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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Nov 24. 2021

길을 가다 돈을 주우면 이런 기분일까?

커다란 정원 같은 숲 속 공원 - MaroochyBotanicGarden

별다른 일정 없는 아침. 아침에 눈을 뜬 세 가족이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 그냥 내버려 두면 아들은 계속 집에만 있을 태세다. 오늘 어디 가서 바람 좀 쐬고 올까? 바다는 주말에 가기로 했고... 해가 뜨거워서 시원한 데 가고 싶은데... 그럼 꽃이나 풀 보러 갈까? 아! 그 어디에나 다 있는 '보타닉 가든', 거기 가 볼까? 그렇게 떠났다. 처음엔 그냥 아기자기한 공원 한 바퀴 돌고 올 생각으로.


도착지에 가까워질수록 길이 좁아지고 점점 숲 속으로 들어갔다. 어쩐지 우리만 있을 것 같아서 으스스해지기까지 했다. 곧 탁 트인 곳이 나왔고 주차장에 많은 차들이 보였다. 바로 근처에 살면서 우리만 안 와본 듯했다. 이미 많은 가족 단위 방문객이 여기저기 자리를 펴고 한가로이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커다란 주차장 끝이 어딘가 싶어서 끝까지 올라가 마지막 공간에 차를 세웠다. 산길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은 돌덩이가 보였다. '조각 공원'이라고 적혀있었다.





별생각 없이 왔는데 막 이렇게 꾸며져 있는 곳을 발견하면 괜히 기분이 좋다. 뭔가 길을 가다 꽤 큰돈을 주운 기분이랄까? 늘 가성비를 생각하며 영락없이 효율을 따지는 인간의 모습에서 기인한다. (아님 그냥 나만?) 남들이 빙글빙글 돌려보는 것을 보고는 이내 아들이 바로 따라 한다. 지금은 에너지가 넘치지만 곧 사그라들어서 안아달라고 할 아들을 알기에 유모차를 대동했다. 산속을 걷는 길목마다 조각과 그 설명, 그리고 의자가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눈을 떼지 못하고 즐겼다. 선크림도 못 바르고, 벌레 퇴치 방지 약도 못 뿌리고 나왔지만 별 걱정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도 그냥 작은 동네 공원 정도로 생각했기에.





멀리 끝없이 솟아 있고 펼쳐진 나무와 하늘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조각공원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 길에 표지판을 쳐다봤다. 이 공원... 장난이 아니었다. 정말 큰 곳이었다. 지금 우리가 돌아본 곳은 일부 중에 일부에 불과했다. 괜히 갑자기 노출된 등과 팔이 따가워왔고 간지러워졌다. 기왕 온 김에 더 많이 돌아보고 구경할 게 생겨서 뭔가 번 느낌이었다.(아, 나만 그렇구나) 아래쪽에 아이들 소리가 많이 들렸고 그곳으로 향했다.


딱 봐도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을 자유롭게 풀어둔 가족들이 보였다.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숲 속에서 맨발로 뛰어다니는 호주 아이들을 보면 매번 놀랍다. 이곳저곳에 나름의 테마를 가지고 이런저런 조형물들이 세워져 있었다.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둔 모습이었다. 뭐라 콕 집어 설명하긴 어렵지만 이런 호주 스타일의 공원, 놀이터가 난 마음에 든다. 아들도 하나씩 조금씩 해보며 즐긴다. 통나무 걷기고 하고. 외줄 타기도 멋지게 해내고.





'으앗! 이게 뭐야!' 파랑의 소리다. 그렇게 우리의 나들이는 끝났다. 힘들게 모셔온 유모차에 얼굴도 못 본 새 한 마리가 어느새 실례를 제대로 하고 갔다. 더 이상 유모차는 제 구실을 할 수 없었고 급한 대로 물 묻힌 휴지로 응급조치를 취했다. 그즈음 우리도 슬슬 벌레와 모기의 총공격에 지쳐가고 있기도 했다. 특히 그날 나는 수많은 모기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온몸의 간지러움과 아픔을 동시에 느끼며 우리는 다시 확인했다. 절대 캠핑을 올 수 없고 야외에서 숙박은 불가능하다고. 그저 이런 반나절의 눈요기로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그렇게 여기저기 긁적이며 포근한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곤 그날은 한 발자국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Maroochy Regional Bushland Botanic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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