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종식
식탁에 마주 앉은 우리는 한 곳만 바라봤지. 누구랑 있든지 상관없이 말이야. 친구든, 동료든, 가족이든 심지어 연인이든. 세상 모든 재미있고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은 그곳에서 벌어졌어.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자에겐 흥미가 없었지. 그래 봤자 겨우 직접 아는 사람에 불과했거든. 옆에 있는 그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이었어. 아니었다면 나를 바라보며 자기 좀 봐달라고 했을 테니까.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각자 넓은 세계를 자유롭게 유영하느라 바빴고, 먹을 게 차려진 다음에도 똑같았지. 한 손엔 스크린을 꼿꼿하게 잡아 세워 시선을 고정하고, 밥을 먹을 때만 잠시 흘깃거리며 퍼서 입에 넣고. 그나마 예쁘고 멋진 맛집에 가면 아주 잠시 말을 했어. "잠깐, 사진 찍게 기다려봐. 올려야 해." 너도나도 바라는 게 같아서 군말은 없었지. 원하는 장면을 남기고 나면 다시 고정 자세로 돌아갔어. 방금 열심히 포장해서 수많은 이에게 공개한 빛나는 모습에 대한 반응을 두근두근 기대하면서. 모두가 그러느라 눈앞의 음식이 식어 빠지는 일이 많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어. 그깟 현실의 차가움보단 인터넷 속의 뜨거움이 훨씬 중요했으니까. 입으로는 먹는 둥 마는 둥 해도, 보이지 않는 진짜 친구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아먹으면 배가 불렀어. 만족할 만큼 차오르면 기분 좋게 자리에서 일어나 헤어졌지. 여전히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화면을 바라보고 손짓으로 인사하며. 언제든 만날 수 있는데 굳이 더 정성 들일 필요는 없었으니까.
어때, 익숙하지? 포근하게 남아있는 애틋한 장면이야. 이제는 추억이 돼버린 행복한 모습. 사랑에 목마른 나에겐 끝없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세상을 만끽하던 시절이었지. 갑갑하고 단조로운 뻔한 일상을 탈출하는 경험을 언제든 할 수 있었어. 물론 바로 옆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직접 느끼며 함께 있는 것도 좋지. 그게 별로라거나 덜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야. 그들과는 가까이 붙어 있으니 우린 이미 충분히 사랑을 주고받고 있어. 하지만 그게 전부잖아. 난 그거론 부족했고 더 많이 원했을 뿐이야. 좋은 걸 더 많이 갖고 싶은 건 당연한 거 아닌가? 그래서 그땐 그랬어.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싶어서 보여주기 좋고 눈길을 끌 만한 곳을 찾아다녔어. 손잡을 수 있는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말이야. 도착해서 찍고 꾸미고 올리고 기다렸지. 화면 속에서 쏟아지는 사랑에 온 신경을 집중했지.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각자의 계정을 바라보는 따뜻한 열정이 좋았어. 꼭 얼굴을 마주 보지 않아도 어떤 마음인지 통하는 순간이었거든. 어쩌다 놀라운 반응을 받으면 제 일처럼 축하해 주며 꼭 안아줬지. 내겐 다시없을 소중한 기억이야.
늘 좋았던 건 아니야.
*새로운 현실이 되길 바라는 발칙한 상상을 책에서 만나요!
못마땅한 현실을 끄집어내는 발칙한 소설적 상상력.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되길 바라며 깃발을 든다!
당연하다고 믿는 현재를 냉소적 시선으로 바꿔버린 세상을 훔쳐보며 무엇이 정말 옳은지 고민하게 만드는 진짜 같은 꾸며낸 이야기. 살아가기도 벅찬 우리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누가 왜 정해놓은 줄 모르는 틀에 아무렇지 않게 맞춰 지낸다. 그게 싫었다. 지금 이렇다고 앞으로도 이래야 한다고 믿지 않기에. 여기 '꼭 그래야만 하나?'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수많은 허구가 있다. 굳이 들춰보지 않았던 모든 것에 의문을 던진다. 내게서 태어난 글이 구석구석 널리 퍼져 모두의 의심이 시작되길 바라며.
* 세상을 가득 채운 무기력과 절망을 조금이라고 덜어주고 싶습니다. 이 책에 발생하는 저작의 모든 수익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액 기부합니다. 저의 작은 마음이 우리가 원하는 상상을 현실로 가져오는 데 쓰이길 바랍니다.