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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Mar 09. 2021

한국을 소개하고 온 아들

스타 스튜던트로 일주일 지내기

영광스러운 한 주가 지나갔다.


학교 전체가 모인 조회(어셈블리) 시간에 '스타 스튜던트'로 호명되며 무대에 나섰던 순간. 그 고귀한 자격을 나타내는 망토를 두르고 지내던 시간들까지. 어제 새로운 다음 친구에게 넘겨주면서 마무리되었다.


아들은 이 기간을 지나면서 부쩍 자란 느낌을 주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고 학교 생활에 애정이 넘쳐 보였다.


아이들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이런 제도에 감사하다.


의도한 것처럼 이루어진 다각도 촬영



어느 날 놀라운 이야기를 전했다.


'나 오늘 한국 노래 들었어~ 그거 있잖아. 아리랑~'


그날은 공연 예술(퍼포밍 아트) 시간이 있는 날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국'을 주제로 수업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선생님께서 아들을 불러 친구들에게 한국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셨다고 한다.


아들은 본인이 아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했다. 즐겨 듣던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에서 단군 할아버지와 홍길동 이야기를 꺼내 들려줬고, 태극기도 그려서 보여주었다고 한다. 다음 시간에는 부채춤을 연습한다고 한다. 우리의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다.


좀 갑작스러운 상황이었겠지만 나름의 최선으로 훌륭하게 대처한 아들이 대견했다. 한편으로는 만약 아들이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였다면 어떻게 흘러갔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외모는 동양인이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을 텐데...


해외에서 지내면서 우리의, 그리고 특히 아들의 정체성에 대해 떠올려 본 계기가 되었다.


선생님께서 촬영에 쓰라고 건네주신 표창장



여전히 나만의 하이라이트는 아들과 아침에 헤어지는 순간이다. 깜빡하고 교실 문으로 들어서다가도 아들이 돌아와서 조용히 내게 말한다.


'아빠~ 마지막 뽀뽀하고!', '아빠~ 마지막 안아주기 하고!'


이렇게 우리는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하루를 보낼 힘을 서로 얻는다. 사랑하는 아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방학이야 힘내!






건너 듣는 학교 생활


1. 자발적인 문제 풀이

산수 시간에 손을 번쩍 들고 어려운 문제를 풀겠다고 했단다. 두 자리 숫자 세 가지를 더하는 문제였는데 열심히 잘 풀었다고 한다. 우린 다른 무엇 보다도 아들이 스스로 손을 들고 나섰다는 것에 놀란다. 그런 분위기와 자신감을 불어넣는 교육환경에 만족스럽다.



2. 달리기 챔피언

체육활동 시간이 있는 날이면 마치고 아들이 늘 알려준다. '나 오늘도 달리기 제일 먼저 도착했어!' 덩치가 큰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날쌘 편도 아닌데 이게 무슨 소리일까? 여기서 저기로 단체로 달리는 모양인데 다른 친구들은 떠들고 놀면서 쉬엄쉬엄한 반면, 아들은 선생님 말씀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생긴 결과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3. 개구쟁이 친구는 못 말려

아들 반에는 엄청난 개구쟁이 친구가 있다고 한다. (새롭게 사귄 친구 중 한 명)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중간중간 벌떡 일어나서 본인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한다. 그러면 선생님께서 낮고 완고한 톤으로 ‘싯 다운’이라고 하시고 친구는 다시 앉는데, 이것을 아주 많이 반복한다고 한다. 여전히 반성의 방(?)을 제 방처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친구라고...


찰흙에 빠진 홍카소



생각이 많아 생긴 생각


어느 날 본인이 그동안 생일 선물과 크리스마스 선물들의 가격을 물었다. 제일 비싼 녀석의 가격을 알려주니 크게 놀라면서 말한다. '뭐? 200불? 그럼 그렇게나 많이 엄마 아빠가 돈이 있다고?'


이 녀석이 벌써 그때를 까먹은 듯하여 한국에서 엄마 아빠가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던 시절을 상기시켜줬다. '와... 그럼 한 번에 돈 많이 번다는 거네? 난 한 번에 1불 버는데...'


요즘 아들은 칭찬 코인(=용돈)을 통해 경제관념을 배워가고 있다. 밥 잘 먹기, 정리 잘하기 등 약속을 지켜주면 1불씩 받아가고 그것을 모아 사고 싶은 것을 사고 있다. 장난감 가격을 확인하면서 본인이 받는 1불이 한없이 작아 보였던 것이다.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면 많이 벌 수 있을 거야라고 알려줬다. 그러면서 스스로도 돌아보게 되었다. 난 그렇게 돈을 벌었었나?


아이를 키우면서 나를 스스로 돌아본다. 앞으로는 정말 그렇게 돈을 벌어야 할 텐데...


호주의 푸르고 초록한 일상






지난주부터 우리 가족의 하루는 새벽에 시작되고 있다. 원래 몰래 일어나서 자기 시간을 즐기는 나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실습이 시작된 파랑의 이른 기상이 더해졌다. 거기에 엄마 아빠가 옆자리에서 사라진 아들의 잠에서 깨려는 몸부림까지. 


아침마다 긴장이 가득한 채 시작되는 바람에 평소보다 낮과 저녁에 더 피곤하다. 두 학생 덕분에 잔잔할 것만 같은 우리 호주 생활에 리듬이 더해진다.


오늘도 감사하며 새로운 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하루를 맞이한다.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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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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