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비 베이(Hervey Bay) 여행 2일 차
비는 계속 왔다. 밤에도 오고 아침까지 왔다. 내리는 빗소리에 깨어 있으니 이런저런 생각이 났다. ‘근데 왜 우리 여기로 여행 왔지?’
허비 베이(Hervey Bay)는 여행지로 유명한 프레이저 섬(Fraser Island) 여행을 위한 베이스캠프다. 우리도 당일 또는 1박 프레이저 섬 여행을 고려했었으나 무산되었다. 약 2~3주 전에 프레이저 섬에 아주 큰 산불(Bush Fire)이 났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부쉬 파이어는 매우 흔한 일이지만 이번에는 꽤나 크게 났다고 한다. 산불이 나면 그곳도 물론 위험하고, 그 주변은 그 연기로 인해 힘들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이 여행 자체를 취소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었다. (정확히는 파랑이 많았다. 난 항상 어떻게든 잘 될 거라는 주의라서. 하하.)
프레이저 섬도 못 들어갈 것이고, 가도 연기가 심하면 제대로 놀 수 없을 게 뻔했다. 하지만 이미 숙박 환불은 되지 않았고(그놈의 특가 상품) 그저 날짜가 하루하루 지나는 것을 확인하며 상황을 살폈다. 기적적으로 일주일 전부터 비가 내려서 산불은 잡혔다. 그런데 그 비가 지금까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산불도 잡히고 우리도 숙소 안에 잡힐 판이었다.
느지막이 세 가족은 일어났다. 어제 미리 사둔 조식 바우처를 들고 식당으로 향했다. 조식 뷔페를 기대했지만 아니었다. 코로나로 인해 뷔페가 아니고 학교 급식 방식이었다. 한 번은 열심히 주문해서 받아먹었지만 두 번은 하지 못했다. (영어 울렁증) 맛은 있었지만 불편함이 컸기에 아무래도 호텔 조식은 이게 마지막이겠구나 하면서 나섰다.
아침을 먹고 나니 비가 그쳐있었다. 지금이 기회다 싶어 미리 봐 둔 수족관으로 향했다. 수족관에 도착했는데 수족관이 보이지 않았다. 덩그러니 있는 건물 쪽으로 향하니 수족관이라고 붙어 있었다. 들어가서 한 바퀴를 순식간에 돌고 나서 ‘이게 뭐지?’ 싶었다. (무료가 아니었다) 자연 친화 수족관으로서 모래와 자연광으로 수조가 꾸며져 있었다. 하지만 작아도 정말 작았다. 야외 공간이 있기에 나가 보았다. 놀라운 세계가 펼쳐졌다. 모든 불만이 사라졌다. 바다거북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고 만져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충분했다. 이곳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곳이었다.
Reef World Aqua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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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와서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해변을 산책했다. 아들은 조개껍질을 열심히 주웠다. 늘 아름다운 것을 찾아 헤맨다. 근처 놀이터에서 오랜만에 엄마와 아들이 놀았다. 나는 흐뭇해하며 의자에서 졸았다. (어디서든 잘 수 있음) 곧 배가 고파져서 이동해야 했다. 원래는 호텔로 돌아가서 룸 서비스로 먹을까 했는데 날씨가 계속 좋아서 계획을 변경했다. 내일 가려던 ‘물놀이 공원(Public Water Park)’에 바로 가기로 했다. 메뉴는 검색왕 파랑이 골랐다. 평점 4.8을 자랑하는 아시안 퓨전 음식점이었다. 역시나 돼지고기&껍질, 파스타, 샐러드 모두 맛났다. 그리고 기분 좋게 물놀이를 하러 떠났다.
Mum's Charcoal & Grill
https://goo.gl/maps/AER36iAEwbX57S5P9
그곳은 축제 분위기였다. 이런 곳이 공공시설이라니 놀랍고 부러웠다. 우리 세 가족도 다 함께 신나게 즐겼다. 특히 아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지치지 않고 놀았다. 나중에는 우리가 힘들어서 가자고 여러 번 설득을 해야 했다. 이런 일이 드물기에 아들이 놀고 싶은 만큼 놀게 했다. 워터 파크에서 나오다 보니 바다에 물이 모두 빠져 있었다. 갯벌을 보고 지나치지 않을 아들과 파랑이었기에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정말 멀리까지 물이 빠져있었다. 그곳에서는 앞으로 걷는 게가 수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예전에 레인보우 비치 여행에서 만났던 ‘병정 게(Soldier Crab)’였다. 그 모습이 흡사 거미와도 같았다. 우리가 다가가면 모두 갯벌에서 나와 열심히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한참을 그들을 쫓으며 물고기, 소라게 등을 구경하며 갯벌 끝까지 다녀왔다. 예정에 없던 물놀이와 갯벌놀이로 우리의 체력은 고갈되었다.
Wetside Water Park
https://goo.gl/maps/yea3uivYpMKihd8v8
저녁때가 돼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깔끔하게 씻고 침대에서 쉬려는데 파랑이 뭔가 냄새를 맡았다. 아들이 어젯밤에 진하게 해 둔 ‘쉬야’의 흔적이었다. 간밤에 낑낑대며 짜증을 내더니 자기 쉬야 때문이었나 보다. 시트와 이불을 걷어서 빨았다. 이래서 세탁기, 건조기가 모두 있는 아파트먼트 숙소를 선호한다. 가뜩이나 없던 체력이 한바탕 하고 나니 저녁을 먹으러 나갈 수가 없어졌다. 혹시나 해서 챙겨 온 컵라면, 컵우동, 컵밥 세트로 식탁을 차렸다. 맛나게 먹고 아쉬운 마음에 디저트를 룸 서비스로 주문했다. 서로 아이스크림, 초콜릿 빵, 애플파이를 깨끗이 먹고는 쓰러졌다. 이만하면 산불도 폭우도 우리 여행과는 상관이 없네라며 잠들었다.
[허비 베이(Hervey Bay) 여행 1일 차] 비가 계속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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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비 베이(Hervey Bay) 여행 4일 차] 무계획이 상팔자
하루라도 쓰지 않으면 허전하고 답답하다. 하얀 바탕에 검은 글자를 채우는 새벽을 좋아한다. 고요하지만 굳센 글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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