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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Dec 03. 2021

행복한 것, 즐거운 것, 감사한 것

숙제 탐험 일지 - 산, 바다, 식량

아들에게 주말에 무엇을 하고 싶은 지 물었다. 잠시 생각을 하더니 '탐험을 떠나야 해!'라고 했다. 무슨 말인지 다시 물었다. 본인이 찾고 싶은 식물과 동물을 보러 산과 바다로 가야 한다고 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사고가 정지했다. 문득 얼마 전에 받아온 학교 숙제가 생각나서 펼쳐보았다.



읽어보고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들과 산책을 나가서 행복한 것, 즐거운 것, 감사한 것 등등을 찾아보세요.' 아들은 이 숙제에 대한 설명을 명쾌하게 재해석했던 것이다. '산과 바다로 탐험을 떠나자!' 그래서 우리 세 가족은 모험을 떠났다.




먼저 산으로


꼬마 탐험 대장이 원했던 것은 숲 속이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로 우거진 푸른 숲을 원했다. 검색 대장 파랑의 솜씨로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보호구역을 발견했다. 실제로 사람의 흔적이 아주 적었다. 입구부터 신나게 기록하고 탐험을 시작했다.



대장은 무언가 발견하면 멈춰 서서 사진으로 기록을 부탁했다. 울창한 숲 속에서 길치인 우리는 몇 번 길을 잃기는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대장의 성장이 눈부신 탐험이었는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안 했다. 즐겁고 신나게 산속을 마구 헤매었다. 어메이징한 동물도 몇몇 마주쳤다. 사랑은 나누던 나비 한 쌍, 사람을 만나 놀라서 빠르게 뛰어가던 새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호주 숲 칠면조, 거미줄에 걸려서 날아다니던 애벌레, 매미가 날아가고 덩그러니 남은 매미 고치 등. 깔끔하게 땀이 날랑 말랑할 정도에서 숲 탐험이 끝났다. 이번엔 바다로 향할 차례였다.


Foote Sanctuary

https://goo.gl/maps/kEDH8xU8cXkE3wo56




그리고 바다로


꼬마 탐험 대장에게 바다는 별게 아니다. 물과 모래만 있으면 된다. 그래서 우린 바다로 이어지는 곳이라는 명칭을 가진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만(BAY)'로 목적지를 정했다. 



멋진 곳이었다. 만을 둘러싸고 공원과 주택들이 모여있었다. 공원에는 물로 이어지는 모래밭도 있어서 대장을 만족시키기 충분했다. 모래밭에서 여유를 즐기다가 다시 탐험을 시작했다. 물고기도 만나고 예쁜 꽃과 열매도 발견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산책로 어디쯤에서 우린 돌아섰다. 오늘의 탐험을 마쳐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저녁 먹을 시간이었다.


Double Bay Beach

https://goo.gl/maps/EDB4NCVW6MxySxpq9




금강산도 식후경


처음부터 파랑과 나의 목적지는 이 식당이었다. 중간에 산과 바다를 들렸을 뿐. 가격은 좀 셌다. (아무래도 뷰가 좋고 동네가 좀 고급스러웠다.) 그러나 맛은 좋았다. 우린 Prosciutto 피자와 할라피뇨 튀김을 먹었다. (+대장 아이스크림) 탐험 전 점심을 든든하게 먹어서 배가 고프지 않은 상태였으나 음식이 맛나서 모두 비우고 나왔다. (그럼 배가 고팠던 거 아닌가?)


Mykies By The Bay

https://goo.gl/maps/wEB2qRSH5FUCsfsZ6





그렇게 기분 좋게 집으로 복귀했다. 탐험 일지를 적으며 마무리를 하려고 했으나 많이 피곤해서 씻고 잠들었다. 모두 까먹기 전에 늦게나마 이렇게 남겨 놓는다. 살고 있는 곳 바로 지근거리에 산과 바다가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축복이라는 생각에 다시 한번 감사를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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