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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May 21. 2022

축구는 브라질이지!

호주에서 축구 배우기

오직 축구뿐이다. 내가 평생 사랑해 온 스포츠는. 학창 시절에도 축구만 했다. 게임도 축구 게임만 했다. 경기도 축구만 봤다. 좋아하는 연예인도 축구 선수밖에 없다.


이런 내게 아들이 생겼다. 언젠가 함께 축구를 즐길 날을 기다리며 내 축구 사랑을 은근슬쩍 전해왔다. 덕분에 아들은 내가 유일하게 보는 TV 프로그램이 '축구 경기'인 것을 알고 있다. 어릴 적부터 함께 한 공놀이도 축구뿐이다. 어느덧 몸과 마음의 준비가 끝난 아들은 축구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이곳 호주는 생활 스포츠의 천국이다. 넓은 대자연에서 각양각색의 운동을 배우고 즐긴다. 축구도 선택지가 많았다. 그중 내 눈을 잡아 끈 것은 다름 아닌 'BRAZIL'이라는 국가명이었다. 브라질이 어느 나라인가? 축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아닌가? 기왕 축구를 접하려면 꼭 그래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곳으로 향했다. 이름도 멋진 'Brazilian Skills Soccer'! 아들이 처음 축구를 접하는 곳은 무조건 이곳 이어야만 했다. 역시 브라질 축구답게(?) 첫인상도 좋았다. 친절하게 트라이얼 레슨을 안내받았고 다소 긴장한 아들과 함께 우리는 그곳을 찾아갔다.





우리에게 맞는 시간은 실내에서 진행되는 '풋살' 교실이었다. 흥미진진하게 흘러간 1시간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호기심 넘치고 집중하기 어려운 아이들에 맞게 알차게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놀이처럼 몸을 풀어주었고 공과 친해지는 활동을 했다. 혼자서 공을 다루는 기초지만 가장 중요한 기술을 하나씩 즐겁게 몸에 스며들게 했다. 게임 요소를 가미해서 공을 몸과 떨어지지 않게 붙이며 다니도록 유도했다. 1:1 경기를 통해 공을 무서워하지 않고 상대방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팀 플레이로 축구의 즐거움과 함께하는 재미를 온몸과 마음으로 즐기게 만들었다.


이게 바로 브라질 축구구나 싶었다. 어메이징한 첫 수업이 끝나고 우리 가족은 모두 쏙 빠져버렸다. 그 후 지금까지 아들은 신나게 놀고 뛰는 이 시간을 아낌없이 사랑하며 보내고 있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공과 점점 친해지는 모습은 덤으로 따라왔다. 나도 축구를 이렇게 배웠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Brazilian Skills Soccer



- 수업 종류 (연령별, 1회 1시간)
Mini Soccer & Child Development Class (2 to 5 year olds)
Skills Development (5 to 8 year olds / 8 to 12 year olds)

- 장소, 일정 : 선샤인 코스트 주요 지역, 주중/주말 클래스, 실내/실외 경기장, 방학 프로그램

- 가격 및 결제 방식 : 주 1회 1시간 강의 19불(17,000원), 한 달 선결제 방식

- 고객 관리 사이트 Customer Portal (Web & App) : 등록 클래스, 일정, 결제 등 확인 가능

- 결석 및 보충수업 : 결석이 예상되면 미리 등록해서 보충 수업을 위한 메이크업 토큰을 받을 수 있다. 이 토큰은 60일 내에 사용해야 한다.

*모든 문의 사항에 대해 아주 친절하게 답해주니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가면 된다.





항상 실내에서 수업을 받다가 야외에서 수업을 한 날이 있었다. 일명 '뽕'이 박힌 진짜 축구화를 신고 나서는 아들의 모습에 난 설레었다. 첫 무대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바로 그 축구화 때문에. 한국에서 가져온 축구화를 거의 2년 만에 개시했는데 너무 낡은 탓이었는지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밑창이 거덜 나 버렸다. 울먹이는 아들은 씩씩하게 구멍 송송 뚫린 크록스를 신고 나머지 수업을 소화했는데 안타까웠다. 두 번째 야외 수업은 단단히 준비해서 갔다. 이웃사촌 누나가 물려준 축구화 2켤레를 사이즈별로 모두 챙겨갔다. 혹시 모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처음의 아픔이 있었음에도 아들은 과감하게 다시 재도전했다. 대견한 아들은 성공했고 풀밭에서 하는 축구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그 후로도 종종 실내 수업을 야외 수업으로 바꿔서 즐기고 있다.





좋아하는 운동을 자식이 배우는 경험은 묘하고 신기하다. 내가 누구의 소질이나 자질을 판단할 깜냥은 아니지만 아들이 좋아하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다. 필드 안에서의 진지함을 보일 때는 가슴이 많이 떨려온다. 일대일 매치에서 상대방에게 젖혀진 다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쫓아가 골을 막을 때. 팀 플레이에서 공만 따라가지 않고 적절한 길목에서 기다리다가 차단했을 때. 쉬는 시간에 '나 재밌게 했어!' 표정으로 내게 달려올 때. 이 모든 순간들이 소중하게 쌓여간다. 사랑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큼 축복받은 일이 있을까. 축구를 배워가는 아들 옆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이 시간이 좋다.





* 아빠로서 아들을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아빠 육아 업데이트』를 바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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