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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n 27. 2020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나는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욱하지 않겠다

1/Oct/2019


몇 해 전 와이프가 함께 읽자고 권했지만 이래 저래 미루어 두었던 책인 오은영 박사의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를 다 읽었다.


미루었던 이유는 사실 마음속에서 ‘이런 책은 내게 필요한 책이 아니야’라는 마음이 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만 3살이 넘기 전에 뭐든지 허용하면서 사랑으로 아이를 채워주던 시기였기 때문에 가능한 태도였다는 것을 이 책을 읽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만 4세가 넘은 지금, 아이와 온종일 붙어있는 나에게 ‘욱’은 습관과도 같았기에 서둘러 이 책을 찾아서 읽었다. 읽어 가는 중에도 육아는 계속되었기에 한 번에 고쳐지질 않았다.






저자는 명쾌하고 핵심을 찌르며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들을 부모들에게 적나라하게 알려 준다. 모든 지식이 그렇듯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듯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어느 정도 나를 솔직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결국 나의 부족한 부분과 그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고 지금 내가 아이의 주 양육자로서 필요한 태도와 노력이 무엇인지 감을 잡게 되었다.


특히 저자가 이야기하는 세 가지 도덕적 가치와 매일 아침 세 가지 다짐은 두고두고 곁에 두며 육아의 지침으로 두어야 하겠다.


[세 가지 도덕적 가치]

1)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때릴 권리는 없다.’

2) ‘어느 누구도 자신의 해결되지 않은 격한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할 권리는 없다.’ 

3) ‘타인의 권리도 소중하다. 그것이 나의 손해와 이익에 위배된다고 해도 받아들여야 한다.’


인성교육은 이 세 가지 도덕적 가치를 아이에게 어릴 때부터 수시로 가르쳐야 한다. 

또한 부모도 아이 앞에서 이 세 가지 도덕적 가치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세 가지 다짐]

첫째, 나는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욱하지 않겠다.

둘째, 아이는 절대로 예쁘게 말을 듣지 않는다.

셋째, 가르친다고 혼내는 것은 가르침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어떻게 해야 아이를 잘 키울까요? 어떻게 해야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부모가 될까요?’를 묻는다면,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서 세 가지 다짐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쉽게 낫지 않는 욱 욱 욱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물론 하루하루 욱 하는 위기를 매일 겪고 결국 터져 나오기도 한다.



1. 피하고 싶은 낯섦


지난 주일에는 교회에서 준영이가 갑자기 아동부 예배를 아빠와 함께 들어가고 싶다고 울먹이며 안겼다. 그동안 혼자서 잘 갔었는데 상황을 보아하니 보조 선생님으로 참여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낯설었던 모양이다. 예배실 밖에서 20분가량 안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항상 처음이 있고 낯섦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제일 처음에는 용기를 내야 한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아들은 새로운 ‘낯섦’을 피하고 싶어 한다. 우리 두 부부도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참고 견디며 해내려고 한다. 이해해준 아들은 결심을 하고는 혼자서 들어갔다. 다행히 잘 마치고 나와서는 해맑게 이야기해주었다.


‘아빠~ 외국인 선생님들은 그냥 앉아만 있었어~ 나도 그냥 신경 안 쓰고 했더니 괜찮았어~’


이렇게 한 고비를 넘기고 생긴 문제는 점심 식사 자리였는데... 가끔씩 아이들끼리 먹는 테이블에 엄마나 아빠를 필요로 하는 아들은 그날따라 유독 ‘엄마’를 고집했다. 나도 이번엔 고집이 생겨서 ‘아빠’가 특별히 있어줄 테니 엄마는 어른들 테이블에 가게 해주자며 설득했다. 결국 이유는 모르겠지만 고집을 부려서 준영이에게 화를 내는 것은 어떻게든 참고는 밥맛이 없으니 차에 가 있겠다고 하며 자리를 피했다. (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잘못이다.)


잠깐 숨을 돌리며 앉아 있는데... 엄마 손을 잡고 온 아들이 내게 말을 걸었다.


‘아빠가 밥 안 먹고 가서 마음이 불편해, 아빠랑 같이 먹을게’


밥을 같이 먹고는 나중에 마음이 편해졌을 때 왜 그랬는지 물어보니 오늘 아동부에 처음 본 동생, 친구, 형님이 있어서 그랬다고 한다. 낯섦에 약한 아들이 여러모로 불편했었던 것이다. 


앞으로 준영이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운 것들일 것이며 처음에는 용기가 필요함을 이야기해주었다. 사실 아들의 낯섦에 대한 두려움을 너무도 잘 아는 나이기에 좀 더 이해하고 욱하지 않고 잘 설명해 주었을 수도 있었다. 아니라면 좀 더 단호하게 이야기해주었을 수도 있었다. 그저 자리를 피한 나도 잘못이 매우 크다.



2. 더위에 욱한 아빠


호주에 살기로 한지 3달 만에 온 가족이 처음으로 놀러 나갔다. 파랑의 이번 휴강 주를 활용하여 아들이 가고 싶다 했던 동물원으로 향했다. 예전 호주 여행 때 안 가고 남겨둔 ‘Australia Zoo’에 다녀왔다. (그땐 너무 많은 동물원에 지쳐 있었다.)


간만의 나들이여서 아침부터 도시락도 싸고 준영이도 매우 흥분상태였다. 쾌적하고 놀기 좋아서 우리도 즐거웠다. 점심 먹고 메인 악어 쇼를 볼 때까지는 별 탈이 없었다. (일단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야외이다 보니 지속적인 더위에 노출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난 더위에 약하다 ㅡㅜ 그래도 추위는 강하다!) 호랑이 쇼를 보기 위해 일찍부터 모여든 사람들로 앉을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준영이를 안고 보여주기 시작했다. 당연히 영어로 진행되기도 했고, 그다지 역동적이지 못한 진행으로 아들이 지겨워하며 나가떨어졌다. 나도 체력이 바닥이 나서 시원한 곳에 앉아서 과일과 음료를 먹고 싶어 졌다. 그런데 아들과 파랑은 감자튀김을 사 먹기로 했다며 매점으로 가기를 원했다. 그때 내가 힘들다고 이야기를 하고 쉬었어야 했다.


그럼 그러자고 길을 나서면서 더위에 몸과 마음이 지배되어 말과 행동이 곱게 나오지 않았다. 흥분하여 말 안 듣는 준영이가 밉게 보이고 몸이 아파서 제대로 못 즐기는 와이프도 못 마땅해 보였다. 결국 막판에 참았던 와이프의 한 소리를 들었다.


나도 모르게 온 몸으로 ‘욱’함을 표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돌아오며 제정신을 차리고 사과를 하며 반성했다.






돌이켜 보면 그래도 과거의 ‘이 정도 빈도의 욱은 상식적으로 괜찮은 거겠지?’라는 생각은 없어졌다. 그래서 ‘욱’하는 것 자체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아이는 괜히 아이가 아님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내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내 감정을 잘 조절해서 좋은 부모가 되도록 해야겠다. 내가 참지 못하여 우리 아이도 못 참는 어른이 되어 그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은 너무 슬프지 않은가. 


코알라 엉덩이 만지기 / 두근두근 악어쇼 / 얼룩말, 기린 구경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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