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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ug 28. 2021

내가 바라는 생일 선물

호주 생일 나들이-브리비섬& 자카란다 공원

이 날은 내 생일이었다. 아침부터 초를 밝혔다. 나를 위해 엄마와 직접 만든 수제 ‘오페라 케이크’로 생일 축하를 해주고 싶다는 아들 덕분에.


정말 멋지고 맛났다


즐겁게 시작된 그날은 특별한 계획이 없었다. 바쁜 일정 중 하루를 빼준 파랑과 함께 ‘정처 없는 드라이브를 하자’만 정해놓고 집을 나섰다.






Book Week Celebration


마침 그날은 아들 학교에서 1년에 한 번 있는 큰 퍼레이드 축제가 있는 날이었다. 마치 내 생일을 축하해 주듯이. 하하. 자신이 좋아하는 책의 캐릭터로 모습을 꾸며서 참여하는 행사다. 아들은 우여곡절 끝에 ‘토끼’로 변했다. 수줍은 아들 토끼를 보며 행복해 할 수 있었다. 특별한 선물을 받은 우리는 아들과 인사하고 본격 일정을 시작했다.





Bribie Island


목적지 없는 드라이브답게 방향만 남쪽으로 정하고 달렸다. 한참을 달리다 매번 지나쳤던 섬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발견했다. 방향을 그곳으로 틀어 그 섬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넜다. 섬은 생각보다 컸고 조용했다. 바다와 섬에 워낙 익숙한 환경에서 지내다 보니 엄청난 놀라움은 없었지만 새삼 다른 분위기를 가만히 즐겼다. 평일 오전, 거의 사람들은 없었다. 길고 커다란 섬이었기에 우리는 다리 건너 바로 나오는 ‘박물관’을 목적지로 정했고 주차했다. 섬에서 바라보이는 다른 큰 섬(호주 본토)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겼다. 특별한 주제는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다. 시계를 바라보니 밥을 먹으러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



Bribie Island Seaside Museum

1 S Esplanade, Bongaree QLD 4507

https://goo.gl/maps/hswUvWuaXWNkfoh38




오늘의 목적


그날은 어쩐지 파랑이 제안한 음식 중 ‘일식’이 마음에 와닿았다. 여러 곳 중 점심때 유일하게 영업을 하는 이곳으로 다음 목적지로 정했다. 주변 음식점이 모두 문을 닫은 상황에서도 이 집은 손님이 가득했다. 아무 생각 없이 예약 없이 도착한 우리는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좌절했다. 하지만 장사 잘하시는 직원분의 ‘테이크 아웃’ 제안을 덥석 물었다. 공원이 많은 호주에서는 오히려 그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우리가 지내는 시골 대비 가격이 좀 셌지만 그래도 생일날이었기에 과감하게 주문했다. 음식을 받아 든 우리는 배가 고플 대로 고픈 상태였다. 아무 가까운 공원을 찾기 위해 출발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Hosokawa

3/53 Racecourse Rd, Hamilton QLD 4007

https://g.page/hosokawajapaneserestaurant?share




자카란다 공원


평소에는 그렇게 눈에 밟히던 공원과 벤치가 그날따라 안 보였다. 차를 주차할 만한 장소도 안 보였다. 이대로 가다간 고속도로 위에서 먹게 될 판이었다. 길눈이 어두운 방향치인 내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뭔가 관광지로 보이는 표지판이 보였다. 그곳에 가면 될 것 같았다. 단호하게 핸들을 꺾었다. 차에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로 이곳이었다. 오늘의 주인공을 펼쳐서 음미할 곳은.


싸온 음식을 펼치며 연신 감탄했다. 제대로였다. 그 맛도 제대로였다. ‘츠라시 정식’과 ‘튀김 정식’이었다. 해산물과 튀김도 좋았고, 밥과 국도 좋았다. 둘 다 말없이 흡입 후 주변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나무와 봄이 되어 핀 보라색 ‘자카란다’가 곳곳에 있었다. 



중앙에 관람이 가능해 보이는 건물이 있었는데 닫혀있었다. 찾아보니 ‘Newstead House’라는 곳이었다. 1840년대 정착한 스코틀랜드 인이 지은 목조건물로 브리즈번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라고 한다. 건물, 안쪽 가구, 내부 장식을 보면 그 당시 화려했던 양식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임시휴업 중이라고 한다. 어차피 밥을 다 먹은 그 무렵 우리는 갈 곳이 있었다. 학교 마친 아들을 데리러 가야 했다.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파랑이 운전하며 열심히 달렸다. 나는 오랜만에 보조석에서 잤다. 생일이니까!


Newstead House

Newstead Park Cnr Breakfast Creek Rd & Newstead Ave, Breakfast Creek Rd, QLD 4006

https://goo.gl/maps/86N1Wwaut1rvXLKM8




딱 시간 맞춰 아들 학교에 도착했다. 기가 막힌 드라이브였다. 저녁에는 한번 더 내 생일 파티를 했다. 파랑이 지상 최고의 ‘소고기 리소토’를 해주었고 우리는 진저 비어, 진짜 비어로 건배를 했다. 그리고 나는 혼자 먼저 잠들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 최고의 생일날이었다. 더할 나위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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