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등교한 마지막 날, 그리고 YES DAY!
아프고 난 다음날도 아팠다. 열은 그대로 높았고 아침 먹은 것을 다시 토해냈다. 학교에는 다시 결석 통보를 했고 병원 예약을 잡았다. 친절하신 의사 선생님께서는 가벼운 장염이라고 말씀하셨다. 푹 쉬면서 아이가 스스로 식욕이 돌면 그때 먹기 시작하면 된다고 하셨다.
집에 와서도 배고픈 마음에 먹을 것을 먹었지만 다시 토했다. 계속 속을 비워대니 배는 더욱 고플 수밖에 없었다. 생전 하지 않던 '배고파. 밥 먹고 싶어.'를 그날 많이 했다. 이런 식으로 밥 잘 먹기를 바랐던 것은 아니었기에 안쓰러웠다.
상태는 점점 나아졌다. 아이의 회복 속도는 놀라웠다. 꽤 괜찮아진 상태로 따뜻한 밥을 대하며 아들이 말했다. '역시 바로 해주는 밥이 맛있네!' 학교에서 먹는 도시락은 다 식어서 집에서 먹는 밥이 더 맛있다고 했다. 밥 맛있다는 말을 그렇게나 자주 한 날이 있을까 싶었다. 역시 배가 고파봐야 밥 소중한 것을 안다더니 이날이 바로 그날이었다. 잘 먹은 밥 덕분인지 아들의 컨디션은 점점 좋아졌다.
이번 학기 마지막 날, 금요일. 호전된 아들과 함께 학교에 등교했다. 교실 문을 열고 아들이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환호가 들렸다. '준~ 준이 돌아왔다!' 이틀 자리를 비웠던 아들이 마지막 날 온 것을 모두 반겼다. 이게 참 뭐라고 난 괜히 울컥했다. 아들이 나아준 것에 고마워서, 그리고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어서. 한번 더 아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 창문 너머로 안 쪽을 살폈다. 한 여자 친구가 아들에게 커다란 선물을 쥐여 주며 설명하고 있었다. 괜히 내가 설레면서 돌아섰다. 아들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걸까 하면서...
하교 시간에 맞춰 파랑과 함께 교실로 향했다. 고마운 담임 선생님께 인사도 직접 드릴 겸. 우선 아들을 만나 아침 해프닝의 궁금증을 풀었다. 아프기 전에 색종이로 만든 '드레스, 반지, 리본'을 2명의 여자 친구에게 주었는데 그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아직도 궁금한 것은 왜 1명이 아니고 2명이었을까다. 왜...?) 그것을 본 반 친구들과 선생님께서 모두 받고 싶다고 요청해서 쉬는 동안 온 가족이 총출동해서 종이를 접어서 마지막 날 가져갔다.
물론 선생님께는 좀 더 특별한 선물과 아들이 직접 쓴 감사 카드를 전했다. 언제나처럼 활짝 웃는 얼굴로 선생님께서 고마워하셨다. '너희 가족은 늘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 줘!' 우리에게 선생님은 특별한 존재였기에 당연했다. 회복한 아들 덕분에 보낸 감동적인 마지막 날을 끝으로 아들의 방학은 시작됐다.
드디어 그날이 되었다. 방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첫 월요일. 그날은 우리 집의 'YES DAY'였다. (YES DAY : 육아를 하며 항상 'NO'를 외치는 부모가 한 달에 한번 'YES'만을 하는 날)
이 날을 위해 아들은 열심히 생활해왔다. 따로 특별한 일은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했다. (밥 잘 먹기, 한글 놀이, 정리하기) 중간중간 위기가 있어서 없어질 뻔했지만 가족 모두의 협동으로 이끌어 냈다.
D-Day 전날 밤, 아들은 수첩에 하고 싶은 일들을 열심히 적었다. 미리 생각해 둔 게 많았는지 꽤 길었다. 그리고 당일 아침이 되자마자 아들의 소원을 하나씩 이루어 갔다.
<아들의 첫 YES DAY>
여행 가기(일주일 여행을 떠났다), 잠옷으로 차 타기(거의 하루 종일 그렇게 돌아다님), 아침으로 간식 먹기(젤리를 듬뿍 드셨다), 용돈 30불 받기(장난감을 바로 구입), 놀이동산 가기(첫날 일정으로 확정), 펀 드라이브(아들이 가자는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무척 인기 있었던 아이템. 안전운전 필수!), 캐리어 타기(여행 가방에 올라타서 즐기기), 게임 오래 하기(마인 크래프트를 오래 했다), 밤에 티브이 보기(해가 진 뒤에도 봤다), 밤에 간식 먹기(아이스크림, 초콜릿 모두 대접했다), 엄마 아빠 부리기(안아달래기, 물건 가져달래기, 먹여달래기)
아이의 욕구를 낱낱이 알 수 있던 날이었다. 별로 대단하고 어마어마한 것은 없었지만 소소하게 억압받고 제어되었던 것들이 많았다. 우리 부모의 이유는 한결같았다. 아이의 건강과 안전이 걱정되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답답한 마음이 있었던 아들에게 이렇게 가끔 풀어주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YES DAY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가족 모두에게 특별한 날이 되길 바란다.
<또 다른 영어 유머>
요즘도 늘 골똘히 생각하며 조크(Joke)를 만드는 아들.
Q : 왜 잠자는 사람을 믿을 수 없나요?’
A :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죠!
잠을 잘 때는 누워서 잔다. 누워있다가 '라잉'인데 거짓말하다의 '라잉'과 같은 소리가 난다. 그래서 누운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여긴 것이다. 난 이 해설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
<양보단 질>
사탕가게에서 큰 것을 고르라고 조언을 했더니...
'양 많은 것보다는 맛있는 게 중요하지!’
아이코 야. 세상을 다 알아버렸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