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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n 02. 2021

친구들과 어울리는 아이를 보는 시선

아들의 학교 사생활

아들은 여유로운 지각생이다. 수업 시작 시간이 거의 간당간당할 때 도착한다. 교실 문은 어지간하면 굳게 닫혀있고 내가 열어주면 들어간다. 이를 처음 경험한 파랑은 깜짝 놀라며 원래 문이 닫혀 있냐며 아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아들은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원래 맨날 닫혀있어~'라고 했다고...


한 번은 여느 날처럼 늦었는데 교실에 아무도 없었다. 주변을 살피니 저 멀리 선생님과 친구들이 어디론가 줄을 맞춰 이동하고 있었다. 당황한 우리 부자의 모습을 줄 뒤쪽에 서있던 몇몇 친구가 발견하고는 어서 오라고 손짓했다. 가방을 내려놓은 아들과 함께 그쪽으로 뛰어갔다. 다행히 기다려준 친구들 덕분에 아들은 무사히 합류할 수 있었다. 헐레벌떡 뛰어가는 아들을 데려가는 친구들 모습이 따뜻했다.


물론 이 모든 건 내가 만든 현상이다. (아들은 시간 관계없이 늦장 부릴 뿐) 파랑도 놀란다. 내 성격에 정말 괜찮냐고. (시간 지키는 것에 병적인 나) 나 혼자되는 게 아니라서 내려놓는 중이다. 그래도 이렇게 마냥 지각을 일삼는 것은 아니라는 파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은 좀 더 당기려고 노력 중이다. 어제도 2분 정도 일찍 갔다. 교실문은 이미 닫혀있었지만. 오늘도 조금 더 일찍 가보자 아들!


귀여운 지각쟁이



아들은 학교에서 거의 대부분 시간을 노는 것 같다.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면 대강 이렇다. 아침에 모여서 잠깐 배우고 놀다가 과일 먹는다. 또 놀다가 간식 먹는다. 또 놀다가 점심 먹는다. 그리고 모여서 잠깐 배우고 집에 온다. 나도 가고 싶어지는 학교 스케줄이다.


이렇게 많은 노는 시간에 누구랑 뭐 하고 노는지 종종 물어본다. 어떤 친구들과 지내는지 궁금한 데 알 수 있는 방법은 아들의 이야기뿐이다. 최근엔 독특한 이야기를 들었다.


주로 같이 놀던 친구 A와 B에 대해 물어봤는데 둘 다 요즘엔 잘 안 논다고 했다. 'A는 게임 룰을 안 지키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 B는 매번 같은 놀이만 하자고 해.' 모두 이해가 되는 이유였다. 이렇게 이쪽이랑 어울리다가도 저쪽이랑 어울리다가 하나보다.


전해 들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말해줘서 고마울 뿐이다. 교우관계는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거니까.


그의 인생의 절반 - 책과 장난감



아, 드디어 한국에서 온 택배가 도착했다! (대충 한 달 반 걸리는 듯) 기다렸던 장난감과 책을 받아서 아들은 날아갈 듯했다. 거기에 할아버지 할머니 선물까지 가득해서 집이 풍성해졌다.


파랑의 졸업을 축하하는 여행도 다녀왔는데 콘셉트가 '쉼'이었다. (나는 몰랐는데 가서 알게 됨) 숙소에서 '놀고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그 덕분에 난 잘 찌지 않던 살도 쪄서왔다.


어찌나 늘어졌던지 돌아오는 여행길에 한 마디 했다. '나 너무 답답해서 학교 가고 싶어!' 무슨 이야기인가 했더니 뛰어놀지를 못해서 에너지 발산을 못했다는 말이었다. 이런 말 하는 친구가 아닌데 이번 여행이 정말 어지간했나 보다.


결국 해변에 가서 1시간 넘게 마음껏 날뛰고 왔다. 아이는 기운이 점점 넘쳐나고 우리는 가라앉는데 어떻게 맞춰갈지 고민이다.


누울 수 있는 소파, 침대, 쿠션, 선베드가 늘 곁에 있음






핵심을 찌르는 아들 어록



1. 음식을 고르는 방법


여행지에서 아침을 고를 때 아들이 말했다.


'저게 하나 남은 거라서 제일 좋고 맛있는 거야, 그래서 꼭 시켜야 돼!' 


이 말은 한마디도 빠짐없이 내가 하는 말이다. 사실 고르기 귀찮아서 이유를 만들어낸 것인데 아들이 그대로 배웠다. 자나 깨나 입조심이다.



2. 나만 바라봐


요즘 레고 만들기에 심취해 있는데 엄마가 함께 있는 게 더 좋다고 했다. 이유는 아빠는 계속 자기를 안 보고 딴짓을 해서다. 엄마는 자기를 바라봐주는데 나는 가끔 책도 보고 핸드폰(이것도 전차책)을 봐서 엄마가 더 좋단다.


충격을 먹고는 내게 다시 기회를 달라고 하고 요즘 열심히 같이 만들었다. 나름 만회가 되었는지 다시 나랑 같이 놀아준다.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굴면 사라지는 게 사랑이라더니!






나는 요즘 인기가 좀 있는 것 같다.


아들 학교에서 어떤 같은 반 여자 친구가 '와~ 너 날씬하다~'라고 했다.


저녁에 씻고 나오면 이런 메시지가 도착해 있기도 하다. '씻고 나서 조금만 더 놀자~'


나만 신경 쓰기도 벅찬 데 참. 그래도 이렇게 주는 관심에 최선을 다해 분발해본다! (뭘? 하하.)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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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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