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 북 위크 (Book Week Celebration Parade)
내가 만약 책 속의 주인공이 된다면?
어릴 적 한 번씩은 했던 상상이다. 매력적인 캐릭터에 마음을 뺏겨 그렇게 되고 싶어 한 적이 있다. 하루라도 살아 볼 수 있다면!
호주 학교에서는 일 년에 한 번 그런 기회를 가진다. 바로 ‘Book Week Celebration Parade’ 행사다. ‘Book Week’에는 동화 작가분을 학교로 초청해서 이야기도 들으면서 책과 관련된 행사를 한다. 하이라이트 행사가 이 퍼레이드다. 아들은 Prep(0학년)으로 학교를 다니면서 처음 접했다. 우리 가족에겐 모든 것이 다 처음이었다.
한 달 전부터 행사를 예고했고, 좋아하는 책의 주인공처럼 꾸며서 참가할 수 있다고 했다. 퍼레이드의 주제는 ‘Curious Creatures & Wild Minds’였다. 날짜가 다가올수록 아들은 고민했고 우리는 그 고민에 맞춰 어떻게 꾸며줄지 생각했다.
아들과 아내 파랑의 길고 긴 상의 끝에 ‘파썸(주머니쥐)’로 결정했다. 이제 문제는 주머니 쥐를 어떻게 꾸미냐인데... 행사 전에 이곳저곳을 가보았았으나 어느 실마리도 찾지 못했다. 다시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행히도 현장에서 그나마 아들의 흥미를 끌었던 ‘피터 래빗’으로 급전환했다. (심지어 책도 함께 구매) 바로 마음에 드는 몸놀림을 보였다.
아침부터 교복 위에 ‘피터’ 복장을 입었다. 꽤 마음에 드는 듯했다. 학교에 교복이 아닌 새로운 복장으로 가는 게 조금 어색하면서도 설레는 듯했다. 얼핏 보면 파랑에게 질질 끌려가는 듯하기도?
아들을 등교시킨 뒤, 부모들이 모여서 관람할 수 있는 ‘울타리 밖’에 자리를 잡았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Prep, Year 1 부모님들만 정해진 학교 밖 공간에서 서로 간의 거리 간격을 유지하며 볼 수 있었다. (원래는 학교 안에 모두 들어가서 함께 즐기는 행사라고 한다.)
‘이상한 나라 앨리스’의 ‘빨간 여왕님’의 사회로 퍼레이드 행사가 진행되었다. 가장 큰 형님들인 Year 6부터 행진했다. 선생님도 모두 빠짐없이 변했다. 쭈욱 한번 만나보자!
행진을 마치고 학교 학생들, 선생님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캐릭터로 변해서 모두 모이니 꽤 장관이었다. 약 1시간 정도의 흥겨운 축제가 끝났다. 아이들은 다시 반으로 돌아갔다. 총총 사라지는 꼬마 토끼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봤다.
후기
우리가 모르는 캐릭터가 꽤 많았다. 시대와 문화가 다르다 보니 그런 것 같았다. 잘 알고 있는 ‘해리 포터’, ‘어벤저스’ 캐릭터는 이곳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아들은 다녀와서 인상 깊은 다른 친구들 캐릭터를 이야기해주었다. 주로 ‘히어로’ 캐릭터가 많았다. 아무래도 같이 노는 남자 친구들의 영향인 것 같았다. 다음에는 무엇으로 변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책과 친해지는 방법이 여럿 있겠지만 책의 주인공이 직접 되어보는 건 꽤 매력적인 방법으로 보였다. 하루 종일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을 선물해 준 학교에게 감사하며.
* 아빠로서 아들을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