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Nov 05. 2021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돌아오는 대답

"저 육아해요."

나는 지금 아빠가 되어 주육아 담당자로서 지내고 있다. 회사에 다니던 시절과 상황이 바뀐 지금 내게 반갑지 않은 질문이 하나 있다. 



뭐 하는 분이세요? 요즘 뭐 하고 지내요?


새로 만난 사람이나, 오랜만에 연락을 주고받는 지인과 나누는 인사다. 예전에야 명함을 건네며 여기서 일한다고 하면 끝이었다. 사실 지금도 집에서 육아한다고 하면 끝이지만 괜히 뒤에 말들이 붙는다. 육아휴직을 내면서는 당당하게 육아하는 아빠라고 세상에 떠벌리고 다닐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육아한다는 대답에 돌아오는 이해 불가능한 눈빛과 태도에 혼자 움찔하고 말이 길어진다. 아직 다니고 있는 회사가 있으며 휴직 중이라는 설명을 꼭 가져다 붙인다. 절대 나는 애만 보는 사람이 아니라고, 다른 일이 있는데 잠시 이러는 것뿐이라는 식으로. 이젠 묻지 않더라 도 혹시라도 오해할까 봐 순순히 돌아서는 사람도 굳이 불러 세워 이야기한다. 



뭐가 그렇게 어려운 걸까? 당당하게 육아한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워지는 나의 속마음은 뭘까? 우선 무언가 떳떳하지 않다. 오로지 육아만 하는 내 모습에 당당하지 못하다. 콕 집어 설명하기 어렵지만 더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애만 보는 내 인생을 이대로 흘러가게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느낌이다. 이 솔직하지 못한 감정은 부끄러움으로 연결된다. 또 이 부끄러움은 외로움으로 이어진다. 가끔 주위를 돌아보았을 때 나만 혼자인 느낌, 때론 고독하기까지 하다. 이 외로움과 고독함은 어디서부터 흘러 들어온 것일까? 그저 내가 혼자 눈치 보면서 만들어낸 것일까? 나는 대체 누구의 눈치를 보며 사는 것일까? 이런 질문들은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부정적인 감정을 더욱 깊게 만든다. 도대체 왜 아빠가 하는 육아에 당당하지 못하고 감추게 되는지 스스로 안타깝다. 내게서 답을 찾지 못하자 결론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나를 둘러싼 사회 분위기가 이런 부끄러움, 외로움, 고독함을 길러냈다고 핑계 대고 싶어 진다. 



이 외로움은 결국 같은 처지의 사람들 사이에서 위로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아빠로서 육아하는 나를 품어주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은 같은 아빠들이다. 하지만 기대고 이야기를 나눌 아빠들을 찾기도 만나기도 어렵다. 결국 동성 집단, 아빠들의 육아에 무관심한 분위기가 이 외로움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육아하지 않는 아빠(육안빠)들이 외로운 육아하는 아빠(육아빠)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들에게 괜히 편하게 육아를 함께하자고 말하면 반응이 좋지 않다. 기껏해야 돌아오는 것은 육안빠의 찌푸린 시선뿐이다. 이런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그나마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육아빠들이 자리를 잡기 어렵다. 마음을 먹고 행동을 하더라도 밖으로는 들킬까 봐 숨기 바쁘다. 괜히 드러내 봤자 힘을 얻기는커녕 힘들게 한 결정과 의지가 흔들릴까 봐 도망치게 된다. 그래서 더욱 육아빠는 고립되고 외로워진다. 



육아하는 아빠가 외롭지 않아야 한다. 육아하는 아빠들이 아빠들의 무리에서 따로 톡 튀어나오지 않고 그 안에서 잘 어울리면 좋겠다. 아빠가 어디서든 당당하게 “저 육아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이에 돌아오는 대답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 저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 주실 분? (책에서 만나요!)




세상에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교보문고 https://bit.ly/3u91eg1 (해외 배송 가능)

예스24 https://bit.ly/3kBYZyT (해외 배송 가능)

알라딘 https://bit.ly/39w8xVt

인터파크 https://bit.ly/2XLYA3T

카톡 선물하기 https://bit.ly/2ZJLF3s (필요한 분이 떠올랐다면 바로 선물해보세요!)


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Reminder>

내일모레 일요일(11월 7일) 밤 9시(한국시간)에 '꿈꾸고 기록하는 꿈푸언니'님께 초청되어 <꿈터뷰>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합니다. 인스타 꿈푸언니 계정(@ggum_pooh)에서 진행됩니다. 깜짝 놀랄 인연과 배경은 요기 공지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영상 통화는 양가 부모님 외에는 2년 만에 처음입니다. 무슨 말이 제 입에서 나올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필터라도 있다면 달아야겠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을 원하는 분은 그때 만나요! 언제나 멀지 않은 곳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_^







이 책의 탄생 스토리

이 브런치는 이런 곳입니다.

이 작가와 책을 만나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