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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May 10. 2022

일 년에 한 번 눈 호강

몬스터 트럭 쇼

딱 일 년 전엔 모른 척했다. 귀찮고 귀찮아서. 별 거 없을 것 같아서. 남들 다 하는 건 하기 싫어서. 어느덧 다시 해가 바뀌고 또 녀석이 등장했다. 정확히 딱 한 번만 돌아오는 굳은 집념을 이번에도 모른척하기 어려웠다. 꼭 만나고 싶다는 아들과 약속을 했다. 결국 잊지 않고 지켰다. 그날이 되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호기롭게 향했다.


이미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밤 문화가 없는 이 시골에 사람들이 왁자지껄 모여들었다. 모두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많았다. 조용하고 평온한 분위기는 어디 가고 흥분이 도처에 깔려 있었다. 우리가 늘 그렇듯 처음엔 줄을 잘못 섰다가 다시 제대로 찾아 들어갔다. 여기 온 목적을 잊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다시 줄을 섰다. 어렵게 따끈한 음식을 받아 들고는 정해진 자리를 찾아 헤맸다. 이번엔 또 여기가 아니란다. 점점 식어가는 식량을 들고 멀리 돌고 돌아 약속된 곳을 겨우 찾아갔다.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자마자 시작했다. 일 년을 기다려 온 그것을 마주했다.





내겐 엄청난 인파였다. 호주라서, 코로나라서 더욱 같은 종을 한 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그동안 없었다. 뜨거운 열기 속에 참가자들의 행진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눈앞의 움직임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영상물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낯설고 현실 같지 않았다. 점점 달아올랐고 본격적으로 괴물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짓으로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넘고 뛰면서 스스로의 배고픔을 달래는 듯했다. 한참을 잡아먹을 듯 이리저리 날뛰더니 사라졌다.





이날의 주인공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인간도 있었다. 그냥 인간이 아닌 대포 인간. 스스로를 대포에 넣고 하늘을 휘저었다. 생각보다 얕은 궤도에 놀랐지만 여기가 어디인가 떠올리고는 충분히 만족했다.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도 이곳에서는 즐거운 음악이 되었다. 작은 모터바이크에 몸을 실은 굉장한 인체의 용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리저리 한 몸처럼 때론 나뉘어서 공중을 가르는 모습은 소름이 끼쳤다. 시뻘건 불을 뚫고 가기도 하고 뒹굴뒹굴 굴러가기도 했다. 기계로 뒤덮인 몬스터 트럭보다 훨씬 내 피부에 와닿는 무서움을 선사했다. 내 마음을 알았는지 다시 진짜 주인공이 등장했다.





아까 못 보던 녀석이었다. 최고의 스타는 맨 마지막에 등장한다더니 그럴만했다. 다른 것보다 더 컸고 더 높고 더 멀리 날았다. 순위 경쟁은 이미 의미가 없어졌다. 짜인 각본처럼 이미 진짜 주인공은 정해져 있었다. 한 시간 가량의 공연을 보면서 궁금했던 의문도 풀렸다.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던 차량 2대는 무얼까 싶었었다. 따로 비스듬한 도약대도 없는데 단순 장식일까 했었다. 하이라이트에서 이것들을 아무 도움 없이 부딪혀 뛰어넘었다. 아찔했지만 통쾌하기도 했다. 모두의 마음이 그랬다는 듯이 가장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하나 둘 자리를 뜨는 사람이 많아졌다. 볼거리가 끝났구나 싶어서 우리도 주변을 정리했다. 갑자기 불이 꺼지며 조명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쉬움을 달래주듯 마지막 공연이 어두운 밤하늘을 뒤덮었다. 때론 화려하게 때론 얌전하게 반짝이며 검은 화면을 수놓았다. 은은한 화약 냄새를 맡으며 인위적인 향기에 취했다. 봄을 지나 여름을 향하는 저녁과 밤 사이의 시간이 그렇게 끝났다. 언제나 처음은 신선하다. 그 마음먹기가 어려운 만큼.



SUPER MONSTER SPECTACULAR

* 티켓 가격 : 중간 등급 좌석 어른 70불, 아이 40불


Sunshine Coast Stadium


* 아빠로서 아들을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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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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