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집 빌리기
이번에는 호주 살기에서 가장 큰 축 (어쩌면 거의 전부?)에 해당하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구한 과정을 남겨보고자 한다.
지금도 그때의 절박하고 다이내믹하며 가슴 졸였던 시기를 생각하면 최근에 즐긴 어떤 스포츠 여가생활 보다도 흥미진진했다.
그만큼 치열했고 좌충우돌이 많았다. (1 달반 걸렸다)
우리가 경험했던 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우리에겐 전부이기에 그 기억을 바탕으로 적어둠을 밝힌다.
대충 생각나는 게 이 정도다. 좀 많이 다르다. 어느 정도 알고 대비하면 좀 나을 것 같다. (우신 그냥 생으로 덤볐었다)
전세 제도가 없다
렌트(세 살이) 아니면 구매/구입뿐이다
렌트는 주 단위 방식이다
매주 돈을 낸다 (월세는 못 봄)
계약기간은 3개월~1년 단위다
막 2년씩 안 해준다, 깐깐한 곳은 3개월 살아보고 연장해준다고 한다
주인을 만나지 않는다
계약도 부동산 중개인/에이전시를 통해서 한다
부동산 물건 현장 실사 예약이 필수 (인스펙션)
한국에서처럼 지나가다 부동산 들어가서 ‘물건 좀 봅시다’는 안된다
경쟁방식
선착순으로 거래하는 게 아닌, 원하는 사람들 조건을 보고 주인이 고른다
청소는 전에 살던 사람이 하고 간다 (본드 클리닝)
이사 들어가면서 이사청소가 필요 없다 (하지만 이사 갈 때는 필수로 해야 함)
관리비는 주인이 낸다, 하지만 물세/가스세/전기세 등은 세입자가 낸다
관리비용이 렌트비에 포함된 듯, 가끔 물/전기/전기 사용료도 렌트비에 포함된 경우도 있다
복비/부동산 중개료는 세입자는 내지 않는다
주인이 모두 지불한다 (다 알아서 해주는데 그래야겠지)
신청 문서 작성이 필수고 꽤 까다롭다
신분확인과 과거 렌트 히스토리 및 주변 평판 확인을 통해 들여도 될 세입자 인지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무슨 콘테스트 하는 줄)
살면서 중간 점검이 이루어진다
분기별 또는 반기별로 중개인이 와서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한다 (중간 대청소 검사?)
북향이 좋다
한국은 남향이 좋은 집인데 여긴 반대다, 남반구이기 때문이다, 남향집은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
수많은 유형이 있겠지만 우리가 찾아보고 직접 본 유형들이다. 여러 가지 깜짝 놀랄 스타일의 집들도 많이 봤다. (좋은 & 안 좋은)
유닛/아파트/아파트먼트
빌라나 아파트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여러 집이 모여있는 구조
도심이나 밀집지역에 많이 있다
보안이나 안전 면에서 나은 듯
가격이 의외로 싸거나 하지 않았다
처음에 목표로 잡았던 유형 (한국의 아파트와 비슷해서)
하우스
전원주택이라고 보면 될 듯
꽤 많은 유형의 집들이 이런 방식이다
관리를 알아서 다 해야 함
보안/안전도 알아서 대비
(나중에 들어보니) 부동산 가치는 하우스 형태가 가장 높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이 많이들 선호해서?)
멋지고 훌륭한 집들이 많았으나 우리에게는 좀 과한 느낌이었다
타운하우스
하우스가 여러 채가 옹기종기 모여서 있는 단지
대단지는 100채가 넘기도 하다
단독주택의 장점을 누리면서 단지의 장점인 공용시설/관리/보안도 누리는 형태
대지가 좁기 때문에 대부분 2층 구조
호주의 새로운 삶을 위해 우리에게 적합하다고 판단한 유형
그래니 플랫
주인집 본체에 붙어 있는 구조 (별채)
과거에 할머니가 아이를 봐주면서 같이 살았던 것에 기원(했다고 추측함)
공동관리도 받고 물세/가스세/전기세 및 와이파이까지 렌트비 포함인 경우가 많음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생활이 아무래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패스했음
옵션
퍼니쉬드 : 가전/가구가 갖춰져 있다, 잘 쓰다가 나오면 된다, 부분적인 퍼니시드도 있다
언퍼니쉬드 :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디시 워셔, 에어컨, 실링팬, 오븐 등은 기본적으로 다 갖추고 있다
호주 부동산이 매우 활발하고 활성회 돼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플랫폼
Realestate : 여기서 결국 제일 많이 보았고 물건을 구했다, 좀 더 깔끔하고 물건도 제일 많은 듯
Domain : 겹치지 않는 물건이 있어서 활용했다, 상대적으로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음
TenantApp : 이름 그대로 세입자 어플이다, 얼마나 많은 세입자가 넘쳐나는지 알 수 있다 (집을 사야 한다)
그 외에도 수많은 사이트 어플이 많다, 집이 없어서 못 들어가진 않을 듯 (돈이 없으면 ㅡㅜ)
중개업체/중개인
대형 부동산 에이전시부터 개인 에이전시까지 다양하다
주인과 만날 일이 없기 때문에 좋은 깔끔한 중개인을 만나는 것이 관건이다
말도 안 되는 노 개념 중개인도 있었다 (집 보러 왔는데 갑자기 가격 올리기 -_-)
‘온사이트 매니저’가 부동산 중개업무도 함께 하는 경우가 있는데 더 믿음이 가고 살면서 자주 도움받을 일이 있어서 좋았다
그냥 계약금 들고 가서 ‘나 이 집 할래’하고 다음날 도장 꽝꽝 꽝 방식이 아니다.
1. 부동산 물건 탐색
부동산 플랫폼에서 조건을 걸고 원하는 지역의 물건을 찾아본다.
입주 가능 날짜도 잘 보고 기타 조건도 꼼꼼하게 보자.
프로세스가 진행되면서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크기 때문에 나중에 헛걸음치게 되면 기운이 쏙 빠진다. (유경험자)
정보가 부족하다면 부동산 에이전시에 문자/메일/전화 등으로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
(경험 상 정보가 없다면 대부분 없거나 불리한 정보이기 때문에 올라와 있지 않았다. - 좋은 정보면 당근 홍보하겠지)
2. 인스펙션 신청
조건에 맞는 물건을 찾았으면 ‘인스펙션’, 현장 실사를 신청한다.
정해신 날짜와 시간에 물건을 직접 볼 수 있다.
스케줄이 세팅이 되어있으면 골라서 신청하면 되고 안 돼있다면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온다. (따로 잡든지, 일정 잡히면 알려줄게 라든지)
일정이 잡히면 까먹지 말고 디테일(장소/날짜/시간/렌트비) 등을 포함해서 일정에 박아두자.
물건이 많아지면 나중에 헷갈려서 못 가거나 보고도 그게 그 물건인지 모를 수 있다.
3. 인스펙션 진행
스케줄에 맞춰 현장에서 집을 둘러본다. (약 15분~30분)
미리 어떤 부분을 확인할지 생각해두고 가야지 효율적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많이 온다. (경매/경쟁 분위기)
부동산 에이전시와 인사를 나누고 문의한다.
마음에 들면 애플리케이션 양식을 하드카피로 받거나 이메일로 달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순서로 하면 매우 늦는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ㅡㅜ)
4. 애플리케이션 폼 작성
무슨 회사 입사 지원서 쓰는 줄 알았다.
온라인도 있고 하드카피도 있는데 의외로 하드카피가 훨씬 나았다. (이건... 해봐야 안다)
들어가는 공통적인 내용은 이렇다.
기본 정보 (신분증 번호/살 사람 구성 등)
지금 사는 곳 & 과거에 사는 곳 (주인/부동산 에이전시 연락처)
직업정보/수입정보
애완동물정보
레퍼런스 체크해줄 사람 연락처
결국은 ‘네가 신분이 확실하면서 돈을 잘 내면서 집을 깨끗이 쓸 수 있는 사람인지?’가 궁금한 거다.
우리는 과거 히스토리가 없어서 한국의 신발 벗는 문화와 렌트비를 6개월치 먼저 낼 수 있음을 어필했다.
5. 애플리케이션 제출 및 대기
여러 가지 모든 어필 할 수 있는 말들(난 너를 사랑한다 등)을 담은 이메일에 애플리케이션 서류 및 관련 증빙 서류를 첨부해서 보낸다.
이 과정에서 사진을 그럴듯하게 PDF로 바꾸고, PDF를 결합하는 방법을 터득해서 최대한 깔끔하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회사인 줄 ㅠㅠ)
그리고 잘 받았다는 회신을 받고는 기도하며 기다린다.(는 아니고 또 열심히 다른 곳에 지원하며 바쁘게 지냈다 - 입사원서 넣듯이)
6. 추가 정보 확인
에이전시가 주인에게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물어보기도 한다. (상위 직책자에게 보고하는 팀장의 질문 같았다)
우리의 경우 대부분 과거 히스토리에 대한 추가 질문과 (에어비앤비 살고 있다고? 거기 호스트 연락처 줄래?) 직업/수입 관련 정보였다. (지금 일을 쉬고 있는 거지? 그럼 월 수입이 어떻게? 통장 잔고가?)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할 수 있는 정보로 응대했다.
(연락이 안 오는 곳도 있었다 - 아마도 그 단계로 넘어가지도 못한 듯)
7. 결과 통보
정상적인 곳이라면 일주일 안에 연락이 온다.
메일/문자/전화 등으로 알려준다.
전화의 경우 못 알아들어서 ‘콩그레츄레이션’이 나오면 되었구나 판단했다.
(웃기지 않나? 내가 돈을 내는 입장인데 선정돼서 받는 축하라니 ㅋㅋ 집을 사야 한다.)
8. 계약금/선금 지불 (2주 치 렌트비 + 4주 치 렌트비의 본드)
간 보는 사람들을 처리하기 위해 정해진 기간(대부분 24시간에서 48시간) 내에 선금을 내야 한다.
2주 치 렌트비와 4주 치 렌트비에 해당하는 본드 비(보증금)를 낸다.
애매한 집은 더 좋은 집이 될 때까지 붙잡고 있다가 미안하다고 포기한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너무 마음 쓸 필요는 없다.
(어떤 집은 안 한다고 하자, 일주일 렌트비 무료라는 오퍼를 내놓기도 했다 - 급했나 보다)
9. 계약 조건 확인 및 계약
에이전시와 만나서 계약서를 둘러보고 사인을 한다.
엄청나게 중요한 설명을 영어로 마구 한다, 힘든 시간이다, 모르면 계속 붙잡고 물어보자.
그래도 외국인이 많은 나라여서 그런지 어떤 점을 어려워하는지 잘 알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에이전시/중개인이 중요하다)
10. 이사/입주
정해진 날짜에 이사한다.
우리는 가지고 온 가전/가구가 없어서 내가 차로 여러 번 날랐다.
기존에 살고 있는 집과 일주일 정도 겹치게 되어 여유롭게 이사했다.
(한국에서 하루에 수백/수천 집이 동시에 이사를 나가고 들어오는 방식은 아니다. - 이건 정말 우리나라에만 있는 경이로운 문화가 아닐까 싶다)
1차 시도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 (보는 집이 퍼니시드인지 언피니시드 인지 체크 안 하고 갔음)
좋은 조건의 집이 나왔음에도 판단하지 못하고 재다가 신청에 늦은 적도 있음 (어, 이미 늦어서 안되는데?)
어렵게 어렵게 신축 타운하우스를 와이프 학교 근처로 합격했으나, 아들의 내년 학교 지역이 꼬여서 결국 포기하게 됨
그런데 어차피 인연이 아닐 집이었는지 그 신축 타운하우스도 공사가 한 달 지연되었고 결국 사과를 받고 결렬
1달간의 시간을 뒤로하고 재도전하게 됨 (그날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음 ㅜㅜ)
2차 시도
방식을 바꿈
물건이 맘에 들 것 같으면 인스펙션 전에 미리 가서 둘러보고 온다
사전 조사가 끝나서 통과되면 미리 애플리케이션 폼을 메일로 받아서 작성해서 인스펙션 전에 보내 놓는다
인스펙션으로 최종 점검이 끝나면 에이전시에게 강력 어필하고 기다린다
이렇게 해서 승률이 매우 높아졌다
결국 지금 집 외에 여러 합격 부동산 중에서 골라서 입성 (내 돈 쓰기 참 어렵다)
이런 생각지도 못했던 과정을 겪으면서 지금의 집에 1년간 살게 되었다.
다음에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