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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Mar 16. 2022

정체되는 관심으로 사려는 동정표

목차가 좋으면 책도 그렇게 좋다던데

혹시 그거 아는지? 직접 책을 써서 낸 뒤 열심히 홍보하면 구독자든 이웃이든 팔로워든 친구든 줄어든다. 그동안 알고 지내며 시간과 정성을 나누던 사이인데 어쩐지 부쩍 사라지는 게 느껴진다. 전과 후가 명백히 달라졌기 때문에 틀리지 않을 테다. 이름 박힌 책이 없던 시절에는 꾸준히 글을 써서 올리면 점점 관심이 올라갔다. 가끔은 과분한 칭찬으로 '이 정도면 책을 내도 되겠어요!'라고도 해서 근자감 주머니를 가득 채워두곤 했었다. 비난과 질책보다는 우쭈쭈에 약한 나는 좋은 말만 진심으로 골라 듣고 밝은 생각만 하며 지냈다. 덕분에 약간의 착각과 무모한 용기를 섞어 도전 끝에 책을 내고 말았다. 하지만 웬일인지 짙게 깔리는 차가운 기운과 떠나는 이들의 발자취가 깊어갔다.


책이 나오기 전엔 신경을 안 썼다. 누가 읽어주든 반응이 있든 없든 쓰는 일이 전부였으니까. 관심을 주지 않아서 그랬는지 봐주는 분은 알아서 늘어만 갔다. 정체기가 온 건 책을 내면서부터였다. 이를 눈치챈 것도 그때부터 의식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자 확인받고 싶어졌다. 최소한의 자격을 인정받았으니 더 많이 바라봐 줄 거라 예상했다. 본격적인 신경이 쏠리기 시작하자 남의 반응은 내 마음 같지 않았다. 생각보다 뜨겁지 않았고 미지근했다. 단순한 기대라기보다는 정확한 예상이라고 믿었기에 당황했다. 글 쓰고 싶다고 끙끙대던 놈이 이렇게 책을 냈으니 주목받을 만한 일이 아닐까 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새로운 관심도 분명히 생겼지만 그렇게 느는 만큼 이상으로 꼭 줄었다. 티 안 내고 있던 관심종자가 껍질을 벗고 나니 어쩔 줄을 몰라했다.


인연의 돌아섬은 별 게 아니다. 관심을 쏟을 기력은 한정되어 있으니 대상의 우선순위는 변하기 마련이다. 다른 게 더 좋아져서, 또는 이게 좀 싫어져서. 자연스러운 변화는 내가 행할 때야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가기 쉽다. 반대로 순위에서 밀리는 대상이 되고 나면 집요하게 그 이유를 찾고 싶어 진다. 알려 주는 이도 없고 알 길도 없으니 결론을 혼자 내린다. 이 놈의 책 때문이다. 전과 후 사이에 달라진 건 그것뿐이다. 어디서든 글을 쓰고 읽고 하는 이는 언젠가 자기 책을 내고 싶어 한다. 그런 욕망이 아주 없을 순 없다. 단정하면 안 되겠지만 내 경우는 그랬다. 품고 있는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고 쓰다 보면 기회가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런 중에 옆에서 책을 내면 괜히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신기하고 부러운 마음만큼 쳐다보기 힘들었다. 조바심과 조급함이 몰려오며 나는 뭐지라는 생각이 찾아왔다. 그래서 마음의 순위를 낮췄다. 가서 찾아보는 횟수를 줄이고 쏟는 정성을 덜었다. 속이 편해졌다.


어쩌면 아닐 수도 있다. 줄어든 타인의 관심은 순전히 다른 이유일 텐데 억지 부리는 게 맞을 수도 있다. 그저 나를 위해 정리하고 덮어두기 위해 이러고 있다. 아니라면 계속 궁금해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길 멈추지 않을 거라서. 하하호호 거리던 이가 갑자기 뚝 끊기면 뭔가 싶다. 바쁜 일이 있을 수 있으니 내가 먼저 손을 뻗어 나서보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전과 다른 냉랭함을 계속 모른 채 하긴 내가 너무 얇다. 장기인 정신승리를 위해 생각정리를 시작한다. 정말 책을 내고 떠벌리는 모습이 싫어 떠났다면 차라리 잘 되었다. 모두의 사랑을 갈급하는 건 당연한 본능이지만 이루어질 수 없다. 내가 별로면 떠나 주고 내가 좋으면 남아주면 된다. 양보단 질이라는 뻔한 진리를 주워 담으며 새어 나온 신경다발을 접는다. 


글이 나이며 글이 모인 게 책이다. 글이 좋아 나를 좋아하면 책도 좋아할 거라 여겼다. 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의 알고리듬은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닌 모양이다. 어디까지 내 이론을 따라 흘렀는지 알 수 없다. 처음부터 마냥 좋아서가 아니라 서로의 관심을 공평하게 주고받는 관계였을 수도 있다. 필요에 의해 맺어진 사이는 한쪽의 용도가 사라지면 쉽게 끊어지니까. 여기까지 오고 나니 지금까지 남아서 사랑을 주는 분이 더욱 귀해진다. 읽어주고 느껴주고 표현하는 행위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나를 벗어난 타인에 대한 관심은 보통 의지로 되지 않는다. 지향하는 삶처럼 깔끔하고 명백하게 감사를 전하고 싶지만 아쉽다. 고맙다는 뻔한 말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다.


오늘 흰 바탕을 열고 검은 글자를 채우려던 목적은 이게 아니었다. 잊을만하면 알려야 한다는 강박이 조여와서 그랬다. 다시 한번 책을 온갖 얕은수를 쓰는 한이 있더라도 단 한분에게라도 전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정체되는 관심으로 동정표를 사려는 첫 문장이 줄줄이 이어져 한 바닥을 채우고 말았다. 역시 써보기 전엔 알 수 없는 게 마음이다. 문득 책 표지는 열심히 걸어두었지만 정작 속은 보이지 않았다는 생각이 스쳤다. 휘리릭 책장을 넘기다 보니 눈길이 고정되었다. 그래, 이거다. 오늘은 <목차>를 들고 약을 팔아보자.


대충 제목만 보고 아빠가 육아하는 알콩달콩 이야기인 줄 아는 분도 있다. 나 같아도 그런 책은 사지도 읽지도 않을 테다. 막말로 어디서 숨을 쉬는지 아무도 관심 없는 내가 그런 내용을 담아 책을 낼 가능성은 제로다. 그렇다면 일개 무명인으로서 도대체 무슨 의도와 목적을 가졌길래 책으로 엮을 수 있었을까? 나름 이 정도면 나무에게 미안하지 않을 만하다고 판단했던 속내를 들여다보자.



어차피 지인의 겉치레 말이겠지만 여러 칭찬 들 중에 꼭 들어있는 부분이 바로 이 <목차>였다. '목차가 좋아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매력적인 목차만 봐도 전체가 가늠이 되고 궁금증이 유발된다고 했다. 다시 한번 꼼꼼히 보니 참 그러했다. 전체적인 틀을 잡고 꼭지 제목을 지은 스스로가 먼저 자랑스러웠고 나중에야 인쇄 직전까지 편집자님과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기억이 났다. 아직 안 읽은 사람들에게 왜 이 <목차>를 들이댈 생각을 못했을까 스스로가 원망스러워지는 지경까지 오자 더 취하기 전에 서둘러 책을 덮었다.


<목차>를 보고 느껴지는 대로 담긴 책이 맞다. 주고자 했던 인상을 그대로 받았다면 그럴 것이다. 이걸로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면, 그래도 아직 모르겠는데라고 한다면, 이쯤에서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나는 느슨한 사람이 아니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모두 다 준비했다. 아주 조금 호기심은 생겼지만 직접 읽기 여전히 귀찮은 분에게 영상으로 찾아가겠다. 다른 사람도 아닌 쓴 사람이 직접 말하는 저자 직강으로.


지난달부터 준비했던 <전업아빠 육아 생존기> 강연이 내일 밤 10시에 펼쳐진다. 다양한 부모로서의 성장 경험을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 공유하고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충분한 가치를 돌려줄 수 있다고 믿는 <패런트리(Parentree)>와 함께한다. 세상의 변화를 위한 내 여러 몸짓들 중 하나다. 그중 하나라도 필요한 이에게 닿는다면 기쁘겠다. 지금 내가 이끌어 내는 작은 용기와 행동이 어딘가에 도움이 될 것을 믿는다.



세계육아시리즈2 <전업아빠 육아 생존기> 






세상에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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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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