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Jun 25. 2020

그렇게 괜히 눈물이 나더라

용기 있는 첫 수영 도전! @호주

28/Sep/2019


어제는 우리 가족에게 매우 의미 있는 날이었다. 나는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여기 호주 사람들에게는 그저 일상일 뿐이었다.






바로 준영이가 처음으로 혼자서 아빠와 떨어져서 호주 선생님에게 호주 아이들과 같이 수영 수업을 즐겁게 마친 날이었다. 수영을 배우는 것을 이야기한 것은 몇 달 전 이곳에 오자마자였다. 안전과 생활을 위해 이곳의 삶에는 필수적인 ‘수영’.


다행히 준영이는 물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여서 날씨가 좀 더 따뜻해지면 시작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이번 유치원 방학을 이용해서 예약을 해두었고 바로 연락이 왔다.


(선생님) ‘네가 아빠 준이니? 아들 준 수영 배운 적 없다는 거지?’

(나) ‘ㅇㅇ 물은 좋아하는데 배운 적은 없어, 그리고 이제 영어 배우기 시작했어~’


원하던 요일과 시간으로 클래스를 잡아주었고 대망의 그날인 어제가 되었다.






가고는 싶은데 아빠와 처음으로 떨어질 생각에 긴장도 많이 하던 준영이가 점심밥을 먹으면서 결심한 듯이 외쳤다.


(아들) ‘아빠~ 수영을 못하니까 배우러 가는 거잖아!’

(나) ‘그렇지~ 다 잘하면 배우러 안 가도 되지~’

(아들) ‘저번에 음악학원에서 못 불었던 것도 못할 수 있는 거지?’

(나) ‘(트롬본 기억이 났나 보다) 그럼 그럼 안 해보고 못하니까 배우러 가는 거야~’


마음을 다잡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아쿠아 센터로 출발했다.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센터는 쾌적해 보였다. 차에서 내려서 아들과 마주 보고는 


(나) ‘엄마가 즐겁게 다녀오라셔! 사랑한다고 전해 달래, 그리고 아빠가 언제나 바로 곁에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


용기를 낸 걸음걸이로 입장해서 반배정을 받았다. 우연이었지만 유치원 반과 똑같은 ‘해마’ 반이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준영이는 웃으며 긴장을 좀 풀었다. 


실내 수영장으로 들어갔고 부모들이 바로 1미터 근처에 앉아서 지켜볼 수 있어서 안심했다. 준영이에게도 아빠가 바로 옆에 있으니 편하게 놀다 오라고 말해주었다.


배정받은 선생님께 가서 인사하고 준영이의 마음 상황을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는 편하게 중간중간 가까이 와서 설명을 해주어도 된다고 해주셨다. (혹시 못 알아 들었을 경우)






수업이 시작되었고 선생님의 편안하고 즐겁고 노련한 물놀이가 시작되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서 물에 친해지고 두려움을 없애는 수영 강의가 놀이처럼 즐겁게 진행되었다. 준영이를 포함해서 3명의 아이들은 아주 즐겁게 놀면서 하나하나 몸으로 배워갔다.


준영이의 표정도 점점 밝아지면서 나중에는 웃으며 물에서 놀고 있는 모습이 정말 감동이었다. 밖에서 지켜보며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나는 괜히 (도대체 왜??) 울컥하기도 하였다. 옆을 바라보니 다른 아이들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는 그냥 픽 드롭 외의 감정은 없어 보여서 민망하기도 했다.


다음 수업을 알리는 종을 한 아이가 땡땡 울렸고 (재밌는 광경) 그렇게 수업을 마쳤다. 준영이는 즐겁게 내게 달려왔고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준영이도 기분이 매우 좋았다, 뭔가를 해냈다는 그 기분에 어제는 아주 기분 좋게 잠들었다. 그리고 나도 하루 종일 긴장했던 마음을 내려놓고는 함께 기절했다.






엄마 아빠들의 속사정


1.

우리 부부가 뒤바뀐 것 같은 요즘이다.


연애&결혼 10년 동안 와이프는 내게 공감을 요구하고 나는 생각 없이 늘 해결책을 찾으려 쓸데없는 노력을 하는 대화가 자주 진행되며 핀트를 못 맞추곤 했는데 요즘에는 정반대의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내가 아들과 붙어있다 보니 생기는 어쩔 수 없는 걱정과 불안함을 털어놓으면서 공감을 원하면 파랑은 괜찮아질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달래준다. 점점 괜찮아질 것을 알지만 그래도 당장의 내 기분을 알아달라고 이야기를 꺼낸 것인데 그러고 나면 기운이 빠진다. (내가 오랫동안 그랬었구나 ㅡㅜ)


이런 상황이 오면 우리도 참 우습다. 그렇게 바뀐 우리들은 보며 지금 이 생활이 더욱 실감 난다.



2.

다음 주에 다가오는 어쩌다 한번 있는 1주일의 휴강기간.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낼 지에 대해서도 서로 생각이 달랐다. 나는 파랑이 뭔가 놀고는 싶어 하지만 돌아오는 여러 과제/시험 일정들로 거창하게 보내진 못하겠구나 하고 있었고 파랑은 유일한 휴일에 뭐라도 좀 해보고 싶어 했으나 내가 반응이 미지근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서로 속마음을 시원하게(?!) 털어놓고는 다가오는 1주일을 계획하였다. 그동안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파랑 공부하라는 마음에 더 할애하지 않았더니 생긴 오해였다. 속마음은 역시 말해야 알 수 있다.



3.

한국의 엄마 아빠들에게 연락이 온다.


굴렁쇠 어린이집 아마분들이나 엄마 아빠가 된 지인/친구들이다. 이렇게 저렇게 소문이 나서 우리가 여기 머물고 있는 소식을 듣고는 내가 남기는 이야기들을 보고는 안부차 오는 연락이다.


그중에는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아마도 우리와 비슷한) 새로운 시도에 대한 궁금함도 있었다. 이럴 때는 최대한 감정을 빼고 (지금 생활이 아무리 너무 좋더라도) 담담하게 우리의 준비와 결정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모든 것은 서로의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고 최종 결정은 각자의 몫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부추김이나 부러움을 만들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누군가 한국의 지인들이 주변에 함께 있다는 상상은 꽤 즐겁다. 이 좋은 환경을 함께 누리며 지낸다는 것은 맛있는 음식을 나누거나 재미는 영화를 함께 보는 기분에 가까울 것 같다. 오며 가며 우리의 인연들과 소식을 전하고 직접 얼굴을 보는 것이 기대된다.


할 수 있다를 외치던 너 / 자신감이 붙은 너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이 브런치는 이런 곳입니다.

이 작가와 책을 만나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내 아들은 어떤 아이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