜 아닙니다




고구마 농장 투어


다음날 아침에서 분다버그가 유명한 이유인 ‘농장’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이곳에는 수많은 농장들이 많아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가진 관광객 청년(=워홀러)들이 많이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다고 한다. 끝없이 펼쳐진 고구마 농장에 방문하여 직접 뽑아보기도 하고 체험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붉은 농장 흙과 푸른 하늘이 대조가 되는 사진 구도가 멋져서 여러 장 남기고 왔다.


고구마 캐기 꿈나무




진저비어 전시관


늘 마트에서 사 먹던 ‘분다버그 진저비어’의 본점(?)에 방문했다. 전시관처럼 해 놓았고, 테스팅과 먹고 싶은 것 골라 담기가 가능했다. 우리 세 가족 모두 이 진저비어(알코올이 없어서 아들도 먹는다)를 좋아하기에 즐겁게 구경했다. 6개짜리 ‘아무거나 골라봐’ 상품을 구매해서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녀석들을 골라 담았다.


다 내껀가?




화산 전망대


돌아오기 전에 들린 전망대 ‘The Hummock Lookout’. 설명을 읽어보니 예전에는 화산이 일어났던 곳이라고 한다. 넓은 대지가 주로 있는 이곳에서 사방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었다. (실제 높이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기념 촬영하듯이 분다버그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돌아왔다.


팽팽한 동갑내기 커플과 멋진 그들의 아들



한 가지 분다버그 여행을 한 뒤 얻은 점은 이렇게 편도 3시간 길을 운전하고 나니 어지간한 거리는 아주 쉽게 갈 수 있었다. 브리즈번 1시간 거리가 꽤 부담스러웠었는데 그 이후 그 정도는 아주 껌이 되었다.


아무튼 한 번쯤 가보려 했던 분다버그 1박 2일 여행, 수련회를 통해 알차게 잘 다녀왔다!



* 아빠로서 아들을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아빠 육아 업데이트』를 바로 만나보세요!





이 브런치는 이런 곳입니다.

이 작가와 책을 만나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이 바다엔 우리 사랑 '그것'이 숨어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