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알약
어제는 세 놈밖에 잡지 못했다. 먼저 방구석에서 유통기한이 10년도 더 지난 라면을 끓여 먹던 녀석. 야릿하고 지독한 냄새만큼이나 악랄한 음식 뒷거래상이 여전히 살아있는 모양이다. 다른 하나는 산책하는 척하며 하나둘 모은 산나물을 무쳐 먹던 녀석. 풀 비린내 나는 세균 덩어리가 뭐가 좋다고 악다구니처럼 챙겨 입에 넣는지 참. 마지막으로 산골에서 몰래 키우던 닭을 잡아먹던 녀석. 더 이상 어길 법이 없을 정도로 모든 불법을 다 저질렀다. 개인 소유 불가능한 식용 동물을 데리고 있는 것도 모자라서, 직접 도살하고 조리해 입안에 쑤셔 넣는 순간에 극적으로 체포했다. 세상이 바뀐 지가 언젠데 아직도 이런 놈들이 살아있는지. 괜히 말세가 아닌가.
전에는 참 많이도 먹는 거로 싸웠다. 누군 고기를 먹지 말자고 하고, 누군 고기 없이 못 산다고 하고. 풀만 먹는 극단주의부터 우유와 계란까지는 된다는 중립론까지. 어차피 지금 보기엔 모두 중범죄지만. 누가 무엇을 얼마만큼 먹든 간에 주변의 생물을 소비하는 식으로는 지구가 계속 망가질 수밖에 없었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세계 정부의 결단으로 딱 10년 전 세상은 변했다. 누구도 음식으로 고민할 필요 없고 생태계를 아프게 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젠 아무도 다른 생물을 입에 넣지 않는다. 하루에 세 번 '식사 알약'을 꿀꺽 삼키면 끝이다.
*새로운 현실이 되길 바라는 발칙한 상상을 책에서 만나요!
못마땅한 현실을 끄집어내는 발칙한 소설적 상상력.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되길 바라며 깃발을 든다!
당연하다고 믿는 현재를 냉소적 시선으로 바꿔버린 세상을 훔쳐보며 무엇이 정말 옳은지 고민하게 만드는 진짜 같은 꾸며낸 이야기. 살아가기도 벅찬 우리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누가 왜 정해놓은 줄 모르는 틀에 아무렇지 않게 맞춰 지낸다. 그게 싫었다. 지금 이렇다고 앞으로도 이래야 한다고 믿지 않기에. 여기 '꼭 그래야만 하나?'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수많은 허구가 있다. 굳이 들춰보지 않았던 모든 것에 의문을 던진다. 내게서 태어난 글이 구석구석 널리 퍼져 모두의 의심이 시작되길 바라며.
* 세상을 가득 채운 무기력과 절망을 조금이라고 덜어주고 싶습니다. 이 책에 발생하는 저작의 모든 수익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액 기부합니다. 저의 작은 마음이 우리가 원하는 상상을 현실로 가져오는 데 쓰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