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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Nov 12. 2021

단단해지는 아이

잡고 싶고 멈추고 싶지만

벌써 세 번째다. 앞으로 남은 횟수가 한참은 더 남았지만 하나하나 분명히 성장하는 기분이다. 예상대로 되는 게 없는 우리 인생처럼 아들은 아랫니만 3개 연속으로 빠졌다. 빠진 날은 기대가 하늘을 찌르는 날이다. 간밤에 다녀갈 '이 요정(Tooth Fairy)'이 무엇을 놓고 갈지 궁금해서다. 골드 코인을 놓고 갈 거라는 확신으로 잠자리 곁에 빠진 이를 두고 잠드는 녀석은 요정보다 귀엽다. 다음날 아침 조금 부었지만 무척이나 밝은 얼굴로 작은 손님이 놓고 간 선물을 자랑하는 녀석의 눈을 바라보는 것은 즐거운 순간이다. 흥분해서 침까지 튀기며 자랑하는 아들의 눈은 초롱초롱 빛난다. 저절로 빠지는 이에도 온 세상의 축하를 받으니 기쁘지 않을 리 없다. 건망증 심한 담당 요정이 이번에도 돈은 놓고 이는 가져가지 않았단다. 아차차. 연이은 실수에 나는 당황스럽고 아들은 우스워한다. 대왕 요정한테 혼날 담당 요정을 걱정하는 아들이 고맙다. 실제로 대왕 요정(파랑)에게 한 소리 들었다. 또 그랬냐고.



이가 빠져가는 만큼 아들은 스스로를 채워가는 중이다. 자신만의 이유와 기준이 바로 서 간다. 본인의 의사가 더욱 분명해진다. 매주 가는 미술 수업에서 이번에도 본인이 그리고 싶어 하는 것을 그려왔다. 선생님이 정한 주제가 있지만 그날 스스로 당기는 주제가 있으면 혼자서 그리고 온다. 어려서는 가서 앉아있기만 해도 기특했는데 문득 배우러 가는 곳에서 배우지 않고 오는 기분이 들었다.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애초에 가지지 못한 따뜻함 때문에 꽤나 직설적으로 설명이 되었으리라. 그리고 싶은 그림은 언제든지 그릴 수 있지만 이곳은 배우기로 약속한 장소와 시간이니 지켜달라고. 눈을 끔뻑거리며 길게 늘어놓는 내 말을 들은 아들은 알았다고 했다. 다음 시간에는 멋지게 여우를 그려왔다. 선생님의 가르침이 들어있었다. 아들은 스스로 약속을 지킨 자신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다음 시간에는 자유 주제였으면 좋겠다며 바란다. 이유를 물어보니 이젠 익숙해진 그 공간과 사람들 사이에서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 언제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잘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걸까 놀란다.





이번엔 좀 더 무섭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유치원생도 아니니 본격적인 호러 장식을 바랐다. 깜짝깜짝 놀라던 예전을 생각하면 아들의 성장은 눈이 부시다. 테마는 여전히 거미였지만 확실히 업그레이드되었다. 파랑의 노고로 탄생한 거미 소년은 이제 포즈도 수준급이다. 여유롭게 동네를 누비며 '트릭 오어 트리트'와 '땡큐'를 넘나들면서 사탕을 모았다. 동네 분위기는 여전히 오싹하면서 활기찼다. 많이 무서워하지도 않고 씩씩하게 달달 구리를 바구니에 모으는 아들이 신기했다.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단단해진 모습에 하루하루 생경하다.


가끔 묘한 감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아들은 모를 테다. 잡고 싶고 멈출  없지만 그대로 담아두고 싶어서 쳐다보는  눈빛의 의미를. 하나의 자아가 뭉쳐가고 커져가는 광경은 눈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진기하다. 부족하게나마 이곳에 남겨둘 뿐이다. 그때의 나와 너를 추억하며.






말이 자유자재


1. 수저가 없던 수저통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도시락통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빠, 나 오늘 깜짝 놀랐어!' 포크를 쓰려고 했는데 수저통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으아. 이젠 이런 실수까지 하는구나. 살림을 하면 건망증이 는다더니. 하하. 다행히 어떻게든(?) 잘 먹고 온 아들이 고마울 뿐이었다.



2. 이구동성 퀴즈

만화책에서 배운 게임을 요즘 자기 전에 같이 한다. 오래된 예능에서 봤던 '이거랑 저거 중 뭐?' 하면 두 사람이 하나를 골라서 동시에 외치는 퀴즈 게임. 주로 자신의 선호와 기호를 맞추는 게임을 하는데 자신이 만만하다. '아빠는 내가 뭐 좋아하는지 잘 알잖아~' 이게 뭐라고 연속으로 계속 맞추면 까르르까르르 넘어가게 웃다 잠이 든다.



3. 농담의 달인

늘 고심하면서 영어 조크를 만들려고 애를 쓰는 아들. 최근에 들은 2가지가 기가 막혀서 남겨둔다.

- '강아지가 DVD를 멈추는 방법은?' 포즈(Paws). 멈춤의 뜻인 Pause와 소리가 비슷한 강아지 발로 리모컨을 누른다는 뜻이다.

- '연필이 다른 연필한테 하는 인사는?' 샤프(Sharp). 뾰족하다는 뜻 외에 '멋진'의 의미도 가진다. 중의적인 농담. 캬!





'할로윈 즐기기' 외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2년을 기다려왔던 '몬스터 트럭 쇼'를 보고 왔다. 따로 기다린 것은 아니지만 갑작스러운 '인스타 라이브 방송'도 했다. 이런 일들은 내가 가지고 있던 볼품없고 지겨운 인생 계획에는 없었다. 어제로 돌아가도 오늘을 예상할 수 없다. 새로움과 설렘으로 매일을 맞이하는 지금이 어쩌면 더욱 현실적이다. 고집을 내려놓고 다가올 시간과 자라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무엇을 생각해도 그것과는 늘 달랐으니까.


혹시 혹시 아직도 이 재미난 방송을 못 보셨다면? ⭐️꿈터뷰⭐️ 영상 바로 보러 가기 (클릭!)


흥미진진 두근두근 쫄깃쫄깃 <몬스터 트럭 쇼> 후기 커밍 순!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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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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