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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ug 24. 2021

깜찍한 사기단

알고도 당한다

요즘 우리 부부는 아들에게 매번 당하고 있다월요일 아침 아들 컨디션이 심상치 않았다. 열이 좀 나고 밥도 못 먹고 힘들어했다. 당장 학교 갈 상태가 아니어서 쉬게 했다. 파랑이 아들을 데리고 침대로 가서 뉘이고 옆에 같이 누웠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같이 내려와서 이제 학교 데려다주면 된다고 했다. 음... 아들 몸은 나아졌는데 기분이 좀 별로 같았다. 학교 가는 차 안에서 파랑과 아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황 파악이 되었다. 아들은 전날 못한 응아를 하고 나서 몸이 나아졌지만 집에서 계속 놀고 싶어 했다. 파랑은 정말 아픈 게 아니면 학교를 가야 한다고 알려주고 데리고 나온 것이다. 아마 나였으면 '그냥 하루 쉬자!'하고 했을 텐데 이렇게 질질 끌어도 소용이 없으니 당황한 모양이었다. 지각한 학생은 학교 사무실을 통해 늦었다고 이름을 대고 교실로 들어간다. 저번에는 혼자서 잘도 들어가더니 그날은 죽어도 아빠랑 가야 한다고 눈물 콧물을 흘려댔다. 결국 교장선생님까지 오셔서 지금 코로나로 인해 부모님이 학교 안으로 못 들어간다고 설명을 해 주셨다. 아들반에 전화를 걸어서 친구 2명이 마중 나오도록 배려해 주셨다. 친구들이 멀리서 뛰어오자 아들은 이제 포기한 듯이 열심히 등교했다. 주말에 같이 신나게 놀고 나면 어른이든 아이든 일상으로 돌아가기 싫어할 수 있다. 하마터면 넘어갈 뻔한 상황을 파랑의 의외의 단호함 덕분에 넘길 수 있었다.


그다음 번엔 정말로 당했다학교 끝나고 아들이 오늘 놀이터에 가면 안 되냐고 물었다. 친한 반 친구가 다른 친구랑 '플레이 데이트'를 하기로 했는데 거기 껴서 같이 놀고 싶다고 했다. 플레이 데이트는 아이들 부모가 서로 약속을 잡고 만나는 모임이어서 괜히 막 끼면 민폐일 수도 있었다. 아들이 하도 간곡히 조르는 바람에 우연을 가장하고 놀이터로 향했다. 익숙한 그 친구 엄마가 우리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다가왔다. '오늘 우리 아들이 준이랑 놀기로 했다는데 맞아?' 오잉? 이게 무슨 말인고? 아들 친구가 이야기했던 놀기로 한 친구가 우리 아들이었던 것이다. 중간에 어떤 오해가 있었는지 누가 무슨 의도를 섞었는지 헷갈렸지만 이미 소용없었다. 어쨌든 우리 부모들은 감쪽같이 속아서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놀리며 수다를 떨었다. 아이들은 만들어낸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노는 것과 이렇게 학교 옆 놀이터에서 노는 게 또 다르구나.


그리고 한번  당했다바로 어제, 아들이 또 말했다. 그 친구랑 오늘 놀이터에서 놀기로 했다고. 서로 부모님한테 학교 마치고 물어보고 모이기로 했다고. 단도직입적이어서 당황했지만 놀고 싶어 하는 아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놀이터로 향하면서 그 친구네가 다른 약속이 있을 수도 있으니 정해진 시간만큼만 기다려보자고 했다. 30분 정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아들은 아쉬워했지만 약속을 지켜줬다. 살살 산책하며 집으로 들어섰는데 문자가 도착했다. '빅 준(나)~ 여기 리틀 준(아들)을 찾는 친구가 놀이터에 왔는데 이 친구 엄마한테 네 번호를 줘도 될까?' 마침 놀이터에 내 연락처를 아는 같은 반 친구 엄마가 있었는데 늦게 온 아들 친구가 애타게 아들을 찾고 있다고 했다. 잠깐 고민했다. 문자를 못 본척하고 집에서 쉴까... 아까 놀이터에서 한 없이 학교 쪽을 바라보며 친구를 기다리던 아들 얼굴이 떠올랐다. 답장을 보냈다. '우리 여태 기다리다가 안 와서 집에 왔는데, 지금 바로 간다고 전해줘~' 아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차를 타고 놀이터로 날아갔다. 아들은 기다리던 친구와 껴안고 반가움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친구 엄마도 내게 데려와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흥겨운 놀이시간이 끝나고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그날도 학교에서 봤고 다음날도 학교에서 볼 텐데 어찌나 아쉬워하든지. 하하. 이렇게 아이들한테 우리는 알고도 당하고 있다.







파랑 출근  달라진 우리


파랑이 본격 출근을 시작했다아침에 깨면 엄마가 없을 때가  많아져서 아들이 새벽마다 깨고 있다. 한 번은 아들이 새벽에 내 귀에 '아빠'하고 속삭여서 깜짝 놀라서 깬 적이 있다. 어쩐 일인지 아들이 잠이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가 잠자리에 같이 없어서 그런지 불안해했다. 다시 토닥이며 재우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그러다 파랑이 본인이 입고 있던 잠옷을 아들에게 감싸주기 시작했다. 엄마 냄새를 맡으며 자는 아들은 더 이상 새벽에 깨지 않았다. 나도 어릴 적 엄마 냄새를 맡으면 포근해하던 기억이 났다. 다음엔 내 잠옷으로 몰래 해봐야겠다. 어쩌려나...?


퇴근  안마를 해달라는 파랑에게 아들이   해주더니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엄마 안마기 사야겠다.’ 하하. 설마 귀찮아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 아닐 거야! 주말이 더욱 소중해진 우리 가족은 지난 주말도 불태웠다. 토요일엔 집들이 초대받아서 아들은 동생과 신나게 놀았다. 일요일엔 우리 없이 혼자서 형님네 놀러 가서 놀다 왔다. 꽉 찬 주말은 평일에 일하러 가야 하는 파랑의 작품이기도 하다. 계속 옆에서 주말이 짧다고 한다. 여기서 일해보고 싶다는 소원도 이루어지고 나니 주말에 밀리나 보다. 어쩌지 난 평일이 짧은데? 너희들이 모두 돌아오는 주말이 순식간에 돌아오거든! 세 가족 각자의 리듬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믿는다.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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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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