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비 베이(Hervey Bay) 여행 3일 차
날이 좋았다. 상쾌한 아침처럼 벌떡 일어나서 수요일에 열리는 동네 시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파는 맛난 아침 먹거리를 먹을 생각에 들떠있었다. 처음으로 들른 가게가 도넛 가게였다. 나는 뭔가 더 맛있고 특별한 것이 있을 것 같아서 배를 아꼈다. 파랑과 아들만 하나씩 시켜 먹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다른 먹거리 가게는 없었다. 작아도 너무 작은 마켓이었다. 당황과 슬픔에 입맛을 잃었다. 난 결국 아들이 남긴 도넛 반쪽으로 아침을 해결해야 했다.
아들은 그날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혼자서 돈을 들고 가서 좋아하는 패션 프룻을 사 오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너무도 작은 마켓 구경이 순식간에 끝나자 주변을 둘러보았다.
Urangan Pier Park Community Markets
https://goo.gl/maps/xqms1Hed1HrjXxAw8
엄청 긴 것으로 유명한 Pier(잔교)가 바로 앞에 있어서 끝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길어봤자 얼마나 길까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길었다. 정말 길었다. 체감으로는 2킬로미터가 넘었다. (실제로는 800미터...) 다행히 오며 가며 낚시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아들은 호기심이 아주 넘쳤다. 낚시하는 사람마다 가까이 가서 무엇을 잡고 있는지 무엇을 잡았는지 눈으로 확인하려 했다. 끝까지 가니 우리 말고는 모두 낚시꾼들이었다. 목적 없이는 누구도 끝까지 걸어가지 못했으리라... 우리는 먼 길을 씩씩하게 걸어 준 아들을 칭찬해줬다. 우리도 돌아오는 길에는 많이 덥고 지쳐있었다. 햇빛을 가려줄 곳 없이 바다 위에 덩그러니 떠 있는 그 길은 정말 더웠다.
그 길 끝에 아이들에게 풍선을 불어주시며 기부를 받는 해적 선장 할아버지께서 우리를 반기셨다. 아들은 기분 좋게 선물을 받아 들고는 멋지게 기부도 해냈다. 잠시 그늘에서 숨을 돌리고는 일단 숙소로 후퇴했다.
Urangan Pier
https://goo.gl/maps/VrHiNb9M9sZoSApv9
일단 씻고 시원한 곳에 늘어져 있었다. 나가기 싫었지만 점심을 먹어야 했다. 그날 계획도 아직 정해진 것이 없었기에 또다시 파랑이 검색을 시작했다. 일단 점심 메뉴는 ‘멕시칸’으로 결정되었고 열심히 찾아갔다. 정말 맛있었다. 파랑이 잘 시킨 것인지 그 집에 원래 다 잘하는 것인지 모두 맛있었다. 배부르고 나니 몸을 좀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어제 지나오면서 목격한 아주 아주 커다란 미끄럼틀이 떠올랐다.
Zambrero Hervey Bay
https://goo.gl/maps/saPhhj8hXKKu1s5M6
이름이 아주 멋졌다. '모든 능력의 놀이터' 정도의 의미였는데 가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주 어린 아기부터 혈기 왕성한 청소년까지 즐길 수 있는 놀이 시설이 한 곳에 있었다. 우린 아주 커다랗고 높은 미끄럼틀을 타기 위해 조심조심 올랐다. 높이가 8미터 정도 되었는데 나도 많이 떨렸다. 아들은 씩씩하게 올라갔고, 그 긴 미끄럼틀도 한 번에 망설임 없이 타고 내려갔다. 성장한 것이 확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두 번 탈 정도로 만만한 것이 아니어서 다시 시도하지는 않았다. ‘놀이터가 정말 그 정도야?’라고 하겠지만 정말 그 정도였다.
All Abilities Playground Hervey Bay
https://goo.gl/maps/B8VSFxnD59hVv6e69
아직 해가 떠있는 오후 한 때여서 숙소로 돌아가기 뭐했다. 지도를 살피다가 좀 더 북쪽 끝으로 가보기로 했다. 바다에 닿아있는 공원이 보여서 그곳을 내비에 찍고 달렸다.
조용했다. 의자를 펴고 앉아 나는 책을 읽었다. 아들과 파랑은 처음에는 바닷가에서 놀다가 점점 물로 들어갔다. 결국에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안경을 끼고 스노클링을 즐겼다. 바다를 무서워하는 나 대신 아들이 파랑과 함께 놀 수 있어서 좋았다. 해가 질 때까지 둘은 놀았다. 꽉 찬 하루를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Esa Park
https://goo.gl/maps/JAj4cgqJ5DQFboYm6
하루를 맛있게 마무리하기 위해 호텔 식당으로 향했다. 미리 예약해 둔 ‘시푸드 플래터’를 맛보기 위해서! 그 맛과 양이 어마 무시했다. 기분을 내기 위해 우리는 와인을 아들은 음료를 시켜서 건배했다. 먹고 먹고 먹어도 다 먹을 수가 없었다. 결국 부른 배를 두드리며 남은 음식을 아쉬워하며 돌아서야 했다. 돌아보니 이번 여행의 숨은 공신은 바로 이 호텔 식당이었다. 그렇게 여행 마지막 밤이 저물었다.
Smokey Joe's Cafe
https://goo.gl/maps/6UFPrmvuX9rn28Ds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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