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런트리(Parentree) 온라인 Zoom 강연
아쉬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내 글과 책을 읽고, 인터뷰를 보고 어렵사리 찾아오신 분들의 요청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몸이 멀리 떨어져 있는 한계로 직접 얼굴을 보자는 약속은 지킬 수 없기 때문에. 하릴없이 현실을 인정하며 이렇게 알아준 것만 해도 큰 수확이라며 애써 토닥이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몇 주 전 오랜만에 '브런치 제안하기 이메일'이 힘차게 알람을 울리며 도착했다. 익숙해지면 감흥도 없다더니 아무 내용 없는 단순 문의만 받아도 신나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그동안 이런저런 플랫폼, 서비스에서 뭘 좀 같이 해보자고 연락이 왔었는데 별로 건질 게 없었다. '몇 푼 벌 수 있어'라며 지식노동 해 보자고 꼬시는 곳은 바라는 게 돈이 아니라서 쳐다보지도 않았다. '네 콘텐츠 열심히 짜내서 놓으면 엄청 많이 알려질 거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빨리 와라'라고 던지는 반공갈과 반협박에는 이제 웃지도 않는다. 대충 다 이런 식이다 보니 뭐가 날아와도 이번엔 어떤 황당한 레퍼토리일까 호기심만 남은 상태였다. 나와 결이 맞고 세상에 의미 있는 제안이라면 한 푼 떨어지지 않아도 버선발로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는데 어쩐지 그런 적은 잘 없었다. 그저 내 역량과 내공, 쌓아둔 글이 부족해서라고 여기며 기다려보는 중이었다.
이번 제안도 처음엔 그랬다. 내가 지내고 있는 조금 특이한 삶의 모습에 관심을 보였다. 한국이 아닌 호주에서 아이와 지내는 생활을 궁금해했다. 흔하디 흔한 엄마가 아닌 아빠가 하는 육아에도. 지나가는 사람 아무에게나 보여줘도 '얜 좀 특별하게 지내네'라는 시선을 받으며 살고 있어서 생소하진 않았다. 다만 '이래야만 한다'는 식으로 흘러갈까 걱정이 앞섰다. 아빠도 함께하는 육아에 대한 책을 쓴 뒤 겪은 황당한 경험이 나를 위축시켰다. '엄마 아빠 구분 없이 함께하는 육아'를 담았지만 생뚱맞게 아빠 육아휴직, 호주 살기 등에 꽂힌 분들은 '나는 절대 그렇게 못 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아빠 육아를 하냐!'라고 굳센 소감을 털어놓았다. 그건 나만의 이야기일 뿐이며 육아를 엄마에게 미루어두던 닫힌 생각을 바꾸고 각각의 상황에 맞춰 변화해보자는 목소리는 그들에게 닿지 않았다. 다시 한번 그들이 떠오르면서 신경이 쓰였다. 원하지 않는 오해와 곡해가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절대 내 방식이 최선이며 옳다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실제로 그렇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행여나 그렇게 보이는 게 싫어서다. 물론 난 나만의 옳음과 깨달음을 믿고 지향하며 산다. 하지만 이를 남에게 보고 배우라고 하는 건 폭력이다. 전부 다른 사람에게 억지로 우기는 건 충분히 나쁜 짓이다. 누가 누구에게 교육하고 알려주는 건 꽤 위험한 일이다. 혼자 심각한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다가 일단 답은 해야 할 것 같아서 이야기 한 번 들어보자고 답변을 했다. 전화 통화도 아니고 얼굴을 보는 화상 회의여서 좀 걱정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갑자기 마주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싶었다.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즐긴다며 취업사기에 성공했던 내가 이렇게 히키코모리가 되어가는 건가 싶었지만 영상 통화보단 음성 통화가, 음성 통화보다는 문자나 이메일이 편한 건 사실이었다.
미팅을 잡은 이후부터 ‘하우스허즈밴드 호주 육아 생존기’ 매거진 글의 조회수 역주행이 시작되었다. 누군가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라서 따로 챙겨서 읽히는 글은 아니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이야기를 궁금해할까 싶었는데 <패런트리(Parentree)> 멤버를 직접 만나보니 비밀은 저절로 풀렸다. 그분들이 하나씩 내 글을 읽어보고 있었다. 이걸로 우선 점수를 먹고 들어갔다. 쓰는 이의 기쁨은 읽는 이에 비례한다. 아니면 왜 쓰겠는가.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솔직한 나만큼이나 편하게 이야기를 다 해주셨다. 궁금함이 풀렸고 함께 하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 원래 하고 있던 걱정도 다 말씀드렸다. 대충 '호주에서 육아하는 아빠 이야기가 신선해서 남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정도였다면 안 할 생각이었다. 단편적인 모습만 비추면 위에서 열심히 했던 우려가 현실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내게 원하는 이야기는 그게 아니었다. '변해가는 아빠가 들려주는 함께하는 육아 이야기'를 원했다. 바로 내가 세상에 외치고 싶어 책으로 만든 그 내용을 들려 달라고 했다. (결정적으로 넘어간 건 '<아빠 육아 업데이트> 책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어요. 목차가 정말 좋던데요!'라는 달콤한 멘트였음을 고백한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만들어 낸 스토리가 곧 세상에 공개된다. 좋은 기회를 준 <패런트리(Parentree)>
가 가진 매력적인 생각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함께 공감하고 마음이 간다면 다가올 <세계육아시리즈 시즌 2> 참여를 권한다. 변화는 결국 작은 용기와 첫 행동이 만들어 낸다고 믿는다. 그곳에서 우리가 닿는다면 기쁘겠다.
"다양한 '부모'로서의 성장 경험을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 공유하고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충분한 가치를 돌려줄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마치 커리어 경험을 공유하는 것처럼요. 각자 육아 스타일을 공유함으로써 자신만의 육아 가치관을 만들어나가는 것에 기여한다는 점이에요. 각 가정의 육아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한다면, 자신에게 맞는 육아 스타일을 정립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만의 커리어 패스를 그려가는 거죠."
- <패런트리(Parentree)> 피플투데이 인터뷰 중 -
세계 각국에서 육아하는 밀레니얼 부모들의 이야기! 독일, 이스라엘, 미국, 일본, 케냐, 프랑스, 호주! 전 세계 7개국에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며 '부모'로서 성장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해외 각국의 다양한 육아방식을 접하면서 '나'만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은 뭐가 있을까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며, 일상에서 실천까지 해봐요!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교보문고 https://bit.ly/3u91eg1 (해외 배송 가능)
예스24 https://bit.ly/3kBYZyT (해외 배송 가능)
카톡 선물하기 https://bit.ly/2ZJLF3s (필요한 분이 떠올랐다면 바로 선물해보세요!)
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