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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Nov 03. 2021

먹고 먹고 또 먹고

브리즈번 & 물루라바




이날은 중요한 약속이 오전에 있었다. 잠에 깨자마자 우리는 차에 몸을 넣고 달렸다. 부지런을 피운 덕에 넉넉하게 브리즈번 시내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해 둔 주차장에 차를 넣어두고 밖으로 나왔다. 사람이 가득가득했다. 연말 휴가&방학의 대도시 중심가는 달라도 많이 달랐다. 우리는 배가 고팠다. 검색왕 파랑의 능력을 빌어 한 곳으로 향했다. 골목길로 들어서서 우리가 지내는 곳에서는 만나기 힘든 스모커를 여럿 지나서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이곳은 느낌이 살아 있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아침이라서 아침을 팔고 있을 뿐 아침을 팔만한 곳이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조명을 끄고 술을 걸치며 몸을 흔들고 있어야만 하는 곳이었다. 이런 느낌적인 느낌답게 아침은 매우 훌륭했다. 먹어본 에그 베네딕트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다시 오더라도 여길 다시 오리라.



Brew Cafe & Wine Bar




부른 배를 안고 중요한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약 2시간가량의 미팅을 마쳤다. 뿌옇던 것이 사라지고 명확해졌다. 확실한 것은 더 확실하게, 불확실한 것은 불가능하게 변했다. 남은 것은 우리의 선택뿐이었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우리를 정리하기 위해 카페로 향했다. 가는 길에 얻은 나노 블록을 아들은 열심히 집중해서 결국 완성했다.


아침 먹은 시간과 관계없이 우리는 각자의 사정으로 배가 고파졌다. 파랑의 능력이 발동되었고 한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신세계를 경험했다. 맛있어도 정말 맛있었다. 식탁에 올라온 모든 것이 맛있었다. 아들은 이 날 먹은 야채 절임 반찬을 잊지 못하고 있다.



Mumo Tea

Izakaya Kotobuki




먹고 나서 특별한 일정은 없었다. 습관처럼 들리는 대도시의 한인마트. 파랑의 영어공부용 중고책 받으러 가기. 아직 해가 많이 남아있었다. 평소에 가지 못하는 바다를 가보기로 했다. 이름이 멋진 곳이어서 찍고 달렸다. '골든비치' 아무렇게나 짓지는 않았겠지 하고 궁금함이 많았다. 다소 늦은 오후였으나 휴가를 즐기는 가족들이 많았다. 동남아에서나 볼 법한 비치로 바로 향하는 리조트도 있었다. 이 해변 바로 건너에 길게 뻗은 섬이 있어 그 사이는 아주 잔잔한 호수 같았다. 실제로 여유롭게 수영하며 오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공원, 모래, 바다를 잠시 즐기며 다음 여행지로 담아두고 돌아섰다.



Golden Beach




바다에 발동이 걸린 아들은 집으로 가기 싫어했다. 파랑이 알려준 '비치 선셋 시네마'를 가고 싶어 했다. 우리 동네 근처 바닷가 '물루라바 비치'에서 특정한 날 저녁에 해가 지면 영화를 틀어준다고 했다. 이를 기억한 아들이 가보고 싶다고 했다. 우린 좀 피곤했지만 마침 그날 상영 예정인 영화도 적절했고 아들이 뭔가 적극적으로 하자는 게 드물기 때문에 승낙했다. 그곳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터져나갈 것처럼 모여있었고 모두 흥겨웠다. 영화는 저녁 시간 이후에나 볼 수 있기에 먼저 저녁을 먹기로 했다. 만만한 서프 클럽에 가기로 했다. 하지만 가지 못했다.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영화는 날씨에 따라 상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바람과 구름이 심상치 않았기에 아들에게 미리 알려주었다. 몇 군데 식당을 가보았으나 문을 닫았거나 자리가 없었다. 자주 가던 피시 앤 칩스 가게에서 간단하게 시켜서 먹었다.



The Surf Club Mooloolaba

Crumbed or Naked Mooloolaba




먹는 동안 해가 졌다.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아쉽게도 영화는 상영되지 않을 모양이었다. 아들의 아쉬운 마음을 놀이터에서 풀었다. 곧 빗방울이 떨어졌다. 우리 답지 않은 12시간 동안의 세끼 외식, 야외활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곳에선 늘 여행이지만 이렇게 집 밖에 나가 있으면 그건 또 다른 여행 같다. 다가올 새해에는 또 어느 곳을 여행할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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