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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Sep 12. 2021

무계획이 상팔자

허비 베이(Hervey Bay) 여행 4일 차

오랜만의 여행 마지막 날이었다. 마지막 날은 늘 놀라움으로 시작한다. ‘벌써 마지막이라고?’ 아무리 긴 여행이라도 마지막 날에는 그렇게 놀란다. 뭔가 이곳의 아침 식사로 유명한 빵집이 있을 것 같다는 파랑의 검색으로 일어나자마자 그곳으로 향했다. 가다 보니 어제 오전에 산책했던 Urangan Pier가 다시 나왔다. 참 조그마한 곳이었다. 다 거기서 거기였다. 먹고 싶은 빵과 음료를 시켜 바닷가 테이블에 앉아서 먹었다. 우아할 줄 알았는데 몰아치는 바닷바람과 같이 먹고 싶어 하는 거지 새(이비스) 때문에 그렇지 못했다. 다 먹고 한번 더 Pier(잔교)에 가고 싶다는 아들을 파랑과 함께 보내고 난 그늘에서 쉬었다. 역시 아들이 노는 모습은 내가 아닌 남과 놀 때가 가장 아름답다.


어디서나 그림 삼매경


Kelz Bake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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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했다. 이번 숙소는 가성비, 컨디션, 식당, 친절함 모두 따져서 5점 만점 중에 4.99점을 받아 마땅했다. 차에 올라타서 내비에 집을 찍지 않고 파랑이 염두에 둔 중간 여행지를 목적지로 선택했다. 이렇게 그때그때 정하고 움직이는 즉흥 여행을 좋아한다. 약 1시간이 채 되기 전에 그곳에 도착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정말 장날이었다. ‘메리 브로우 목요일 마켓’이 열려있었다. 어제 오전의 그 조그맣던 마켓이 아니었다. 꽤 큰 규모로 도로 양쪽을 점령하고 있었다. 시청을 중심으로 길게 가게들이 늘어져 있었다. 엄청난 횡재에 감사해하며 즐겼다. 아주 작은 파인애플을 2개 샀는데 어린 아들을 보시고는 추가로 2개를 더 주셨다. 나중에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행운 가득한 날이었다.



Maryborough City Hall

https://goo.gl/maps/buPMD3xkJHQ5ti8W6





혹시 ‘메리 포핀스’라는 소설, 영화를 아는가? 우산을 들고 있는 유모, 보모 이야기다. 이 메리 브로우가 메리 포핀스의 고향이라서 온 동네가 ‘메리 포핀스’가 가득하다. (작가 트래버스의 고향) 인상 깊게도 횡단보도 신호등이 우산을 들고 있는 메리 포핀스 모양으로 깜빡였다. 우리는 관광 상품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메리 포핀스 스토리 뱅크’에서 이야기의 세계에 푹 빠졌다 왔다. 정확히는 ‘생쥐 찾기’에 열중했다고 해야겠다. 박물관을 돌아보며 곳곳에 숨어있는 생쥐 그림을 20마리 찾아서 미리 받은 지도에 표시해서 상품을 받는 것이었다. 우리는 점점 생쥐 찾기에 몰입했다. 마지막 1마리를 못 찾고 나는 포기하고 주저앉았다. 이런 일이 별로 없는 파랑이 끈기 있게 아들을 데리고 다녔다. 결국 모두 찾았고 상으로 ‘스탬프’를 아들 손에 찍을 수 있었다. (헉 @.@ 겨우?) 동화 속처럼 꾸며 놓은 그곳에서 잠시 일상을 잊을 수 있었다. 행복감도 잠시... 고된 생쥐 찾기 끝에 우리는 배가 고파졌다.



Mary Poppins Story Bank Museum

https://goo.gl/maps/u7bGxoA1KkonYyfy5





사실 애초에 메리 브로우의 목적지는 이 식당이었다. 그 식당을 찍고 왔는데 우연히 시장도 걸리고, 박물관도 걸린 것이다. 참 운이 좋은 여행이었다. 일본 도시락 전문점이었다. 배고픔에 가장 큰 것 2개와 장어덮밥을 시켰다. 무난하게 맛나게 먹고 나왔다. 나와보니 날씨가 쨍하게 더웠다. 아이스크림 노래를 부르던 아들에게 선물할 시간이었다. 열심히 검색을 했는데 결국 오다가 본 집이었다. (다 거기서 거기) 사람이 굉장히 많은 오픈형 카페였다. (그래서 많이 더웠다.) 아이스크림을 드물게 내 것까지 3개를 시켰다. (많이 더웠다.) 계산을 하는 동안에도 더위에 줄줄 녹아내렸다. 차에서 먹으면서 이동하려고 했지만 계속 녹아서 결국 가게에서 모두 먹고 나왔다. 3명의 각자 취향이 아주 달랐던 초이스였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Koi Japanese Restaurant

https://goo.gl/maps/keMHtfKg8v18hu6k8


Alowishus Delici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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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 집으로 향할 시간이 되었다. 아들이 뒤에서 잠이 들길 바랐지만 한 숨도 자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니 선물이 와 있었다. 내년이 되어야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한국에서의 우편 박스를 옆집에서 받아주었던 것이다. 여행의 아쉬움을 오랜만의 한국 물건들이 달래주었다. 대강 대강 그때그때 흘러 다녔던 4일간의 여정이 끝났다. 적당한 무계획으로 즐기다 오는 이런 여행이 우리 스타일이다.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파랑이 다음 여행지 숙소를 찾고 있으니 말이다.




[허비 베이(Hervey Bay) 여행 1일 차] 비가 계속 온다 

[허비 베이(Hervey Bay) 여행 2일 차] 이번엔 산불이다

[허비 베이(Hervey Bay) 여행 3일 차] 설렁설렁 다닌 게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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