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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Mar 06. 2021

세상 편하기 위한 귀찮음의 산물

혈액형 / 문과 이과 / 내향적 외향적 / MBTI

    초등학교 시절 기억 하나


"나 아이스크림 한 입만 주라~"

"너 혈액형 뭔데?"

"난 AB형이야."

"그럼 안돼! 네 침에 네 피가 묻어있어서 내 피랑 섞이면 큰일 나거든!"


혈액형의 다름을 가장 뼈저리게 느꼈던 순간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기억 하나


"이과, 문과 중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과에 손들어 보자!" 

(음... 어쩌지 난 아무 생각이 없는데. 책이 좋으니 문과로 가야 하나.)

"먼저 이과 손들어 보자." 

(친한 친구들 대부분 이과로 손을 드네... 그럼 나도.)

"저요!"


다음날 이과, 문과 반편성이 결정되었다. 그 이후 난 평생 이과가 되었다.



    대학교 시절 기억 하나


"초록Joon~ 넌 성격이 내향적이야 아니면 외향적이야?" 

(음... 그때그때 다른 것 같은데. 처음 만난 친구라서 잘 대답하고 싶은데.)

"난 집에서는 내향적이고, 밖에서는 외향적이야."

"그게 말이야 방귀야~ 사람은 둘 중 하나야! 넌 외향적인 것 같아."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그 친구는 날 단숨에 외향적인 아이로 정해버렸다.




    ‘AB형, 이과, 외향적’ 학창 시절을 지나오면서 가지게 된 내 정체성이다. 이게 나를 얼마나 설명하는지 잘 모르겠으나 많은 이가 이것으로 나를 판단하고 바라보게 되었다. 지내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다른 이를 이 기준으로 나누어서 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잣대의 장점은 편리함이었다. 생김새가 다른 여러 사람을 미리 정해진 틀에 맞춰서 판단하니 복잡함이 사라졌다. 이 친구는 이렇고, 저 친구는 저렇고 아주 쉬웠다. 물론 중간중간 이것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튀어나왔지만 손쉽게 무시되었다. 언제나 궁극의 편함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놀라운 ‘구분의 편함’은 놓치기 쉽지 않은 ‘절대적인 구분자’였다.


    ‘절대적인 구분자’도 유행을 탄다. 



* 공감을 '강요'받는 이 시대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 (우리의 책에서 만나요!)



『공감받지 않고, 공감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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