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놀이 & 그림놀이 & 물놀이
6/Oct/2019
방학 둘째 주에는 준영이의 주요 놀이 3종 세트로 시간을 보냈다. 단둘이 번개 나들이도 다녀왔다! 쑥쑥 크는 아들이 옆에 항상 붙어있는 지금도 신기하고 아쉬움도 든다.
하루에 조금씩 한글과 영어 글자 놀이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괜한 조바심도 났었지만 천천히 안에서 우려 지며 발산하는 아들을 알기에 찬찬히 해나가는 맛으로 함께 하고 있다. 잘 따라와 주는 아들도 대견하고 가끔씩 놀라운 어휘를 구사할 때 정말 놀라곤 한다.
우선 한글 쪽 활약을 남겨보면...
1.
‘아빠~ 우리 집에 뿌리가케 거의 다 먹었어~’
준영이는 후리가케 뿌려먹기를 좋아한다. 원래 발음을 알려주었다.
‘아빠~ 나 양념 테이프가 필요해~’
만들기 놀이할 때 이제 테이프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원래 발음을 알려주었다.
2.
‘엄마~이제 더 댈 핑계가 없지?’
종이접기 도와줄 때, 이것 저것 먼저 정리하고 도와준다고 했을 때 반응.
평소에 우리가 준영이한테 이것저것 해달라고 할 때 쓰는 말이었다. 조심하자.
3.
‘아빠도 엄마를 처음으로 만났고 그래서 준영이를 만들었지~'
‘음.. 그럼 내 엄마는 어떻게 만나고 아이는 어떻게 나아?’
아마 자기 미래의 와이프와 미래의 자녀에 대해 물어본 것 같았다. 용기를 내라는 둥 여러 인생선배로서 조언을 해주었다.
4.
‘아빠~ 엄이라는 글자는 어떻게 쓰더라?’
‘아~ 어에 미음 받침 하면 되지~’
학교에서 돌아온 엄마에게 멋지게 쓴 ‘엄마’를 안겨주었다.
이제 친해지고 있는 영어 쪽 활약은...
1.
영어 키즈 채널을 보다가...
‘아빠~웨어디잇고가 뭐야?’
‘오! 그게 통째로 들렸어?’
아이들의 언어 체화 능력은 정말 놀랍다.
2.
여기저기서 노출이 되다 보니, 본인도 새로운 걸 익히며 쓰다 보니 재미가 붙나 보다.
요즘은 의식적으로 숫자를 영어로 세고 ‘원투 쓰리 포~’
대답도 영어로 하곤 한다 ‘노~’ ‘예스~’
아이들의 적응은 정말 걱정할게 아니다.
3.
(정말 갑자기) ‘아빠 해버 룩이 뭐야? 유치원 선생님이 자주 이야기해’
‘오잉? 갑자기 그게 생각났어? 한번 봐보라는 거야~’
그날 집에서 ‘해버 룩’을 못해도 100번은 넘게 했다.
준영이는 하루에도 몇 개씩 그리기, 만들기 작품을 만들어 낸다. 그 작품을 한국에서도 모셔왔고, 여기서도 잘 모아 두고 있다. 그 양이 어마어마 해질 듯하여 중간 정리를 시작했다. 물리적인 정리도 했지만 우선 그 기억과 느낌을 남기기 위해 디지털화를 시도했다. 지난 3년간의 준영이 작품을 내 나름의 기준으로 남기면서 작가에게 물으면서 설명을 덧붙였다.
초기 작품에 대해서는 아들도 ‘나도 이건 기억이 안 나’ ‘이건 뭐야 아빠?’ ‘@.@‘라며 어려워했다. 나도 어린 시절에는 그랬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아들은 오늘도 열심히 생각을 옮겨 담고 있다.
그동안 10주 간 즐겁게 다니던 미술수업의 위기가 찾아왔다. 함께 하던 동갑내기 친구가 더 이상은 같이 다닐 수 없게 된 것이다. 10주 차 수업은 아들과 나만 참여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아들은 혼자서도 계속하고 싶다고 전했다. 휴가를 다녀오셔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수업도 즐겁게 마쳤다.
가끔은 이해가 쉽게 되는 어른들의 이유와 결정을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 아이들이 어려서일까 아니면 그 설명이 어려워서 일까? 올해는 이 미술수업을 계속 이어갔으면 한다.
두 번째 수영 수업을 참여했다. 이번에는 휴강인 엄마도 함께 응원을 갔다. 두려움 없이 멋지게 시작했다.
이번에는 물에 얼굴 넣으면서 하는 연습이 있는 날이었다. 물놀이를 좋아했지만 항상 튜브와 구명조끼를 하고 있었기에 물에 얼굴이 빠져 본 적이 없는 아들은 무서워했다. 그날 수업시간 내내 그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한 채 진행되었다. 그래서 였는지 첫날은 하지 않았던 엄마 아빠가 자신의 시선에 있는지 계속 확인했다. 그래도 노련한 선생님 덕분에 수업을 끝까지 잘 마쳤다.
잘했다고 칭찬을 하긴 했으나 와이프에게 아들의 멋짐을 보여주고 싶었던 나는 오는 내내 잔소리를 하게 되었다. 다음번에 가면 물에 얼굴을 넣는 연습을 할 테니, 그전에 단지 내 수영장에 가서 연습을 하자는 둥.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욕심이 앞서서 아들의 두려움을 공감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 역시 물에 들어가면 뻣뻣해지고 무서워하기 때문에 같은 모습을 아들에게 봤기 때문에 그랬다.
아들은 그런 아빠의 못된 잔소리에도 깨닫는 바가 있었는지 목욕할 때 얼굴을 조금씩 넣어보는 연습을 같이 해주었다. 생각해보니 아들은 얼굴에 물이 묻거나 튀는 것을 어려서부터 싫어했다. 목욕할 때도 얼굴 위는 젖지 않아 마지막에는 꼭 따로 씻겨줘야 했다. 그런 아이가 한 번에 두려움을 떨쳐내기는 어려울 테니 천천히 내 기준을 버리고 옆에서 지켜봐 줘야겠다.
부모 욕심을 버리기 위해 이곳에 왔는데 틈만 나면 올라오는 욕심에 져버리는 내가 좀 한심했다.
근처 지인 가족께서 알려주신 선샤인 코스트 아이와 가볼 만한 곳 중 한 곳을 날 좋은 오후에 아들과 가보았다.
그날 아침까지 비가 많이 와서 걱정이었는데, 날이 쨍하고 개어서 점심 먹자마자 바로 출발했다. ‘킹스 비치’ 이름도 멋지지만, 실제 장소는 정말 정말 좋았다. 적당한 사이즈의 모래 해변가에서 신나게 모래놀이를 했고 바닷물로 채워진 공공 수영장(공짜란 이야기)에 맛보기 물놀이도 했다. (본격 수영복 입는 것은 엄마와 다음에 하기로) 근처의 놀이터와 해변 보도에서 정글짐도 타고 스쿠터도 타며 원 없이 놀았다.
예정보다 한 시간도 넘게 놀았지만 돌아가는 차에서 아들은 ‘그래도 백 프로 부족해~ 다음번엔 백 프로 더 놀자~’하고는 오는 차에서 바로 곯아떨어지고는 2시간 넘게 자고 일어났다.
목요일 집들이가 그날 점심에 초대 예정인 가족의 사정으로 미루어졌다. 세 가족이 모인 김에 나들이를 갈까 하다가 와이프와 아들의 쿵작으로 급 집 마당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기로 했다. 나는 나들이 가는 줄 알고 내심 기대를 하다가 살짝 실망한 상태였다. 우리 집순이 집돌이의 집 사랑... 휴...
그래도 언젠가 한번 해 먹자고 했던 야외 점심이었는데 둘 덕분에 맛나게 먹었다. 고기는 역시 언제나 진리구나!
이제 유치원 방학 끝나간다. 다음 주부터는 주중에 매일 유치원에 다닐 예정이다.
내 마음에는 여전히 설렘과 걱정이 함께하고 있다. 이 놈의 걱정 쟁이는 언제나 맘 편히 지낼 수 있을까 싶다. 매번 아들 보고 걱정 말라고 이야기하는 내가 스스로 우스울 때가 많다.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