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은 이유
예를 하나 들어보자. 내가 쓴 글을 읽고 변한 아빠가 생겼다. 이제 쓸데없는 야근이나 회식은 하지 않고 집에 가서 아이를 보려고 결심했다. 하지만 회사에는 육아의 ‘ㅇ’자도 모르는 직장 상사가 있다. 아이를 신경 쓰지 않았고 그저 혼자 알아서 컸다며 자신의 무관심을 사회적 성공과 훌륭한 결혼 생활임을 뽐내는 그런 흔히 볼 수 있는 아빠 말이다(아빠라고 불러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갑자기 변한 부하 직원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눈치를 주고 불이익을 준다. 자, 이런 환경에서 변하려는 아빠가 제대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하나 더 살펴보자. 엄마 혼자 힘들게 아이들을 독박 육아로 키워냈다. 아이들에게 아빠는 그저 돈을 벌어다 주는 분이었다. 그 아이들이 나중에 사회로 나가 일터에서 육아에 동참하는 아빠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아빠는 왜 혼자 특이하게 구는 걸까? 그냥 일만 열심히 해서 돈이나 많이 벌어다 주면 될 텐데...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본인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결혼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남자라면 본인의 아빠와 같이 육아에는 무관심한 채 살아가고, 여자라면 본인의 엄마처럼 육아에 전념하고 삶을 포기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까? 왜냐하면 본인의 가정에서 엄마와 아빠가 그랬고 그것을 보고 배웠기 때문이다. 아빠는 육아에 없는 사람, 엄마가 모든 것을 알아서 다 하는 것이 옳다고 믿으면서 살아간다. 이 대물림은 계속된다.
더 끔찍한 예가 많겠지만 이만하면 충분하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아빠가 하는 육아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은 아쉽게도 통하지 않는다. 그런 안일한 생각은 변해가려는 곳곳에서 스스로를 장애물로 만들 뿐이다. 아빠가 쓰려는 육아휴직을 허락하지 않는 직장 상사가 될 것이고, 어린이집 하원을 하기 위한 아빠의 정시 퇴근을 이해하지 못하고 험담하는 동료 직원이 될 것이다. 아직도 이 글이 아이가 곧 생기거나 키우는 부부, 아빠만을 위한 글이라는 생각이 드는가? 나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아니 확장되었다. 단지 아빠만 생각이 달라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글에서 다루는 대상이 당연히 아빠라고 여겼겠지만 그렇지 않다. 이런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어느 한 사람의 잘못으로 몰아갈 수는 없다. 결국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이 글은 누구에게도 제외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이제야 무슨 말인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육아에 공감하는 사회가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우리가 어떤 신념을 지켜나가고 변화를 실천하려면 진정한 공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서로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엄마와 아빠가 육아를 함께하는 사회 분위기는 당장 어린아이를 둔 아빠 엄마만 변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엄마 아빠를 둘러싼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공감해야 변화가 시작된다. 아빠가 육아를 함께하는 것을 특이하게도 이상하게도 생각하지 않는 세상이 와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모두, 사회 전체가 함께 변해서 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당연히 함께하는 육아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더 이상 원망만 하지 말자. 더 이상 미루지 말자. 그리고 더 이상 모른척하지 말자. 우리부터 변해야 우리 다음도 변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곳에 있는 모든 ‘우리’다. 결국 이 사회의 변화는 우리 모두가 해야 한다. 모두의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 우리가 아이에게서 아빠의 자리를 되찾아 줄 수 있다. 이 책은 ‘부모만을 위한 육아서’에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를 위한 교양서’를 꿈꾼다. 사회를 바꾸는데 필요한 모두를 위한 책이 되길 바란다. 많이 읽히고 많이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변화는 그렇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를 위한 교양서를 꿈꾸는 책을 만나보자!
작년 마지막 날, 소중한 출연료가 입금되었습니다. 원고료와 선인세에 이은 글로 번 세 번째 수익이었습니다. 써서 번 돈을 모두 기부하겠다는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고 좋은 곳에 보냈습니다. 해당 인터뷰 영상의 기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시청하시고 어렵게 저를 찾아오신 소중한 분의 응원과 교육 제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모든 것의 기원인 제 책을 찾아보신 분께 강연 요청도 받았습니다. 믿을 수 없었습니다. 책이 나오기만 하면 순식간에 변화가 일어날 거라는 순진했던 높다란 기대를 내려놓고 담담히 지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목소리가 필요한 곳이 있었습니다. 세상에 필요하다고 믿는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옳다고 믿는 글을 쓰고 또 쓰겠습니다.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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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