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Mar 30. 2021

내 안에 없는 것은 알 수 없다

관계에 대한 태도

    '저 사람이 왜 인사를 퉁명스럽게 하지?'


    그렇게 시작되는 날이면 하루 종일 신경이 쓰였다. 이유는 정확히 몰랐지만 괜히 나 때문인 듯하여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리저리 그 사람 눈치를 보며 언제 다시 내게 웃어줄까 노심초사하며 지냈다. 다시 밝게 대해주면 그동안의 끙끙 앓았던 마음이 무색하리만큼 사르르 녹으면서 속이 편해졌다. 생각해보면 이런 일은 사회에 나오기 전부터 자주 있었다. 매일 보는 친구와도, 심지어 같이 사는 가족과도 그랬다. 말투, 표정, 단어 하나하나 해석하며 보냈던 날이 많았다. 뭔가 언짢은 기운, 평소와 다른 느낌을 받으면 괜스레 찔려서 마음이 쓰였다.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혼자서 온갖 추측과 예상을 동반하여 끝없는 시나리오를 써대곤 했었다. 


    늘 그렇게도 알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여기는지,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지금 돌아보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는데도 뭘 그렇게 애를 썼는지 모르겠다. 마치 로또 당첨을 바라는 기도처럼 참 부질없었다. 그들의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느껴지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리 올라갔다 저리 내려갔다 난리도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나를 대하는 태도와 감정에 휘둘리면서 어쩔 줄 모르고 살아왔다. 언제나 모두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었다. 누구에게도 밉보이고 싶지 않았다. 나를 빼고 수군대는 소리는 모두 내 이야기처럼 들려서 온갖 신경이 곤두섰었다. 아무리 오랜 시간 고민하고 생각하고 이리저리 나를 바꾸어 보았지만 어려웠다. 여전히 다른 이의 판단과 표현은 내 마음 같지 않았다. 그렇게 나를 바라봐주지 않았고, 그게 어떤지도 정확히 알 수도 없었다. 


    눈치만 늘어가는 시간이 계속 흘러갔다. 



* 공감을 '강요'받는 이 시대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 (우리의 책에서 만나요!)



『공감받지 않고, 공감하지 않고』 


이전 01화 공감 제로 능력자의 한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