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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n 29. 2020

차 살 때 잘 모르면 돈을 많이 쓰면 된다

호주에서 자동차 사기

렌터카 신세를 청산하고자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어떤 차량을 구매할지 고민에 빠졌다.


차에 대해 1도 모르기 때문에 와이프와 나는 그냥 색깔과 외형을 먼저 고민하고는 소형/중형 SUV로 일단 정했다. (다들 대부분 이렇게 차량을 구매하지 않는가?)


결론적으로 지금 우리 차 ‘빨강’을 아주 만족스럽게 타고 다닌다. 브랜드/가격/상태/주행거리/색상/사이즈 등 모두 원했던 그대로다.


자동차에 무지한 우리가 어떻게 구매했는지 남겨둔다. (사실 뭐 돈만 있으면 과정이고 뭐고 다 생략해도 된다. 하하)






사전 조사


너무 몰라서 그냥 인터넷 정보라도 찾아서 주워 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억이 나는 대로 적어보면.. (구체적인 수치는 기대도 말고 믿지도 말자 - 혹시 적혀있더라도...)


시장 사이즈 : 규모는 잘 모르겠고 올해 상반기 판매 자동차 수치가 작년 대비 줄었다고 한다 

시정 점유율 : 도요타 > 마즈다 > 현대 > 포드 > 기아 > 미쓰비시 (대충 이렇다고 한다 - 한국차의 강세 강화 - 망할 보고서 문체)

브랜드 : 우리가 아는 어지간한 브랜드와 처음 보는 브랜드들이 여러 나라에서 들어와 있다

현지 생산 브랜드 : 홀덴(Holden), 도요타(TOYOTA), 포드(FORD) 이 세 업체가 몇 년 전까진 공장이 있었으나 이젠 모두 철수했다고 한다

세상 분위기 : 한국에서 일제 불매운동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여기까지의 결론 -> 새 차는 무리다, 중고차로 간다. 일본차는 사지 말자.




추가 조사


중고차를 사기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디서 사야 할지, 현지어(영어) 언어 장애인인 나는 다시 한번 정보를 모았다. 대충 찾아보니... 중고 자동차 구매 전 체크해야 할 포인트가 이 정도였다.


REGO : 자동차 등록 (일정 기간마다 해야 해서, 기간이 많이 남아있으면 이득)

RWC : 자동차 명의 변경 시 필요한 체크

사고 히스토리 : 일정 돈을 내면 온라인으로 리포트를 볼 수 있음


여기까지의 결론 -> 언어도 언어지만 자동차에 대해 잘 모르니 개인 간 거래는 피하자. 다 알아서 해주는 중고차 딜러/에이전시/회사에게 구입하자.




중고차 플랫폼/서비스


이런저런 많은 중고차 사이트들이 있었고 그중에서 제일 규모가 크고 인지도 있는 2곳을 골랐다.


카세일즈(https://www.carsales.com.au) : 자동차 판매 플랫폼 (1위인 듯)

검트리(https://www.gumtree.com.au) : 호주판 중고나라


여기까지의 결론 -> 검트리에는 개인 간 거래가 많아서, 딜러들이 많은 카세일즈로 결정했다.




원하는 조건


다양한 필터로 차량을 찾을 수 있었다. 조건을 바꾸며 2번 딜러와 접촉을 시도했다.


(1차 시도) 

변속기 - 오토

브랜드 - 푸조 (지인의 추천)

유형 - SUV

주행거리 - 10만 킬로미터 이내

연료 - 휘발유 (Petrol)

배기량 - 2000 CC 이하

차량 위치 - 집에서 100 킬로미터 이내


-> 푸조 해치백 / PEUGEOT 4008/ 13,000 AUD / 8만 주행 / 빨강


혼자서 시범주행도 해보고 (내 책임이면 얼마 내야 해라는 사인을 하고 나서)

차는 마음에 들었지만 호주 운전면허증도 없고 고정된 집 주소도 없어서 체험만 하고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차가 좀 낮았고 좁고 냄새가 났었던 것 같다)



(2차 시도) 

변속기 - 오토

브랜드 - 홀덴 (호주 내 생산공장이 있었던 차량 브랜드의 중고차 구입이 부품조달이나 수리에 용이 & 일본차 NONO)

유형 - SUV

주행거리 - 5만 킬로미터 이내

연료 - 휘발유 (Petrol)

배기량 - 2000 CC 이하

후방카메라 - 필수 (운전 잘 못함)

차량 위치 - 집에서 50 킬로미터 이내 (1차 시도 때 브리즈번까지 1시간을 달려갔다 왔는데 너무 힘듦)


-> 홀덴 SUV / TRAX / 1,800 CC / 15,500 AUD / 1.7만 주행 / 빨강


포드나 홀덴 중 고민하다가 호주 브랜드 차량으로 결정했다. 그 당시 렌터카였던 홀덴 콜로라도의 긍정적인 경험도 한몫했다.




구매 과정


1. 인스펙션 예약

우선 사이트에서 차량을 선택 후 딜러에게 문자/이메일을 보낸다. 밤에 보내고 잤더니, 아침에 다짜고짜 전화가 와서 당황했다. @.@ 그날 오후 파랑 수업 마치는 시간으로 약속을 잡았다.


2. 차량 확인 & 시범 주행

업체 방문하여 차량을 확인했다.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 색깔도, 사이즈도, 모양도 모두. (특히 주행거리가 적음도!) 시범 주행을 해보고 (딜러 매니저가 옆자리에 탔다) 돌아와서 구매하겠다고 전했다.


3. 서류 작성

역시 돈 쓰는 것은 대접을 받고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호주 운전면허증으로 모든 서류를 작성해주었고 사인을 여기저기 했다.


4. 가격 흥정

일단 지르고 보자는 마음에 가격을 얼마까지 할인되는지 물었고 오히려 매니저는 얼마면 행복하겠니라고 물었다. @.@ 500달러를 내려서 불렀고, 매니저는 보스에게 다녀왔다. 그리고는 OK라고 했다! (이럴 거면 그때 더 내려서 불렀어야 했다, 왜냐하면...)


5. 옵션 설명

뉴질랜드 출신이라던 친절한 딜러 매니저 아저씨가 자리를 떠나고 깐깐해 보이는 아주머니 매니저가 우리를 맞이하셨다. 그때부터 추가 옵션에 대해 열심히 마구 설명해 주셨는데...


우선 처음엔 차량을 고급 코팅하는 것에 대한 것이었다. 호주 야외 자연환경에 노출되면 이렇게 저렇게 차가 상할 수 있으니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우리 그런데 안 갈 건데요... 집 - 학교 - 유치원 - 집일 텐데...) 원래 엄청 비싼데 지금 990 달러라서 찬스라고... (아! 그래서 500 달러를 아주 쉽게 깎아 줬구나!) 일단 필요 없는 옵션인 것 같아서 정중히 거절했다.


근데 그게 끝이 아니었는데..이제는 호주의 자외선을 이야기하며 ‘선팅’을 설명하셨다. 얼마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몇백 달러였던 것 같다. 원래 호주 햇살이 강해서 생각이 있어서 이건 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하하


6. 계약금 지불

아쉽게도 오늘 바로 차를 가져갈 순 없었고 계약금으로 500 달러를 냈다.


7. 보험 설명

홀덴에서 제공하는 자동차 보험의 선택 사항을 설명 들었다. (우박이 올 때 창문 보호, 사고 날 때 대체 차량 대여 등)


8. 잔금 결제/보험 가입

3일 뒤 다시 방문하여 잔금을 치르고 (은행에서 수표를 만들어서 왔다 - 그냥 현금으로 찾으러 갔다가 말도 안 된다고 해서 하하) 우박이 올 지 모른다며 창문 보호 옵션 추가한 보험을 가입했다.


9. 차량 픽업

드디어 선팅까지 완료된 우리 ‘빨강’을 만났다. 충격적인 것은 선팅을 한 지 48시간이 필요한데 그날 오전에 해서 앞으로 48시간 동안 창문을 내리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럼 선팅에 자국이 난다고 ㅠㅠ 할 수 없이 이틀 에어컨으로 버티며 보냈다. 




만족도


아주 만족한다. 차에 대해 모르고 관리할 줄도 모르는 우리에게 새 차와 다름없는 주행거리는 축복이다. (물론 여기저기 다니면서 미친 듯이 주행거리는 늘고 있다, 이미 2만 돌파!!)


이름은 아들이 ‘빨강’으로 지었다. (색깔이 정말 마음에 든다, 언젠가 빨간 차를 몰고 싶다던 와이프의 소원이 이루어졌다)


연비는 생각보다 좋은지 모르겠고, 기름통이 작은지 60달러면 가득 찬다. (한화 약 5만 원 - 기름이 싸기도 하다)  크기가 좀 작나 싶었는데 그동안 모든 중고/신규 가구들을 어떻게든 모두 실어 날랐다. 


앞으로 이 녀석과 오랫동안 타야 할 텐데 그동안 세차도 한 번 안 했다. (얼마 전에 비가 세차게 와서 자연 세차는 해주었다)


우리 호주 라이프를 부탁한다 빨강!!


* 아빠로서 아들을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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