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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l 01. 2020

일희일비 가득한 육아의 나날들

긴장과 우울, 그리고 기쁨

11/Oct/2019


난 원래 멘탈이 강한 사람이 아니다. 육아를 하면서 더더욱 느끼고 있다. 작은 변화와 반응에 하루가 멀다 하고 기뻤다 슬펐다 하고 있다.


흔히들 ‘너무 모든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게 좋다’라고 말한다. 나도 주변에 훈수를 둘 경우에는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다. 그런데 스스로에게는 그렇게 안된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편하게 일희일비 마음껏 하기로 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며 느끼는 대로 마음먹는 대로 살아가는데 그 감정에 둔해질 필요가 있나 싶다. 


짧은 방학을 마무리하며 새로운 Term 4를 맞이하는 이번 주를 열심히 감정의 파도타기를 하며 지냈다.






방학 마무리 나들이 


아들과 둘만 다녔던 동네 호수 나들이를 와이프와 함께 다녀왔다. 조용하고 좋은 경치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들의 새로 장만한 이 동네 스쿠터(=킥보드)를 타고 나섰다. 처음에는 아들이 혼자 다니다가 턱에 걸려서 살짝 넘어졌다. 안전 헬멧을 쓰고 나와서 크게 다치진 않았기에 그러려니 했다. 돌아오는 길에 내가 스쿠터를 끌면서 아들을 앉히고 왔는데 횡단보도에 있는 턱에 걸려서 아들이 앞으로 벌러덩 넘어졌다. 아픈 것도 아픈 건데 엄마에게 안기며 울먹이며 내게 말했다.


‘아빠는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왜 다른 보호대(장갑, 무릎)를 안 했어? ㅜㅜ’


아... 저번에 너무 불편해하는 것 같아서 내가 임의로 빼고 나왔는데. ㅡㅜ 아들을 넘겨받아 안으며 사과했다. 며칠간 남아있던 양 무릎의 상처만큼 언행일치 되지 못한 잘못에 미안했다.



방학 마지막 날인 ‘퀸즈 버스데이’에 아들과 둘이 하루 종일 해변가에서 지냈다. 추천을 받은 다른 비치를 찾아갔는데 정말 어메이징 했다. ‘볼콕 비치 & 헤일리 파크’였는데 해변도 길고 얕고, 바로 옆에 해변 따라 공원과 놀이터가 붙어 있어서 이보다 더 좋은 아이와 함께할 바닷가는 없어 보였다.


처음에는 바닷물 바로 앞에서 놀다가, 놀이터 옆으로 옮겨서 점심을 먹었다. 아들이 오전 물놀이, 모래놀이에 지쳤는지 그동안 전혀 안 자던 낮잠을 1시간 잤다. 자고 일어나더니 바로 놀이터로 향했다가. 다른 쪽 해변의 뽀송뽀송한 모래가로 자리를 옮겼다. 그날은 파도놀이가 재미있었는지 물로 들어가서도 한참을 놀았다.


여유롭게 머무른 덕에 나도 일광욕도 하고 책도 많이 읽어서 좋았다. 와이프와 못 온 게 아쉬웠지만 이렇게 휴일 하루를 보내니 호주 생활이 실감이 났다. 휴일이라 쏟아져 나온 가족들이 매우 많았지만 그렇게 북적거리진 않았다. 우리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늘어져서 쉬는 무리들이 많았다.


좋은 기운 충전하고 돌아왔다.




새로운 Term 4 


그동안 절반만 등원하던 유치원에 이번 Term부터는 주중 모두 보내기로 하였다. 오랜만에 등원시키느라 나도 준영이도 첫날은 좀 긴장을 많이 했었다.


아직 완전하게 사라지지 않은 걱정거리를 방학 동안 잊고 있다가 다시 마주하지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괜히 보내 놓고 이 생각 저 걱정하느라 그날 하루는 끙끙 대느라 몸과 마음이 아팠다. 사실 이 좋은 환경에서 달라진 게 없는데 혼자서 있지도 않은 오지도 않은 걱정을 하느라 그랬다. 아무튼 그날 하루는 계속 그러다 잠들었다. 여기 와서 제일 멘탈이 흔들렸던 날이었다.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학교 등록 서류(영어) 더미로 한몫했다)


다음 날 아침도 많이 나아지진 않았다. 그래도 마음을 추스르며 아들과 파랑을 등원/등교시켰다. 집에 돌아와서 집안 정리, 청소, 운동, 샤워를 하며 마음을 고쳐 먹었다. 모든 것에 다시 감사하며 지내기로.


의외로 마음을 돌리는 게 어렵지 않았다. 다시 일상생활이 모두 즐거웠고 돌아왔다. 


그리고 하원 하러 유치원을 방문했을 때 원장 선생님이 내게 할 말이 많다며 부르셨다. (살짝 긴장) 


그 전날과 그날 준영이가 정말 많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림 그리기와 찰흙 만들기를 통해 손재주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여러 가지 영어 단어와 말하기를 시전 했다고 했다. 선생님들을 찾아가 이름을 물어보고 (이름을 아는데도 물어본다고 했다 ㅎ) 자신의 작품을 보라고도 하고 이런저런 부탁도 했다고 한다. 몇몇 단어와 글자는 직접 쓰고 읽었다고 한다. 그 기록된 노트를 직접 보여주셨다. 짜식 잘 적응하고 있구나 싶어서 괜히 울컥했다.


원장 선생님의 준영이 노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칭찬해주며 아들과 이야기를 이어 나갔는데


[아들] ‘아빠~ 선생님이 옥토넛(만화 프로그램) 캐릭터 이름을 영어로 말했는데 못 알아 들었어~’

[나] ‘아, 선생님이 옥토넛을 직접 보지 않으셔서 그래~ 어떤 캐릭터의 이름은 처음 들으면 어렵거든~’

[아들] ‘그리고 안테나가 뭐야?’

[나] ‘안테나? 티비 안테나?’

[아들] ‘아니~ 애벌레 만드는데 선생님이 안테나라고 하더라?’

[나] ‘아~ 그 안테나는 벌레나 곤충에 있는 더듬이야~’


이렇게 아이는 걱정 없이 잘 크고 있는데 아빠만 괜한 걱정에 동동대고 있었나 보다.




음악&수영 점프! 점프! 


아들의 관심 분야 중 하나인 음악 수업도 새롭게 시작되었다. 오늘부터는 아빠는 부모 자리에 남아있고 아들만 혼자 들어가서 참여하기로 하였다. 가기 전부터 긴장을 많이 하다가 교실 앞에서 조금 울먹이더니 용기를 내서 들어갔다. (그래도 나와 아들의 거리는 2미터 내외다 ^^;;)


긴장감 넘치게 아들과 나는 수업시간을 보냈고 중간중간 필요한 설명은 최소한으로 알려주었다. 이제 혼자 듣게 되면서 주변 눈치도 살피며 따라가는 모습이 다행스러웠다. 무사히 마치고 선생님이 내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리틀 준이 아주 큰 걸음을 내디뎠네!’


그렇다, 빅 스텝을 훌륭하게 내디뎠다!



지난 수영 수업에서 실패한 얼굴 물에 담그기를 새로운 수경으로 도전했다. 집 목욕탕에 물을 받아놓고는 조금씩 얼굴을 물에 넣으며 놀이 겸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새 물안경이 물이 새지 않아서 쉬운 면도 있겠지만 이젠 제법 즐기면서 물에 얼굴을 넣는다. 


아.. 정말 아이들의 적응과 성장이란 놀랍다. 나중엔 어느새 물속에서 날아다니게 되면 지금의 귀여운 시절은 나만 기억할지 모른다. 오늘 오후 세 번째 수영 수업이 기대된다.


이렇게 긴장과 우울, 기쁨이 오르락거린 한주를 보냈다.






집들이 일단락 


아, 그리고 계획했던 집들이를 어제를 끝으로 우선 마무리했다. 동생&동생 강아지가 찾아오기도 해서 아들이 형님 노릇을 하기도 했고, 동갑내기 친구와 좋아하는 형님이 아파서 못 오는 바람에 슬퍼하기도 했고, 동네 누나네가 와서 신나게 놀기도 했고, 목사님과 사모님이 오셔서 여러 가지 자랑을 하느라 바쁘기도 했다.


공통적으로 축하해주시며 하시는 말씀들이


‘이제 안정이 돼서 다행이다, 중고로 물건 잘 구해서 잘 꾸며놓았다, 곳곳의 그림들이 멋지다, 음식 잘한다’였다


우리도 어느 집들이에 가서도 늘 하는 말들이겠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은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좀 살아가는 본새가 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일희일비하며 살아가겠지만 뭐 어떠리!


1년간 지낼 우리 집 완성!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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